섬용지:복식 도구:옷과 갖옷:갖옷
내용
6) 갖옷[1]
일반적으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통틀어 ‘갖옷’이라 한다. 귀한 것으로는 담비나 여우에 이르고, 천한 것으로는 양이나 고라니에 이르기까지 값이 천차만별이다.
담비는 요동 바깥의 건주(建州)[2] 지역과 조선에서 난다. 담비 1마리의 가죽은 사방 1척을 넘지 않아 60여 마리의 담비를 모아야 겨우 갖옷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담비 갖옷[貂裘]을 입으면 바람 불고 눈 오는 가운데 서 있어도 집 안보다 따뜻하다. 색은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흰색으로 ‘은초(銀貂)’라 하고, 하나는 순흑색이고, 하나는 검노란색이다.
여우 겨드랑이 털로 만든 갖옷은 값이 담비갖옷과 서로 비슷하고, 황갈색의 여우갖옷은 값이 담비갖옷의 1/5인데, 추위를 막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효과는 담비갖옷에 버금간다. 일반적으로 관외(關外, 산해관 밖)에서 나는 여우는 털을 불면 모근 쪽에 청흑색이 보이나 중국 내지에서 나는 여우는 털을 불어 젖히면 흰색이 보이니, 이러한 방법으로 우열을 나눈다.
양피갖옷[羊裘]은 어미 가죽으로 만든 것이 싸고 새끼 가죽으로 만든 것이 비싸다. 어미의 배 속에 있는 양을 ‘포고(胞羔)’【털 무늬가 대강 갖춰진다.】라 하고, 갓 태어난 양을 ‘유고(乳羔)’【가죽의 털이 귀고리의 다리처럼 둥글게 말려 있다.】라 하고,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양을 ‘포고(跑羔)’[3]라 하고, 7개월이 된 양을 ‘주고(走羔)’【털 무늬가 점점 곧아진다.】라 한다. 포고(胞羔)나 유고(乳羔)로 갖옷을 만들면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옛날에 고구(羔裘, 새끼양갖옷)는 대부(大夫)의 옷이었는데, 지금은 서북 지방의 지체 높은 관리들도 이를 귀중하게 여긴다. 늙고 큰 양의 가죽은 망초(芒硝)[4]로 무두질하여 갖옷을 만드는데, 갖옷의 질이 둔하고 무거우니 천한 사람의 옷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털이 긴 면양(綿羊)[5]으로 만든다.
남방의 짧은 털가죽은 망초로 무두질하면 털만 벗긴 날가죽이 종이처럼 얇아지기 때문에 화등(畫燈)[6]
의 재료로 사용될 뿐이다. 양피갖옷을 입는 사람은 누린내에 오래도록 익숙해져 모두 동화되지만 누린내가 익숙지 않은 남방 사람은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고라니 가죽에서 털을 벗겨 이를 망초로 무두질한 뒤 윗옷이나 바지를 만들어 입으면 바람을 막고 몸에 편안하다. 버선이나 신발을 만들면 더욱 좋다.
【안. 우리나라 관서나 관북에서 나는 담비류는 대부분 검노랑색인데, 이 담비갖옷의 따뜻하고 두터움은 건주(建州)산에 버금간다. 또 쥐가죽과 다람쥐 가죽이 있는데, 모두 갖옷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여우는 곳곳에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망초로 무두질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갖옷을 만드는 사람이 없다. 연경에서 수입한 촉묘피(蜀貓皮)[7]는 눈처럼 희어 사랑할 만하지만, 털이 짧아 따뜻하지 않다.】
다른 지역의 기이한 물건으로 예를 들면, 금사후(金絲猴, 황금원숭이)[8]는 황제의 모자를 만드는 데 사용했으며 스라소니[扯里猻][9]로는 황제가 입는 포(袍)를 만들었는데,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나는 물건이 아니다. 나는 새 중에서는 매의 배나 기러기 옆구리의 솜털을 모아서 갖옷을 만들기도 하는데, 새 만 마리를 죽여야 갖옷 한 벌을 얻을 수 있다. 천아융(天鵝絨)이라고 부르는 이 갖옷을 장차 어떻게 쓰겠는가?《천공개물》[10]
옛날의 갖옷 제도는 길이가 상의의 길이와 나란하지만 우리나라는 길이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지금의 주의(周衣)【민간에서는 두루마기라 부른다.】처럼 온몸을 둘러 가리기도 하고, 지금의 배자처럼 반소매[半臂][11]에 모난 깃[方領]을 달고 두 길[兩襟]이 마주하여 내려가며 길이는 겨우 배를 덮기도 하고, 지금 민간에서 말하는 동의(冬衣)【동옷】처럼 길이가 복사뼈나 정강이뼈까지 오고 앞뒤가 서로 이어지지 않기도 하며, 지금의 속옷[裏衣]【민간에서는 저고리라 부른다.】과 같기도 하다. 갖옷의 옷감으로는 초(綃)나 단(緞) 또는 주(紬)나 견(絹)172을 쓰고, 청색・자주색・침향색(황흑색)・검누른 붉은색・낙타색 등을 다 쓸 수 있지만, 홍색과 황색 두 색만은 쓸 수 없다. 갖옷 중에 두 길이 마주하고 내려가는 옷은 은단추 또는 호박(琥珀)단추나 밀화(蜜花)[12]단추 등의 단추를 달아 여민다.《금화경독기》.[13]
각주
- ↑ 갖옷:동물의 가죽과 털로 만든 겉옷으로, 현대의 모피를 말한다.
- ↑ 건주(建州):현재의 동북 길림성과 요녕성을 말한다. 《天工開物》이 저술되던 당시에는 이미 여진족이 점령하고 있었다.
- ↑ 포고(跑羔):원문에는 ‘胞羔’로 적혀 있다. 오사카본 두주에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양을 포고라 한다.’고 할 때의 ‘포’ 자가 잘못된 것 같으니, 다시 살펴야 한다.(三月者曰胞羔之胞疑誤, 更考.)”라 하여 글자의 오류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수정되지는 않았다.
- ↑ 망초(芒硝):황산나트륨으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인다
- ↑ 면양(綿羊):털이 길고 보드라우며 곱슬곱슬한 양의 일종
- ↑ 화등(畫燈):그림을 그린 갓으로 장식한 등으로 짐작된다.
- ↑ 촉묘피(蜀貓皮):아주 하얀 모피로, 옥토끼나 고양이의 가죽이다.
- ↑ 금사후(金絲猴, 황금원숭이):등과 옆구리는 황금빛 주황색이고 팔다리는 검은색인 원숭이. 고지대 숲과 대나무가 자라는 숲에 서식한다. 《서유기》에서 주인공 손오공으로 등장한 원숭이로 유명하다. 해발 2,500~3,000m의 고산 밀림지역에서 산다. 사천・감숙・섬서성 등에 분포하며 털이 매우 부드럽다.(《천공개물》, 104쪽 주5)
- ↑ 스라소니[扯里猻]:고양잇과의 포유동물로 바위가 많은 숲에서 살고 나무에 잘 오른다. 중국의 동북・산서・사천・운남・티베트 등지에서 산다.(《천공개물》, 104쪽 주6 참조) 북한의 고산지대에도 서식했다.
- ↑ 《天工開物》 卷2 〈乃服〉 “裘”, 102~104쪽.
- ↑ 반소매[半臂]:‘반비’는 옷의 명칭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반소매’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 ↑ 밀화(蜜花):송진이 오랜 시간 땅속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짙은 노란색이나 투명하게 변한 호박(琥珀)의 일종.
- ↑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2,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105~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