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금ㆍ검: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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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미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9월 24일 (목) 09:4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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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현금(玄琴, 거문고)
《삼국사기(三國史記)90》에 “현금은 중국 아부(雅部)[1]의 금(琴)을 본떠 만들었다. 《신라고기(新羅古記)》[2]에는 ‘애초에 진(晉)나라 사람이 칠현금(七絃琴)을 고구려에 보내왔다. 이때 제2상(第二相)인 왕산악(王山岳)[3]이 그 제도를 고쳐 악기를 제작하고, 겸하여 악곡을 지어 연주했다. 이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으므로 마침내 이름을 현학금(玄鶴琴)이라고 했는데, 후대에는 다만 현금(검은고)이라고 했다.’" [4]라 했다.
현금 만드는 법을 살펴보면, 위판은 오동나무를 쓰고 밑판은 밤나무를 쓰며, 괘(棵)[5]는 회목(會木, 회양목)을 쓰고 종목(棕木, 종려나무)이 그다음이다. 장식(粧飾) 【용구(龍口) [6]·봉미(鳳尾) [7]·좌단(坐團) [8]·담괘(擔棵) [9]·진괘(軫棵) [10]100·운족(雲足) [11]·주[柱, 속명 기괘(岐棵)] [12] 등을 현금의 장식이라 한다.】 은 자단(紫壇)·철양(鐵楊, 버드나무)·오매(烏梅)[13]·산유자 등의 나무를 쓴다. 학슬(鶴膝)[14]에는 청형(靑荊, 푸른 광대싸리나무) 【속칭 ‘청멸애’】 을 쓴다. 염미(染尾) 【속칭 ‘부들’】 에는 여러 가지 색의 명주실을 쓰는데, 간혹 푸른 물을 들인 무명실을 쓰기도 한다. 귀루(鬼淚)[15]에는 홍록색의 명주실을 쓴다. 담괘(擔棵)의 안쪽에는 대모(玳瑁) [16]를 붙인다. 【대모는 색이 황색이고 두꺼운 것이 가장 좋다.】
거문고의 줄은 모두 6현108인데 대현(大絃)이 가장 굵고, 문현(文絃)·무현(武絃)이 다음으로 굵으며, 괘상청(棵上淸)이 조금 가늘고, 기괘청(歧棵淸, 괘하청)이 더 가늘고 유현(遊絃)이 더 가늘다. 술대는 단단한 해죽(海竹, 시누대)을 쓴다. 《악학궤범(樂學軌範)》 [17]

거문고의 줄












민간의 악기 중에는 오직 현금(玄琴)이 옛 제도와 가장 가깝다. 대개 앞(머리)이 넓고 뒤(꼬리)가 좁으며 위판은 둥글고 밑판은 네모난 것이며 모양과 용구·봉미와 7현의 제도[18]는 현금과 고금이 같다. 오직 휘(暉, 徽)가 괘(棵)로 바뀌었는데, 이것만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13개의 휘가 1년의 12개월과 윤달을 본뜬 것이고, 13개의 괘[19]도 1년의 12개월과 윤달을 본뜬 점은 같다. 더욱이 괘(卦)를 잘못하여 괘(棵)라 부르는 것은 휘(徽)를 잘못하여 휘(暉)라 부른 것과 같다.[20] 무엇을 괘(卦)라고 하는가? 사물의 형상을 걸어서[懸掛]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erf>사물의……것:《周禮注疏》 〈주역겸의(周易兼義)〉 “건괘(乾卦)”의 소(疏)에 “괘(卦)라는 것은 《역위(易緯)》에 ‘괘는 거는 것이다.’라 했으니, 사물의 형상을 걸어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괘’라고 하였다.(謂之卦者, 《易緯》 云‘卦者, 掛也’, 言懸掛物象以示于人, 故謂之卦.)”라 했다.</ref>이 《주역(周易)》의 괘이고, 여러 줄을 걸어 소리를 내는 것이 금의 괘이다. 금은 본래 복희(伏羲)[21]가 만들었는데, 금의 괘로 《주역》의 괘를 본떴으니, 그 이치가 거의 비슷 하다. 지금 《신라고기(新羅古記)》를 살펴보면, 진(晉)나라 사람이 칠현금을 고구려에 남겨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구려 사람이 어떻게 금의 옛 제도를 알았겠는가? 어쩌면 은일(隱逸)하는 군자가 바다를 건너와 전해주어서일 것이다. 다만 지금 금의 곡조는 사람들이 멋대로 가락을 만들어서 모두 음이 번잡하여 옛날의 정성(正聲, 바른 소리)을 맑게 회복할 수 없으니, 이 점이 아쉽다. 《동국문헌비고·악고(東國文獻備考·樂考)[22][23]

