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매
정의
윤회매는 밀랍, 종이, 노루털 등으로 만든 인조 매화로, 조선시대 이덕무가 만드는 법을 고안했다.
내용
윤회매(輪回梅, 인조 매화) 벌이 꽃의 정수를 가져다 꿀을 만들고, 그 꿀에서 밀랍(蜜蠟)이 생기고, 그 밀랍으로 매화를 만드는데, 이 매화를 ‘윤회매(輪回梅)’라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밀랍을 녹여서 꽃잎을 만든다.189 【밀랍을 반죽하는 사람이 치자(梔子)로 물들이기 때문에 밀납이 황색으로 되는데, 밀랍을 기름처럼 끓인 다음 질긴 종이에 짜내어 깨끗한 그릇에 받는다. 일반적으로 3번 짜면 찌꺼기는 걸러져 그 빛깔이 맑고 하얗게 된다. 짜낸 밀랍을 작은 자기 대접에서 끓이는데, 불길이 세면 물고기 눈이나 게거품 모양이 생기므로, 불길을 적당히 조절해서 과도하게 끓어오르지 않게 한다. 대접을 평지에다 내려놓고 재나 그을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만약 물고기 눈이나 게거품 모양이 생기면 꽃잎이 모두 탈피된 매미 껍데기처럼 되어서 쓰기에 적당하지 않다. 재질이 단단하고 나뭇결이 고른 2~3촌 길이의 재목으로 꽃잎을 본뜬 도구를 만드는데, 이를 ‘매화골(梅花骨)’이라 부른다. 그 머리 부분을 깎아서 하나의 매화 꽃잎 모양을 만들 때 머리와 배는 둥글고 볼록하게 만들고 꼬리는 점점 뾰족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반으로 쪼갠 표주박 자루 모양과 같거나 올챙이 모양처럼 된다. 대체로 나무 끝부분은 길가의 이정표를 세우는 돈대[堠]190처럼 튀어나오게 만들고, 꽃잎 부분의 꼬리는 마치 돈대에 세운 이정표의 ‘튀어나온 부분[頷]’처럼 만든다. 이를 목적(木賊)191으로 솔질해서 극도로 윤기가 나고 매끈하게 한다. 1개의 그릇에 찬 샘물을 담아 밀랍이 있는 대접의 곁에 놓고, 우선 매화골을 찬 샘물에 담갔다가 꺼낸 다음 납장(蠟漿, 밀랍 녹인 액)에 담가서 살짝살짝 손을 움직여 납장이 매화골의 등에 묻지 않게 조심한다. 이어서 이것을 다시 찬 샘물에 담그면 꽃잎이 콩껍질처럼 벗겨져서 물 위에 뜬다. 만약 손을 느리게 움직이면 꽃잎이 조악하게 되고 손을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꽃잎이 부서진다. 또 밀랍이 끓을 때 담그면 꽃잎에 구멍이 나고 밀랍이 식을 때 담그면 꽃잎은 두꺼워진다. 손을 움직이는 핵심은 마음가짐에 있으니 마음이 민첩하게 움직이면 꽃잎이 고르게 되고 손도 따라서 날아 다닌다. 일반적으로 밀랍에 담근 다음 곧 매화골 자루로 대접 가장자리를 한번 쨍 소리가 나도록 두드리면 꽃 두께가 고르게 될 것이다. 꽃잎이 매화골에서 빠져나오는 대로 건져서 종이 위에 엎어두면 금방 깨끗이 마른다. 대체로 꽃잎은 오목하면서도 깊이가 얕고 둥글면서 두께가 얇은 것이 중요하다.】 종이를 잘라 꽃받침을 만든다.192 【꽃받침은 삼록(三綠)193 물감을 들인 종이를 쓴다. 종이 끝부분의 색깔은 연잎의 녹색을 기준으로 하되 너무 오래된 종이는 쓸 수 없고, 벽록색(碧綠色) 종이만 쓸 수 있다. 이것은 매화 중에 진기한 품등이니, ‘녹악화(綠萼華)’라 부른다. 다른 매화의 꽃받침은 모두 황색이지만 5개의 톱니[齟齬]처럼 만드는 부분은 유독 연한 녹색이다. 또 다른 나무 끝을 녹두 크기로 깎고 아래는 점점 뾰족하게 만든다. 