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금ㆍ검:금실
옛 선배들은 간혹 땅속에 옹기를 묻어놓고, 그 위에서 금(琴)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이 설은 아마도 잘못 전해진 것 같다.[1] 대개 금을 연주하는 방은 채워져 있어야지 비어 있으면 안 되니, 여러 층으로 된 누각의 아래가 가장 적당하다. 대개 위에 누대의 판(板)이 있으면 금 소리가 흩어지지 않고, 그 아래가 텅 비어 있어 그윽하면 소리가 잘 전달되어 퍼지기 때문이다.
만약 높은 당(堂)이나 큰 방이라면 소리가 흩어지고, 작은 각(閣)이나 밀실이라면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원유(園囿)》[2]에 있는 정사(亭榭, 정자)는 알맞은 곳이 더욱 아니다. 만약 반드시 속세를 피해 사는 사람이나 은둔하는 사람이 높은 나무가 있는 큰 숲이나 암석 동굴의 석실(石室) 아래이면서 깨끗하고 탁 트인 곳에서, 게다가 산수의 경치까지 빼어난 곳에서 연주한다면 금의 소리가 더욱 맑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광한월전(廣寒月殿)》[3]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동천청록》[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