각주

  1. 아부(雅部):중국 고대의 의식음악, 또는 이를 복원한 것으로 간주되는 역대 음악.
  2. 신라고기: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참고한 신라 사서(史書) 명. 단, 이 인용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신라의 옛 기록’을 가리킬 수도 있다.
  3. 왕산악(王山岳):?~?. 고구려 음악가. 이름과 ‘제2상(相)’이라는 직명 모두 《삼국사기》의 기록이 유일하다.
  4. 현금은……했다:《삼국사기(三國史記)》 권32 〈잡지(雜志)〉 “악(樂)”.
  5. 괘(棵):卦, 掛, 罫로도 쓴다. 거문고의 줄 짚을 자리를 따라 길이에 수직 방향으로 줄지어 박은 줄받침나무, 프렛(fret). 거문고 6현 중 3개(II 유현, III 대현, IV 괘상청)는 이 괘 위에 올려져 있다. 근세 거문고의 괘는 16개이나, 이 글에서는 더러 13개인 것처럼도 이야기하고 있다.
  6. 용구(龍口):금의 머리 끝 모서리에 뚫어 놓은 긴 구멍.
  7. 봉미(鳳尾):거문고 용구의 반대쪽 꼬리 부분.
  8. 좌단(坐團):거문고 머리의 위판 부분으로, 연주자의 오른손이 좌단 위에 놓인다.
  9. 담괘(擔棵):거문고의 꼬리 쪽에서 시작한 줄이 머리의 좌단 아래로 들어갈 때 마지막으로 걸리는 턱 부분. 중국금의 ‘악(嶽)’에 해당하나, 금의 악이 브리지(bridge) 역할을 하는 데 비해, 거문고에서는 꼬리에 가장 가까운 대괘(大棵, 제1괘)가 브리지, 담괘는 너트(nut)에 각각 해당한다.
  10. 진괘(軫棵):거문고의 담괘 아래에서 줄을 조이는 장치. 중국 금의 진(軫)에 해당한다.
  11. 운족(雲足):거문고·슬 등의 봉미 양쪽 밑에 달린 발 부분으로, 밑판이 바닥에 직접 닿지 않게 하기 위하여 붙였다.
  12. 주[柱, 속명 기괘(岐棵)]:현주(絃柱)라고도 하며, 현악기의 낱개 줄을 받치는 이동식 브리지. 가야금·아쟁의 주는 기러기 날아가듯 비스듬히 배열하므로 ‘안족(雁足)’이라 하지만, 거문고에서는 주 또는 기괘(歧棵)라고 부른다. 거문고 6현 중 3개(I 문현, V 괘하청 또는 기괘청, VI 무현)는 주 위에 얹힌다.
  13. 오매(烏梅):오래 살아 줄기가 검은 매실나무.
  14. 학슬(鶴膝):거문고의 괘 위에 놓인 유현·대현·괘상청의 3현은 여분의 줄을 작은 고치 또는 실패 모양으로 돌돌 감아서 꼬리의 고정 겸 장식끈인 ‘부들(염미)’에 연결하는데, 연결 부위가 학이 무릎을 꿇은 모양과 같아 학슬이라고 한다.
  15. 귀루(鬼淚):거문고의 가장 높은 괘인 제1괘 ‘대괘’에 유현·대현·괘상청의 3현이 닿는 자리에 덧댄 실. 귀루는 농현할 때 현과 대괘의 마찰로 생기는 잡음과 대괘의 손상을 막아 준다.
  16. 대모(玳瑁):거문고의 목 부분에 대는 부속물로, 본래는 말 그대로 대모(거북의 등딱지)를 썼지만 지금은 운지할 때의 잡음을 피하기 위하여 쇠가죽을 댄다.
  17. 《樂學軌範》 卷7 〈鄕部樂器圖說〉 “玄琴”(《신역악학궤범》, 19前~19後).
  18. 7현의 제도:마치 거문고도 중국 칠현금처럼 7현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거문고는 6현이 표준이므로 사실과 다르다.
  19. 13개의 괘:거문고의 괘는 16개가 표준이나, 마치 중국 칠현금의 휘처럼 거문고 괘도 13개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20. 더욱이……같다: 금의 휘(徽)를 조선 문헌에서 자주 ‘휘(暉)’로 쓰는 것은 틀린 것이고, 거문고의 괘도 괘(棵)가 아니라 역괘(易卦)의 괘(卦)로 쓰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21. 복희(伏羲):중국 고대의 전설상의 제왕. 역(易)의 팔괘(八卦)와 금은 복희의 창안이라 전한다. 채옹(蔡邕)이 금곡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금조(琴操)》에 의하면, “옛날에 복희씨가 금을 만들어 삿된 것을 막고, 음란한 마음을 억제하고, 몸을 닦으며 성품을 다스려 천도로 되돌아가도록 하였다.(昔伏羲氏作琴,所以御邪癖,防心淫,以修身理性,反其天眞也.)”라 했다.
  22. 동국문헌비고·악고(東國文獻備考·樂考):조선 영조(英祖)의 명을 받들어 홍봉한(洪鳳漢) 등이 중국 마단림(馬端臨)의 《문헌통고(文獻通考)》를 본떠 편찬한 책으로, 〈악고〉는 그 속의 한 편명이다. 정조 재위기간 계속 보완 증보 작업이 이루어져 《증보동국문헌비고(增補東國文獻備考)》 가 완성되었으나 간행되지 않았고 대한제국에 이르러 1894년의 갑오경장으로 문물제도가 크게 바뀌어 이를 반영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가 간행되었다.
  23. 《東國文獻備考》 卷42 〈樂考〉4 “樂器” ‘玄琴’, 62~72쪽;《增補文獻備考》 中 〈樂考〉 “玄琴”, 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