녹색 종이를 자르고 종이 끝의 톱니 모양은 두더지 발 같이 뾰족한 각이 5개 튀어나오게 오린다. 녹두 모양으로 깎은 나무의 둘레를 꼭 맞게 쌀 수 있을 크기의 종이로 만들되, 종이의 아래 양 가장자리는 잘라서 뾰족하게 만든다. 그 종이를 녹두 모양으로 깎은 나무에 거꾸로 감는데, 이때 5개의 뾰족한 부분인, 녹두 반 쪽 크기 만큼은 녹두 모양이 달려 있는 나무 자루의 오목한 곳에 드리워지게 한 다음, 실로 종이 위의 오목한 부분을 묶고 2~3번 둘레를 감는다. 엄지와 검지로 종이의 뾰족한 부분을 비벼서 만 다음 감았던 실을 풀고 나무 녹두에서 벗겨내면 둥그스름하게 꽃받침이 된다.194 이어서 그것을 납장에 담근 다음 굳기를 기다렸다가 그 톱니 모양을 밖으로 펴면, 5개의 뾰족한 부분이 고르게 완전해지고, 어느 순간 살아 있는 듯한 빛깔을 띠게 된다. 5개의 뾰족한 부분이 꽃받침이 되고, 말아서 꼬리가 된 부분은 꼭지가 된다.】 노루털을 잘라서 꽃술을 만든다.195 【노루털은 하얗고 속이 비어 있는데, 1개의 꽃술마다 50개의 털을 잘라서 섞이지 않도록 한다. 날카로운 끝을 밀랍에 담가서 흩어져 날아가지 않게 한 다음, 예리한 칼로 노루털뿌리의 양쪽 가장자리를 마치 규수(圭首)196처럼 뾰족하게 자른다. 가운데 1개 또는 2개의 꽃술은 특별히 길게 두고 자르지 않는데, 이것은 씨앗을 맺게 하는 꽃술로, 갓난애의 배꼽 꼭지와 같다. 이것은 그림에서 표현한 매화를 따라 만든 것이다. 진짜 매화는 중앙의 꽃술 10여 개가 도리어 움푹 들어가 있고 길이도 조금 짧다. 노루털이 없으면 때로는 흰모시[白苧]197 날실198을 쓰기도 한다. 5개의 꽃잎을 꽃받침에다 붙인 뒤에, 노루털뿌리는 다시 납장(蠟漿)을 묻혀 꽂는다. 석자황(石雌黃)199가루와 포황(蒲黃, 부들)가루, 또는 황량(黃梁, 기장)가루와 개자(芥子, 겨자)가루를 고르게 섞어 놓는다. 따로 대꼬챙이끝에 풀을 묻혀 꽃술 끝에 살짝 바른 뒤 꽃술을 뒤집어서 준비해 둔 황색 가루를 묻힌다. 다른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불로 털 꽃술의 끝을 태우면, 불탄 흔적이 자연스럽게 황색 가루를 묻힌 듯하다.】 뒤이어 납장으로 꽃잎을 이어 붙여 5개의 꽃잎을 만드는데, 꽃받침을 뒤에 붙이고, 꽃술을 가운데에 꽂으면 5개의 꽃잎이 나온 꽃이 완성된다. 【매화골로 만들어 놓은 꽃잎 중에 거칠고 빳빳한 꽃잎은 임의로 손톱으로 긁어내는데, 고르고 반듯하게 되도록 한다. 꽃잎 꼬리에다 납장을 살짝 묻히고 이를 포개 붙여 5개 꽃잎이 되도록 만든다. 손가락 끝에서 떨어지지 않게 잡고 있다가 5개 꽃잎이 완성되면 평상 위에다 엎어둔다. 꽃받침에 다시 납장을 묻혀 꽃 가운데에 붙이고, 꼭지를 들어서 감상해보면 5개 꽃잎이 또렷할 것이다. 꽃잎의 꼬리가 모인 부분은 서로 겹쳐 있어 구멍이 없다. 따라서 송곳 끝을 불에 달구어 구멍을 낸 다음, 이곳에 꽃술을 꽂고 가루를 묻힌 뒤, 다시 송곳 끝으로 꽃술을 고르게 만든다. 이때 꽃술 위는 흩어지고 아래는 모이게 하되, 겹쳐서 끌리거나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한다. 《화보(畫譜)200》에서 “호랑이 수염 같이 굳세게 그리네.”201라 했는데, 굳세고 곧은 털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또 “가운데 꽃술 길고 주변의 꽃술 짧게 하며, 작은 점 이어 붙이듯 꽃술의 머리를 그리지.”202라 했다.