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때에 따라 모이는 모임:범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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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남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0월 22일 (목) 14:1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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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범주회(泛舟會, 뱃놀이 모임)
조각배를 타고 호수를 떠다니는 일은 납극(蠟屐)[1] 을 신고 산을 찾는 일과 같다. 거주지가 강이나 큰 호수 및 작은 호수나 큰 못 가까운 곳인 사람은 작은 배 한 척이 없을 수 없다. 그것으로 꽃피는 아침이나 달뜨는 저녁에 벗들을 모아 즐거움을 감상하는 데에 대비한다. 그 배의 제도는 혹 화려함을 위주로 하거나, 소박함을 위주로 하기도 하는데 또한 각각의 알맞은 상황에 따른다.
나는 왕여겸(汪汝謙)[2]의 《화방약(畫舫約)》[3]을 아끼는데, 거기에는 12의(十二宜, 따라야 할 12가지)와 9기(九忌, 피해야 할 9가지)[4]가 있다. 12의는 명류(名流, 저명인사), 고승(高僧), 지기(知己, 마음 통하는 벗), 미인(美人), 기묘한 향, 퉁소, 금(琴), 청아한 노래, 명차(名茶), 명주(名酒), 5접시를 넘지 않는 안주[殽核], 말탄 시종

두지 않기이다. 9기는 살생(殺生), 잡스러운 빈객, 세력 과시하는 고관대작, 지나치게 번잡한 예절, 나쁜 시제(詩題), 동복(童僕)이 우르르 서 있는 일, 광대들의 공연, 북 치고 젓대 부는 시끄러운 소리, 물건을 억지로 빌리거나 오랫동안 빌리는 일이다. 이 12의와 9기를 배의 앞머리에 걸어두고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함께 계율을 따라야 한다. 《금화경독기》[5]

신윤복, 주유청강(舟遊淸江, 간송미술관)


각주

  1. 납극(蠟屐):밀랍을 발라 비가 오는 날 산에 오를 때에 신을 수 있도록 만든 나막신. 자연 속의 한가한 삶을 가리킨다.
  2. 왕여겸(汪汝謙):?~?(1610년 무렵 활동). 중국 명(明)나라 사람. 호는 연명(然明). 무림(武林)에 옮겨 살며 명사들을 불러모아 호산시주회(湖山詩酒會)를 만들고 자연을 즐겼다. 저서로 《기영(綺咏)》·《기영속집(綺咏續集)》·《사고총목(四庫總目)》이 있다.
  3. 화방약(畫舫約):왕여겸이 지은 수필. 서호(西湖)에 띄울 놀잇배를 만들고 그 과정과 규모와 구조, 배의 이름에 대하여 기록한 글. 《속수사고전서(續修四庫全書)》, 1191책(370~371쪽)에 있다. 다만, 아래의 ‘12의’나 ‘9기’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4. 12의(十二宜)와 9기(九忌):중국 청(淸)나라 육이첨(陸以湉, 1802~1865)이 지은 《냉려잡지(冷廬雜識)》 권6 〈불계원(不繫園)〉(《續修四庫全書》1140, 570쪽)의 내용을 살펴보면 왕여겸(汪汝謙)이 배를 만들고 진미공(陳眉公, 1558~1639)이 이 배를 ‘불계원(不繫園)’이라 이름하였고, 왕여겸의 〈화방약(畫舫約)〉에 대하여 동시대의 문학가 황여형(黃汝亨, 1558~1626)이 〈불계원약(不繫園約)〉을 지었다는 내용이 보인다.
  5. 출전 확인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