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금ㆍ검:금 연주할 때 금기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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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미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9월 22일 (화) 15:3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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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향을 피우면서 금을 연주할 때는 오직 향기가 맑고 연기가 적은 향을 피워야 한다. 만약 향의 진한 연기가 코를 찌르게 되면 좋은 흥취를 크게 떨어뜨린다. 연주할 때는 수침향(水沈香)[1]·봉래향(蓬萊香)[2]을 피워야지 용연향(龍涎香)[3]·독누향(篤耨香)[4]처럼 교태가 나는 향은 금한다. 《동천청록》 [5] 꽃을 마주보며 금을 연주할 때는 오직 암계(巖桂)[6]·강매(江梅)[7]·말리(茉莉)[8]·도미(荼䕷)[9]·담복(薝蔔)[10] 등 향기가 맑으면서 색이 요염하지 않은 꽃이라야 좋다. 만약 요염한 홍색이나 자주색이라면 적절한 꽃이 아니다. 《동천청록》 [11] 밤은 깊고 인적은 고요한데 달이 헌(軒)을 밝게 비출 때 수침향(水沈香)을 피워 놓고 옛 곡조를 연주하면 이것이 복희(伏羲)[12] 시대의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만 일경(一更, 밤 7시~9시) 이후 삼경(三更, 밤 11시~새벽 1시) 이전에 연주해야 한다. 대개 일경에는 사람들의 소리가 아직 고요해지지 않았고, 삼경에는 사람이 나른해져 잠이 오기 때문이다. 《동천청록》[13] 금을 연주하여 학이 춤추게 하려 한들 학이 꼭 춤을 추지도 않거니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시끄러워서 연주자가 마음을 온전하게 집중할 수 없으니, 이것이 광대의 공연을 구경하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진실로 군자의 일이 아니다. 《동천청록》[14] 여울물이나 폭포와 같이 일반적으로 물에서 소리가 나는 곳은 모두 금을 연주하기에 좋지 않다. 오직 물이 맑고 고요한 못이 좋으니, 못 근처 헌(軒)의 창가에서나, 혹은 대나무 옆이나 숲속에서 연주한다면 그 아취가 잘 어울린다. 산들바람이 솔솔 불 때 헤엄치던 물고기도 나와 금의 소리를 들으면[15] 그 즐거움이 무한하다. 《동천청록》[16] 봄과 가을 두 계절에는 기후가 온화하고 사람 또한 밤중에 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온갖 소리는 모두 고요해지고 달빛만 허공에 가득할 때 무릎 위에 금(琴)을 가로로 뉘이고 즉흥으로 짧은 곡조 연주하면 또한 마음 속 회포를 풀 수 있다. 《동천청록》[17] 금을 연주할 때는 꼭 솔바람과 시냇물 소리가 울리는 곳에서 해야 한다. 이 3가지는 모두 자연스레 나온 소리로, 서로 잘 어우러지는 종류끼리의 만남이다. 《동천청록》[18] 금을 연주하는 사람은 그 풍치(風致)가 청초(淸楚)하여 다만 차를 마시는 일이 좋다. 간혹 술로 흥취를 돋우는 일도 있지만 이때는 술기운이 약간 오르는 정도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만약 술을 쌓아놓고 냄새나는 음식을 늘어놓거나 성정을 어지럽히며 미친 듯이 술을 마셔 잔뜩 취한 모습으로 금을 연주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큰 추태이므로 가장 경계해야 한다. 《동천청록》[19] 【안 도종의(陶宗儀)[20]의 《설부(說郛)》[21]에는 《동천청록》 1권이 수록되어 있다. 도륭(屠隆)의 《산림경제적(山林經濟籍)》[22]에는 《동천청록》〈유록(游錄)〉·〈필록(筆錄)〉·〈묵록(墨錄)〉·〈연록(硯錄)〉·〈지록(紙錄)〉·〈첩록(帖錄)〉·〈서록(書錄)〉·〈화록(畫錄)〉·〈금록(琴錄)〉·〈향록(香錄)〉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송(宋)나라 조희곡(趙希鵠)[23]의 저술이라고 맨앞에 적혀 있다. 그러나 도륭의 책에서는 본래 종종 도종의의 《설부》에 수록된 《동천청록》과 내용상의 출입이 많이 있다. 그리고 위의 기사인 ‘달을 마주보며 금(琴)을 연주하는 일’과 ‘물가에서 금을 연주하는 일’ 두 조목에 이르러서는 그 설이 상반된다.[24] 아마도 도륭이 조희곡의 《동천청록》 전체본을 보지 않고 다른 여러 책에서 인용한 내용을 섞어놓고는 조희곡의 이름을 갖다 붙인 듯하다.】

각주

  1. 수침향(水沈香):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팥꽃나무과의 침향나무 심재(心材) 중 물에 넣었을 때 완전히 가라앉는 심재로 만든 향. 수침향과 이하의 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임원경제지 이운지》 권2 〈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 “향[香供]” ‘향료’에 나온다.
  2. 봉래향(蓬萊香):침향나무 심재 중에서 반은 뜨고 반은 가라앉은 심재로 만든 향. 삿갓만 한 크기로 봉래산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3. 용연향(龍涎香):향유고래의 배설물을 알코올에 녹여 만든 향.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생성된 검은 덩어리의 물질은 원상태로는 악취가 나지만 알코올에 녹여 정제하면 매우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
  4. 독누향(篤耨香):운향(芸香)과의 여러해살이풀에서 채취한 향료로 만든 향.