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나무 끝을 콩의 크기 또는 녹두 크기로 깎아서 별도로 납장에 담가 본을 뜨는데, 이것을 ‘여(余) 자’ 또는 ‘항주(項珠, 긴 목으로 받치고 있는 구슬)’라 한다. 꽃봉오리 가운데가 벌어져 꽃술 끝이 살짝 나와 있으면 ‘시(示) 자’라 하며, 동그란 봉오리에 꽃잎 하나가 끼어 있으면 ‘이(李, 자두)’라 한다. 5개 꽃잎이 말려 있어서 가운데 꽃술이 나와 있지 않으면 ‘옛 노전[古魯錢]203’이라 하고, 말려 있으면 서도 꽃술이 나와 있으면 ‘수구(繡毬, 수놓은 공)’라 한다. 이 2가지는 5개 꽃잎을 연이어 붙이고 꽃잎 하나하나를 불에 쬔 다음 손가락으로 안쪽을 향해 휘게 하여 만든다. 꽃잎 3개는 떨어져버렸고 남은 2개마저 떨어지려 하고 꽃술만 홀로 싱싱하면 무성한 꽃술을 ‘원이(猿耳, 원숭이 귀)’라 한다. 1개 봉오리에 2개 꽃잎이 끼어 있으면 ‘고(苽, 줄풀)’라 한다. 5개 꽃잎이 고르게 꽉 차 있으면 ‘규경(窺鏡, 거울을 보다)’ 또는 ‘면일(面日, 해를 마주 보기)’이라 한다. 남북으로 난 꽃잎은 말려 있고 좌우로 난 꽃잎은 피어 있으면 ‘면(冕, 면류관)’이라 한다. 꽃잎이 하나 남아 있으면 ‘호면(狐面, 여우 얼굴)’이라 한다. 또 산두(蒜頭, 마늘쪽)·해아면(孩兒面, 갓난아이 얼굴)·토취(兔嘴, 토끼 주둥이)·구형(龜形, 거북이 모양)·풍락(風落, 바람에 떨어진 꽃잎)·삼태(三台, 삼태성)·배일(背日, 해를 등지다)·향양(向陽, 해를 향하다) 등이 있다.】204 매화나무나 복숭아나무의 가지로 윤회매의 가지를 만든다. 굵은 가지[楂]를 만들려고 하면 복숭아나무·살구나무·철쭉 등의 늙은 줄기에 꽃을 이어 붙인다. 꽃과 꽃받침의 개수는 만들려고 하는 의도대로 한다. 그렇지만 적은 편이 차라리 낫지 번다해서는 안 된다. 【가지는 반드시 매화나무 가지 또는 벽도(碧桃, 푸른 빛깔의 복숭아)나무 가지를 써야 하는데, 너무 촘촘해도 안 되고, 길어도 안 되며, 커도 안 된다. 가지의 전체적인 형세[體勢]가 그림의 품격에 맞는 경우는 가지가 많아야 3개를 넘지 않으며, 곁가지의 경우는 5~6개 정도이다. 색이 절반만 붉은 가지나, 병들어 검은 얼룩이 생긴 가지는 금한다. 가지를 휘거나 펴거나, 깎거나 묶을 때에 자신의 의도와 능숙한 솜씨로 전체적인 형세를 따라가면서 만든다. 가지가 어리면 꽃이 외로워 보이고, 가지가 늙으면 꽃이 볼품없어 보인다. 가지는 어리지도 않고 늙지도 않아야 하고, 꽃은 반드시 잘 얽어서 붙여야 하니, 비스듬하거나 똑바르거나 위로 향하거나 아래로 굽은 모습 등이 각각 그 적당함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굵은 가지는 복숭아나무·살구나무·도토리나무·철쭉 중에서 가시나 이끼가 있는 재목을 쓰는데, 괴이한 빛깔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색이 검푸르고, 비에 벗겨지거나 흙에 침식되고, 좀이나 개미가 구멍을 뚫은 재목을 귀하게 여긴다. 잔가지에는 두병(斗柄)205·여자[女字, 여(女) 자 모양]·철편(鐵鞭)206·학슬(鶴膝, 학의 다리)·용각(龍 角, 용의 뿔)·녹각(鹿角, 사슴의 뿔)·궁초(弓梢, 활대)·조간(釣竿, 낚싯대) 등의 모양이 있다. 《개자원화보》에서 “기조(氣條)에는 꽃을 달지 말라.”207라 했다. 기조란 어린 가지가 자라면서 곧바르게 큰 가지이다. 