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절일의 세부 내용:난한회
내용
난한회(暖寒會, 추위 녹이는 연회)
왕원보(王元寶)[1]는 매년 겨울 눈이 많이 내리면 하인들에게 눈을 쓸어 길을 내게 하고 빈객을 집으로 맞아들여 술과 안주를 차려놓고 연회를 베풀어 즐겼으니, 이것이 ‘난한회(暖寒會)’이다. 이는 실로 부호가의 풍류이자 운치일 뿐, 산촌에서는 이런 갖가지 음식들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눈은 납월의 삼백(三白)[2]을 상서롭게 여기니, 만약 납일 전 눈이 3번 내리면 벗들과 함께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시를 읊어서 그 상서로움을 기념해야 한다.
임홍(林洪)[3]의 《산가청공(山家淸供)》[4]에 ‘발하공(撥霞供)’이란 요리가 있다. 【《산가청공(山家淸供)》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무이산(武夷山)[5]의 6곡(六曲)[6]을 노닐다가 지지사(止止師)[7]를 찾아뵈었다. 마침 눈이 내리는 와중에 토끼 1마리를 잡았는데, 이 토끼로 요리를 할 만한 요리사가 없었다. 그러자 지지사가 ‘산골에서는 다만 토끼고기를 얇게 썰고 여기에 술·간장·산초로 양념을 해서 재워둔다네. 그리고 풍로(風爐)를 놓고 그 위에 절반보다 약간 모자라게 물을 넣은 냄비를 놓지.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술을 한 잔 마신 후 각자 젓가락으로 얇게 썬 토끼고기를 집어 냄비의 끓는 물에 넣고 휘저어 익혀서 먹네. 그런 뒤에야 각자 적당히 국물과 함께 곁들이기도 한다네.’라 하셨다. 이 조리법을 쓰면 간단할 뿐만 아니라 단란하게 모여 따뜻하게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있다.”[8]】 바로 이것이 시골 사람들이 눈을 감상하면서 추위를 녹이는 음식이다. 《금화경독기》[9]
각주
- ↑ 왕원보(王元寶):?~?. 중국 당(唐)나라의 문인. 황제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정월 초닷샛날 재물을 관장하는 신에게 절을 하거나 발채(發菜)를 먹는 일 등 그가 행했던 생활 습관이 민간 풍속에 영향을 미쳐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 ↑ 삼백(三白):납일 이전에 3차례 눈이 내리는 일. 삼백이 오면 다음 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하여 매우 상서롭게 여겼다.
- ↑ 임홍(林洪):?~?. 중국 송(宋)나라의 문인. 자는 몽병(夢屏). 저서로 《산가청사(山家淸事)》·《산가청공(山家淸供)》이 있다.
- ↑ 산가청공(山家淸供):중국 송(宋)나라의 문인 임홍(林洪, ?~?)의 조리서. 100가지의 요리법 외에도 차·조주(造酒)·음악에 관한 내용이 간단하게 수록되어 있다.
- ↑ 무이산(武夷山):중국 복건성(福建省)과 강서성(江西省)의 경계에 있는 산. 도교의 본산지이고, 주희(朱熹)가 머무른 뒤에는 성리학의 요람으로 여겨졌다.
- ↑ 6곡(六曲):중국 무이산의 6번째 절경인 선장봉(仙掌峯). 석벽으로 구성되어 있다.
- ↑ 지지사(止止師):?~?. 중국 송(宋)나라의 은사(隱士).
- ↑ 무이산(武夷山)의……있다:《山家淸供》 卷上 〈撥霞供〉(《叢書集成初編》 〈山家淸供〉1473, 11쪽).
- ↑ 출전 확인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