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고금(古琴) 판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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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미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9월 15일 (화) 15:27 판 (새 문서: 금은 뱀의 배 비늘무늬가 있는 것을 고금으로 여긴다. 《동파지림(東坡志林)<ref>동파지림(東坡志林):중국 송(宋)나라 소식(蘇軾)이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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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뱀의 배 비늘무늬가 있는 것을 고금으로 여긴다. 《동파지림(東坡志林)[1][2]고금은 단문(斷紋)[3]으로 진위를 검증하는데, 500년이 되지 않은 것은 표면에 단문이 없다. 그중에 사복단(蛇腹斷)이 있으니, 이는 그 무늬가 금의 윗면에 가로로 0.1척 간격이나 혹은 0.2척 간격으로 서로 비슷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나 있어 뱀의 배[蛇腹]와 같은 무늬이다. 또 세문단(細紋斷)이 있으니, 이는 수천수백 가닥의 머리카락처럼 미세한 단문인데, 역시 간격이 고르고 금의 양 옆면에 이 무늬가 많지만 임악 근처에는 없다. 위판과 밑판 모두 터진 단문이 있다. 또 매화단(梅花斷)이 있는데, 그 무늬가 매화 꽃송이 같으니, 이런 금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천여 년이 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단문이 있을 수 없다. 대개 옻칠한 기물에는 단문이 없는데 유독 금에만 단문이 있는 이유는, 다른 기물은 포칠(布漆)[4]을 하지만 금은 포칠하지 않고, 다른 기물은 가만히 비치해 두는 반면 금은 밤낮으로 연주할 때 줄이 부딪치고, 또 세월이 오래 되면 오동나무가 썩으며 칠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단문이 숨어 있는 부분은 비록 썩었어도 숫돌로 재차 갈아내고 거듭 옻칠하여 광을 내면 그 무늬가 더욱 드러난다. 그러나 진짜 단문은 무늬가 칼날처럼 예리하고 위조한 단문은 그렇지 않다. 《동천청록》[5] 고금인 양 위조하는 경우, 신주(信州)129의 박연지(薄連紙)130를 사용한다. 먼저 박연지 위에 옻칠을 한 겹 하고 그 뒤에 회(灰)를 덧칠하는데, 이 종이가 갈라지면 무늬가 생긴다. 또 겨울에 활활 타는 불을 금에 쬐어서 금을 매우 뜨겁게 한 뒤에 금 위에 눈을 덮고 다시 매우 뜨겁게 하거나, 작은 칼로 금의 면에 선을 긋기도 한다. 비록 속인의 눈을 현혹시킬 수는 있으나, 무늬에 칼날 같은 예리함이 결코 없으니 역시 구별하기는 쉽다. 《동천청록》<ref《洞天清録集》 〈古琴辨〉(《叢書集成初編》1552, 1쪽).</ref> 오래된 금의 칠색(漆色)은 세월이 오래되면 옻칠의 광택이 다 사라진다. 오직 색의 검기가 바다 건너에서 사 온 거무스름한 오목(烏木)과 같은 금만이 가장 오묘하고 고풍스럽다. 어떤 이가 광택이 없는 금을 문질러 갈고서 다시 옻칠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고금의 품격을 잃을 뿐 아니라 금의 소리가 막힌 듯 답답해지니, 이는 매우 경계할 일이다. 《동천청록》[6] 고금으로 위조할 때는 혹 계란 흰자를 회반죽에 넣어 금에 바르고 시루에 이 금을 찐다. 그리고 바람과 햇빛이 들어 건조한 곳에 걸어두면 역시 단문이 미세하게 생긴다. 또 가짜로 우모단문(牛毛斷紋)[7]을 만드는데, 여러 개의 바늘로 실과 같은 선을 그리고 다시 머리카락으로 이를 문지른다. 그러나 위조한 단문은 손으로 문지르면 갈라진 무늬에서 흔적이 남지만, 진짜는 흔적이 보이기는 해도 문지르면 흔적이 없어진다.

고금을 구별하는 그다음 기준은, 위판과 밑판을 합봉한 곳을 보는데 틈이 없고 벌어지지 않았으며, 단문이 금의 어깨를 넘어서도 이어지면 이런 금은 칠회금(漆灰琴)[8]이다. 만약 위판과 밑판에는 단문이 있는데 양 옆면에 칠의 광택이 있으면, 이는 금을 열었다가 다시 봉합하고 거듭 칠해서 보정한 금이다. 이런 금은 요회금(料灰琴)[9]으로, 고금과 흡사하지만 완상할 만한 진짜 고금은 아니다. 《준생팔전》 [10]

  1. 동파지림(東坡志林):중국 송(宋)나라 소식(蘇軾)이 당시의 일사(逸事)와 기문(奇聞)을 모아 엮은 책으로, 전체 5권이며, 《동파수택(東坡手澤)》이라고도 한다. 후편(後篇)은 《동파대전집(東坡大全集)》에 수록되어 있다.
  2. 출전 확인 안 됨;《說郛》巻100 〈雜書琴事〉(《文淵閣四庫全書》 881, 655쪽). 知琴者 以謂前一指後一紙為妙 以蛇蚹紋為古/知琴者以謂前一指後一紙爲妙,以蛇蚹紋爲古。(N37_東坡全集 補遺)
  3. 단문(斷紋):오래된 금의 칠 표면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풍화되거나 연주할 때의 진동에 의해 미세하게 균열되어 생긴 무늬.
  4. 포칠(布漆):기물의 표면에 베를 먼저 붙이고 그 위에 옻칠을 하는 칠공예법.
  5. 《洞天清録集》 〈古琴辨〉(《叢書集成初編》1552, 1쪽).
  6. 《洞天清録集》 〈古琴辨〉(《叢書集成初編》1552, 3쪽).
  7. 우모단문(牛毛斷紋):백 가닥 천 가닥 소의 털 모양으로 미세하게 갈라진 무늬.
  8. 칠회금(漆灰琴):금을 위조할 때 위판과 밑판을 새로 합봉하면서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해 칠식(漆喰)을 입히고 단문을 옆면에도 낸 금.
  9. 요회금(料灰琴):위판과 밑판에는 단문이 있는데 옆에는 그와 다른 빛깔의 광택 나는 칠이 덧칠되어 있는 금.
  10. 《遵生八牋》 卷15 〈燕閒淸賞牋〉 中 “論琴” ‘古琴新琴之辨’(《遵生八牋校注》, 6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