칼끝으로 잔가지의 눈을 파서 여기에 꽃꼭지 끝을 꽂는데,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또는 꼭지 끝을 아교에 묻혀서 잔가지의 눈에다 붙이기도 한다. 《개자원화보》에서 “드문드문 있는 가지를 귀하게 여기고 번다하게 있는 가지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늙은 가지를 귀하게 여기고 어린 가지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마른 가지를 귀하게 여기고 살찐 가지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꽃봉오리를 머금은 가지를 귀하게 여기고 활짝 핀 가지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208라 했다.】 윤회매를 꽂을 때는, 꺾은 가지라면 고동병(古銅甁, 오래된 구리 꽃병)이나 가요호(哥窯壺)209에 물을 담고 꽂아 두어야 가지가 시들지 않는다. 굵은 가지가 있으면 필통(筆筒) 모양 꽃병이나 자두(磁斗)210에 꽂아 두어야 한다.211 오래 두고 완상하려 할 때는 가지에 녹색 밀랍 찌꺼기를 진하게 묻혀 물을 뿜어 씻겨준다. 또는 비가 오는 곳에다 옮겨 두면 훨씬 더 신선해 보인다. 또는 괴석(怪石)을 옆에 두거나, 바위 구멍에 꽂아두면 풍류와 운치가 한결 뛰어나다. 《윤회매십전》212 송(宋)나라 사람이 “납매(蠟梅)는 본래 매화 종류는 아니지만 매화와 같은 시기에 나오고, 색깔이 벌집과 비슷하기 때문에 ‘납매’라 부른다.”라 했다. 《화경(花經)213》에서는 “납매의 원래 이름은 황매(黃梅)이니,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의 문호에서 납매라 명명했다.”214라 했다. 지금 밀랍으로 만든 매화를 뒤섞어서 ‘납매’라고 부른다면, 어찌 황매와 혼동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억지로 ‘윤회매’라 명명했다. 황정견이 납매라 칭하면서 말하길 “일종의 매화 종류가 있는데, 여자 장인이 밀랍을 빚어서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했다.”215라 했으니, 그렇다면 송나라 때 이미 밀랍으로 매화를 만드는 법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 《윤회매십전》216 매화골식(梅花骨式, 매화 꽃잎 틀 모양) 측식(仄式, 옆면 모양) 전지오저어식(剪紙五齟齬式, 종이를 5개 톱니처럼 자른 모양) 두투식(荳套式, 녹두처럼 생긴 꽃받침 씌우기 틀 모양) 전지선속식(剪紙線束式, 자른 종이를 실로 묶는 모양) 악식(萼式, 꽃받침 모양) 예식(蕊式, 꽃술 모양) 여자(余字, 여 자 모양) 항주(項珠, 긴 목으로 받치고 있는 구슬) 시자(示字, 시 자 모양) 이(李, 자두) 옛 노전[古魯錢, 옛 동전] 수구(繡毬, 수놓은 공) 원이(猿耳, 원숭이 귀) 고(苽, 줄풀) 규경(窺鏡, 거울을 보다) 면(冕, 면류관) 호면(狐面, 여우 얼굴) 토취(兔嘴, 토끼 주둥이) 산두(蒜頭, 마늘쪽) 해아면(孩兒面, 갓난아이 얼굴) 구형(龜形, 거북이 모양) 풍락(風落, 바람에 떨어진 꽃잎) 삼태(三台, 삼태성) 배일(背日, 해를 등지다) 영양(迎陽, 해를 향하다)217 여자식[女字式, 여(女) 자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