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문방아제:재에서 꺼내기

pungseok
강민우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8월 30일 (일) 14:4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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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재에서 꺼내 깨끗이 턴 뒤 가는 체에 벌여놓고 그늘에서 1~2일 동안 햇볕을 쬔다. 다시 먹을 깨끗이 털고 바람 부는 곳에 둔 뒤 1~2일 동안 햇볕을 쬔다. 먹의 표면과 속이 완전히 마르면 거친 베로 문질러 표면에 떠 있는 그을음[浮煙]을 제거하고, 단단한 솔을 밀랍에 담가 광택이 돌 때까지 솔질을 한다. 먹이 마르고 단단해진 뒤에 솔질을 더 하면 먹에 광택이 나면서 검은색이 돌지만, 마르지 않은 채로 먹을 닦으면 먹의 표면이 회색으로 변해서 아무리 닦아도 검은색을 띠지 않는다. 오직 약수(藥水)로 닦은 다음 갈아서 광택을 낸 먹만이 옻칠을 한듯 선명하고 밝다. 《묵법집요》[1]


석지(石池)[2]에 물을 담고, 그 위에 널빤지를 놓는다. 그런 다음 널빤지 위에 먹을 놓고, 오래되고 가는 짚신 밑창을 적은 양의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먹을 문지른다. 먹을 매끈하고 고르게 한 다음 비단으로 깨끗하게 닦는다. 이를 햇볕에 두었다가 마르면 닦아내고 거친 베로 문질러 광택을 낸다. 그런 다음 마노(瑪瑙)를 부숴 먹을 문지르고 나서 주머니에 넣어 높은 곳에 매달아두었다가 완전히 마르면 종이에 싸서 보관한다. 날씨가 화창할 때마다 먹을 꺼내 마른 비단으로 닦아내고, 바람이 부는 곳에서 잠시 햇볕에 쬐었다가 거둔다. 만약 찌는 듯이 무덥고 습할 때에는 간단히 불에 쬔다. 다만 이때 불에 쬐는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같아야지, 뜨거워서는 안 된다. 2~3번 여름을 지내면 아교의 성질이 충분히 건조되어 먹에는 점차 저절로 습기가 차오르지 않게 된다. 처음 재에서 먹을 꺼낼 때 불에 쬐어도 좋다.

불에 쬐는 방법:배롱(焙籠)[3] 아래에 종이 1장을 깔고, 재를 담은 항아리에 뜨거운 숯덩이 1개를 깊이 묻고서 먹을 천천히 불에 쬐어 먹의 습기를 제거한 뒤에 삼나무 상자에 보관한다. 상자의 외부는 검은 광택이 돌도록 옻칠하고, 내부는 옻칠하지 않는다. 평상 위에 상자를 두어 사람 기운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숙칠(熟漆)[4]로 대강이라도 먹의 표면을 닦아내야만 습기가 먹에 침투하는 일을 면할 수 있다. 만약 새로 제조한 먹에 바로 1번이라도 습기가 차면 먹의 정수가 모두 제거되어 사용할 수 없다. 《묵법집요》[5]


  1. 《墨法集要》 〈出灰〉(《叢書集成初編》 1496, 55~57쪽).
  2. 석지(石池):물을 담아 두는 도구나 용기의 총칭.
  3. 배롱(焙籠):화로에 씌워 놓고 그 위에 젖은 기저귀나 옷을 얹어 말리도록 만든 기구.
  4. 숙칠(熟漆):옻나무 진을 끓여서 만든 칠.
  5. 《墨法集要》 〈水池〉(《叢書集成初編》 1496, 58~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