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문방아제:재에 넣기

pungseok
강민우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8월 30일 (일) 14:28 판 (새 문서: 먹을 덮을 때는 반드시 물기가 스민 볏짚의 재를 사용해야 하니, 이 재를 ‘패회(敗灰)’라 한다. 그 볏짚재로 구덩이를 만들면 성질이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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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덮을 때는 반드시 물기가 스민 볏짚의 재를 사용해야 하니, 이 재를 ‘패회(敗灰)’라 한다. 그 볏짚재로 구덩이를 만들면 성질이 맹렬하지 않은 볏짚재가 없다. 패회를 한낮에 햇볕에 쬐어 말리고 체로 쳐서 곱게 만들어 쓴다. 나무로 만든 네모난 소반으로 재 구덩이를 만든다. 4계절 날씨와 관계없이 먹 밑에 까는 재는 모두 0.1척 이상의 두께로 깔고, 먹 윗면을 덮는 재는 0.1척 이하의 두께로 덮는다. 재로 먹을 덮을 때는 펼쳐서 평평하게 덮어야지, 눌러서 가득 채워서는 안 된다. 눌러서 가득 채우면 습기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먹을 덮을 때는 굳이 먹에 종이를 댈 필요가 없지만, 큰 먹은 반드시 먹에 종이를 대주어야 좋다. 그 이유 중 첫째는 먹의 색깔이 손상되는 일을 면할 수 있고, 둘째는 재가 먹의 무늬에 끼는 일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1번씩 재를 갈아주는데, 이때는 반드시 마른 재와 기존에 쓰던 재를 절반씩 고루 섞어 사용해야 한다. 이때 바람을 쐬면 안 되니, 바람을 쐬면 먹이 쪼개진다. 먹은 재에서 꺼낼 때 너무 부드러워도 쪼개지고, 재에서 꺼낼 때 너무 건조하면 갈라지니, 먹이 부드럽지도 않고 단단하지도 않을 때 비로소 재에서 꺼낼 수 있다. 재에서 꺼낸 뒤에는 솔로 깨끗하게 털고 곧 세포(細布)로 쳐낸 용뇌(龍惱)·사향(麝香)[1]가루를 섞어 뿌려준 다음 종이에 싸서 보관한다. 만약 바람이 부는 곳에서 햇볕을 쬐면 먹이 굽거나 갈라진다. 먹을 재로 덮은 날짜와 재에서 꺼낸 날짜를 반드시 기록해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2월·3월·8월·9월에는 재받이 홈통에 넣고 2층으로 덮어야 좋고, 4월·5월·6월·7월에는 1층으로 덮어야 좋고, 10월·11월·12월·1월에는 3층으로 덮어야 좋다. 또 예컨대, 3층으로 덮을 때는 먼저 재받이 홈통 바닥에 재 0.1척을 펼쳐 먹 1층을 그 위에 배열하고, 다시 그 위에 재 1촌을 펼쳐 먹 1층을 배열하고, 다시 그 위에 재 0.1척을 펼쳐 먹 1층을 배열한 다음 그 위에 재 0.1척을 펼쳐서 덮으니, 이런 형식이 3층이다. 봄과 겨울에 1~2돈 정도의 무게로 덮으면 하룻낮 두 밤 만에 재에서 먹을 꺼내고, 가을과 여름에 먹을 덮으면 하룻낮 한 밤 만에 재에서 꺼낸다. 봄과 겨울에 1~2냥(兩)[2] 정도의 무게로 덮으면 두 낮 세밤 만에 재에서 먹을 꺼낸다. 대략 이와 같지만, 또한 날짜에 얽매어 날짜대로 지켜 먹을 꺼내기는 어렵다. 다만 먹을 서로 부딪쳐 보아 그 소리가 건조하고 맑게 울리면 곧 재에서 꺼내도 되니, 이것이 바로 송연묵(松煙墨)을 덮는 방법이다. 만약 유연묵(油煙墨)을 덮을 경우에는 재에서 조금 늦게 꺼내야 한다. 대개 유연묵은 원래 약수(藥水)를 송연묵보다 2배나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디게 말라서이다.

여름에는 높은 지붕 밑의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덮어 두어야 하고, 겨울에는 밀실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덮어 두어야 한다. 겨울에는 재를 두껍게 덮어야 하고, 여름에는 재를 얇게 덮어야 한다. 여름과 가을에 습기가 찌는 듯할 때는 아교가 찌는 듯한 습기에 망가질까 두려우므로 먹을 만들기 가장 어려울 때이니, 먹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한겨울에 몹시 추울 때는 아교가 얼어 망가질까 두려우므로 역시나 먹을 만들기 어렵다. 겨울에는 축축한 그을음반죽을 오랫동안 책상에 둘 수 없으니, 급히 재에 넣어 오랫동안 덮어뒀다가 재에서 꺼낸다. 이때, 먹을 늦게 꺼내면 표면이 거칠고 마치 송매(松煤, 소나무 태운 그을음)색처럼 희끗희끗해져서 아무리 닦아도 광택이 돌지 않는다. 재에 습기가 있으면 햇볕을 쬐어주고, 날씨가 흐리면 덖어준다. 추운 겨울에는 음실(廕室, 재로 먹을 덮는 공간)에 밤낮으로 불을 꺼트리지 않는다. 그러나 불을 세게 지피거나 갑자기 때면 모두 먹의 흠결이 되니, 반드시 불의 세기를 잘 살펴가며 사용해야 한다.

큰 먹을 덮는 방법은 먼저 조금 마른 재를 평평한 바닥에 펼치고, 종이로 먹의 위아래를 감싸 재로 덮는다. 1일이 지나면 먹을 꺼냈다가 따로 준비한 윤기있는 재로 갈아주고, 이전처럼 종이로 먹을 감싸 재로 덮는다. 이렇게 1일에 1번 재와 종이를 갈아주다가 약 5~6일이 지난 뒤, 먹이 마르면 종이로 감쌀 필요 없이 먹만 마른 재 속에 넣는다. 가령 진시(辰時, 오전 7~9시)에 1번 갈았다면 오시(午時, 오전 11~오후 1시)에 1번 갈아주고, 술시(戌時, 오후 7~9시)에 1번 갈아준다. 이런 식으로 1일에 3번 마른 재로 갈아준다. 약 5~6일이 지난 뒤, 먹이 완전히 마르면 꺼내서 깨끗이 턴다. 여기에 더해 이전에 먹에 밀랍을 바를 수 없다면 두꺼운 종이로 싸서 바람을 쐬지 않을 만한 곳에 둔다. 15일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바람을 쐴 수 있다. 일반적으로 0.5근 무게의 먹을 잘 제조하려면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묵법집요》[3]


  1. 사향(麝香):사슴과 동물인 사향노루 수컷의 사향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분비물을 말린 것. 가을부터 봄 사이에 사향노루를 잡아 사향주머니를 베어내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털이 없는 부분을 칼로 베고 내용물을 꺼낸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심경(心經)·비경(脾經)에 주로 작용하고 십이경맥(十二經脈)에 모두 작용한다.
  2. 냥(兩):무게의 단위. 1돈(錢)의 10배.
  3. 《墨法集要》 〈入灰〉(《叢書集成初編》 1496, 51~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