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절일의 세부 내용:중추절

pungseok
최시남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0월 29일 (목) 17:2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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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31) 중추절(中秋節)의 달 구경
민간에서는 중추절을 ‘추석(秋夕)’이라 하고 ‘가배(嘉排)’라고도 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살펴보니, “신라의 유리이사금(儒理尼斯今)[1]이 2명의 왕녀(王女, 왕의 딸)에게 6부(六部)[2]의 여자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 통솔해서 7월 보름부터 대부(大部)[3]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도록 했는데, 을야(乙夜, 밤 9~11시)가 되어서야 끝마쳤다. 매일 이렇게 하여 8월 보름이 되면 길쌈한 양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여,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했다. 이때 노래와 춤을 비롯하여 온갖 놀이를 했는데, 이를 ‘가배(嘉排)’라 했다. 이때 진 편에서 어떤 여자가 일어나 춤추고 노래하며 ‘회소(會蘇)[4], 회소(會蘇)’라 했는데, 그 소리가 애처롭고도 아름다웠다.”[5]라 했다. 《한양세시기》[6]

길쌈, 단원풍속도첩(국립중앙박물관)

《구당서(舊唐書)》 〈동이전(東夷傳)〉에 “신라국은 8월 15일을 중요하게 여겨 이때에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며 잔치를 베푼다.”[7]라 했으니, 이것 역시 가배의 풍속을 가리킨 것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도 중추절에 달 감상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예를 들어 섭법선(葉法善)[8]의 〈자운곡(紫雲曲)〉[9], 소정(蘇頲)[10]의 ‘촛불 끄고 달구경하기’[11], 안수(晏殊)[12]의 ‘흰옷 차려입고 악기 연주하기’[13] 등은 모두 중추절 달 구경하는 일과 관련된 고사이고, 두보(杜甫)[14]·백거이(白居易)·왕건(王建)[15] 세 사람은 모두 8월 15일 밤 달을 구경하는 시를 지었다. 《선부록(膳夫錄)》[16]에서 중추에는 완월갱(翫月羹)[17]이란 음식을 먹는다고 했으니, 이는 곧 변경(汴京)[18]의 절식(節食, 절기에 맞추어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금화경독기》[19][20]

김지, 선록완월도(국립중앙박물관)

각주

  1. 유리이사금(儒理尼斯今):?~57. 신라 제3대 왕. 남해차차웅(南解次次雄)의 아들이다. 신라의 행정제도를 정비하여 6부의 이름을 고치고 이들에게 이(李)·최(崔)·손(孫)·정(鄭)·배(裵)·설(薛)의 성(姓)을 하사하였다.
  2. 6부(六部):양부(梁部)·사량부(沙梁部)·본피부(本彼部)·점량부(漸梁部)·한기부(漢祇部)·습비부(習比部). 처음에는 신라 왕경(경주) 내의 행정구역에서 점차 정치 운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단위 정치체로서의 기능을 했다.
  3. 대부(大部):6부 중 큰 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4. 회소(會蘇):미상. ‘회소’는 지금의 ‘아서라, 말아라’의 뜻인 ‘아소, 마소’의 뜻으로 추측된다.
  5. 《三國史記》 卷1 〈新羅本紀〉1 “儒理尼師今” ‘九年’.
  6. 《京都雜志》 卷2 〈歲時〉 “中秋”(《韓國名著大全集》, 191쪽).
  7. 신라국은……베푼다:《舊唐書》 卷199上 〈列傳〉 “東夷”, 5334쪽.
  8. 섭법선(葉法善):616~720. 중국 당나라의 도사. 은청광록대부(銀青光祿大夫)·홍려경(鴻臚卿) 등을 지냈다.
  9. 자운곡(紫雲曲):중국 당나라 현종(玄宗)이 섭법선과 함께 달에 가서 월궁(月宮)에서 들었다고 전해지는 곡. 선녀들이 흰 비단으로 만든 치마를 입고 이 곡에 춤을 추고 있었다고 한다. 이 곡의 곡조를 기억해두었다가 악공을 불러 지은 곡을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이라 한다.
  10. 소정(蘇頲):670~727. 중국 당나라의 관리. 예부상서(禮部尙書)를 지냈으며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11. 촛불……하기:소정과 이예(李乂, 647~714)가 함께 문고(文誥, 천자가 반포하는 글)를 담당할 당시 현종(玄宗, 685∼762)이 지난날을 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8월 15일 밤에 궁궐에서 숙직을 하면서 여러 학사(學士)들이 달을 감상하면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는 연회를 즐겼다. 마침 하늘은 높고 구름 한 점 없어 달빛이 마치 그림 같았다. 이때 소정이 “달빛이 맑고 빛나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우니 촛불을 켤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하여, 촛불을 끄고 달을 감상했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12. 안수(晏殊):991~1055. 중국 북송(北宋)의 관리. 자는 동숙(同叔), 시호는 원헌공(元獻公). 한림학사(翰林學士)·추밀사(樞密使) 등을 역임하였다. 후학 양성에 힘써 문하에서 범중엄(范仲淹)·공도보(孔道輔)·구양수(歐陽脩) 등이 배출되었다. 저서로 《주옥사(珠玉詞)》가 있다.
  13. 흰옷……연주하기:안수와 관련된 중추절 고사를 말한다. 안수가 중추절에 연회를 열고자 했다가 날씨가 흐려 그만두었다. 이때 마침 친한 벗인 왕기(王琪)가 시를 보내 “다만 짙은 구름 낀 곳에 있으니, 한 번 악 기를 연주하여 구름을 걷어 보세.(只在浮雲最深處, 試憑絃管一吹開.)”라 했다. 이에 안수가 크게 기뻐하며 흰옷을 차려입고 악기를 연주하니 구름이 걷혀 달을 감상하며 연회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14. 두보(杜甫):712~770. 중국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렸으며, 또 이백(李白)과 병칭하여 ‘이두(李杜)’라고 일컬어진다.
  15. 왕건(王建):767?~831?. 중국 당나라의 정치가·문인. 자는 중초(仲初)이다. 섬주사마(陝州司馬)를 지내 ‘왕사마(王司馬)’라고도 한다. 악부시(樂府詩)에 능해 장적(張籍)과 이름을 나란히 해서 ‘장왕악부(張王樂 府)’라 불렸다. 저서로 《왕사마집(王司馬集)》이 있다.
  16. 선부록(膳夫錄):중국 송나라 정망지(鄭望之, 1078~1161)가 지은 음식 관련 서적. 식재료의 종류와 절식(節食) 등을 수록했다.
  17. 완월갱(翫月羹):미상.
  18. 변경(汴京):지금의 중국 하남성(河南城) 개봉시(開封市) 일대. 중국 오대(五代)·북송(北宋) 때의 수도이다.
  19. 출전 확인 안 됨.
  20.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4,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555~5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