  5. 《洞天淸祿集》 〈古琴辯〉(《叢書集成初編》1552, 6쪽).
  6. 암계(巖桂):녹나무과 낙엽 활엽 교목이다. 중국에서는 소화계(少花桂)라 한다. 9~10월에 황색의 꽃이 뭉쳐서 피며 향기가 좋다. 《임원경제지 예규지》 권1 〈총서〉 “품평” ‘꽃의 아홉 품등’에서는 암계를 이품(二品)의 8가지 꽃 중의 하나로 꼽았다.
  7. 강매(江梅):장미과 낙엽 소교목인 매화나무 중 야생 매화. 주로 산속 계곡의 물가에서 자란다.
  8. 말리(茉莉):물푸레나무과 상록 덩굴관목인 재스민(모리화). 여름에 나팔꽃 모양의 꽃이 핀다. 《임원경제지 예규지》 권1 〈총서〉 “품평” ‘꽃의 아홉 품등’에서는 말리를 이품(二品)의 8가지 꽃 중의 하나로 꼽았다.
  9. 도미(荼䕷):장미과 덩굴관목인 찔레나무. 음력 사월에 연푸른색이나 흰색의 꽃이 피는데 그 꽃색이 ‘도미(酴醾)’라는 술과 유사하여 ‘도미(酴醾)’라고도 한다. 《임원경제지 예규지》 권1 〈총서〉 “품평” ‘꽃의 아홉 품등’에서는 도미를 일품(一品)의 9가지 꽃 중의 하나로 꼽았다.
  10. 담복(薝蔔):꼭두서니과 상록 관목인 치자나무. 6~7월에 흰색의 꽃이 피며, 독특한 향기가 난다.
  11. 《洞天淸祿集》, 위와 같은 곳.
  12. 복희(伏羲):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 오누이인 여와(女媧)와 부부가 되어 중국인의 시조(始祖)가 되었고, 팔괘(八卦)를 처음 만들었으며 그물을 발명하여 어획과 수렵의 방법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13. 《洞天淸祿集》, 위와 같은 곳.
  14. 《洞天淸祿集》, 위와 같은 곳.
  15. 헤엄치던……들으면:동물도 귀 기울이게 할 정도로 빼어난 연주를 가리키는 ‘유어출청(流魚出聽, 游魚出聽)’의 고사를 말하는데, 이 고사 중 물고기 부분은 본래 금이 아니고 슬(瑟)에 관한 것이었다. “옛날 호파(瓠巴, 전설 속 슬의 명수)가 슬을 연주하니 헤엄치던 물고기가 나와 들었고, 백아(伯牙, 금의 명수)가 금을 연주하니 여섯 마리 말이 고개를 들어 들었다.(昔者瓠巴鼓瑟, 而流魚出聽;伯牙鼓琴, 而六馬仰秣)” 자세한 내용은 《순자(荀子)》 〈권학(勸學)〉 참조.
  16. 《洞天淸祿集》 〈古琴辯〉(《叢書集成初編》1552, 7쪽).
  17. 《洞天淸祿集》, 위와 같은 곳;《說郛》 卷95 下 〈洞天清錄〉 “古琴辨” ‘膝上横琴’.
  18. 출전 확인 안 됨; 《山堂肆考》 卷162 〈音樂〉 “三聲類聚”.
  19. 출전 확인 안 됨.
  20. 도종의(陶宗儀):?~1369. 중국 원(元)나라 말·명(明)나라 초의 학자. 자는 구성(九成). 원나라 때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낙방 후에 은거하여 조정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학문에 몰두하였다. 저서로 《철경록(輟耕錄)》·《설부(說郛)》 등이 있다.
  21. 설부(說郛):도종의(陶宗儀)가 수필(隨筆)·설화(說話) 등의 책 1,000여 종을 편집한 총서(叢書).
  22. 도륭(屠隆)의 산림경제적(山林經濟籍):서유구는 《산림경제적》의 저자를 도륭이라고 했으나, 실제 저자는 도본준(屠本畯, 1542~1622)이다. 도본준은 도륭의 족손(族孫)으로, 태상전부(太常典簿)·신주지부(辰州知府)를 역임하였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산림에서 사는 정취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글들을 모아 《산림경제적》을 편찬하였다. 《산림경제적》에는 금(琴)과 관련된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아래쪽 원문의 ‘至於上項對月鼓琴、臨水鼓琴二條’라 말한 곳은 도륭의 《고반여사(考槃餘事)》 〈금전(琴箋)〉 소제목 중 ‘對琴’과 ‘臨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서유구가 《산림경제적》과 《고반여사》를 혼동하여 잘못 적은 것으로 추측된다.
  23. 조희곡(趙希鵠):1170~1242. 중국 남송(南宋)의 학자. 서화에 능하였으며, 여러 기물에 대한 감상기를 남겼다. 저서로 《동천청록집(洞天淸祿集)》이 있다
  24. 위의……상반된다:본문의 ‘여울물이나……무한하다’의 기사에서는 물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금을 연주하기에 좋지 않다고 했고, ‘금을……경계해야 한다’의 기사에서는 솔바람과 시냇물 소리가 울리는 곳에서 금을 연주하기에 좋다고 했으니 그 내용이 상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