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제도:변소와 도랑:소변 저장고

pungseok
김광명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2월 3일 (목) 22:0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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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3) 소변 저장고

사람 사는 방 곁의 가까운 곳에 둥근 못 하나를 깊고 넓게 파는데, 깊이는 15척 정도로 한다. 바닥에는 방전을 3겹으로 깔고 둘레에는 도전을 3겹으로 쌓는데, 벽돌은 모두 갈고 다듬어서 깨끗이 한 뒤 이들을 회반죽으로 붙인다. 벽돌이 서로 겹쳐지는 곳마다 반드시 안팎이 서로 아(亞) 자 모양으로 어긋나게 하여 담긴 소변이 새지 않게 한다. 그런 다음 다시 법제한 회반죽으로 흙손 질한다. 이렇게 했는데도 만약 갈라진 곳이 있으면 다시 석회와 역청(瀝靑)[1]을 들기름에 섞어 반죽한 뒤 갈라진 틈에 발라 평평하게 만든다.
못의 모양은 아래쪽이 넓고 위쪽이 좁게 한다. 가령 아래쪽의 지름이 10척이면 위쪽의 지름은 8척으로 한다. 저장고 덮개는 못의 좁은 아가리 둘레와 맞춰, 널빤지를 촘촘히 배열한 뒤, 위와 아래에 나무막대로 띠장목을 대어 쇠못으로 이곳을 단단히 고정하고 들어 올려서 좁은 아가리에 덮는다. 덮개 위에는 작은 구멍을 하나 뚫고서 매일 요강이나 호자(虎子)[2]로 받아 낸 소변이나 콧물·가래 및 아침저녁으로 몸을 씻거나 머리 감았던 물 등을 모두 이 구멍에 대고 못 속으로 부어 넣는다. 만약 이를 길어 와 쓰고자 한다면 덮개판을 들어내고서 자루가 긴 표주박으로 퍼 올린다.
소변 저장고의 이로운 점이 3가지가 있다. 오줌은 생으로 쓰기를 금하는데, 생오줌은 종종 싹을 죽이기 때문이다. 이제 오랫동안 저장하여 삭히면 밭두둑을 기름지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이 하나이다. 화재는 대부분 방과 부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곁에 소변을 모으는 못을 두면 응급 상황에 불을 끌 수 있으니, 이것이 둘이다. 소변이나 몸을 씻거나 머리 감았던 물에 관계없이 물 몇방울이라도 돌아갈 곳이 있기에, 굳이 남은 물을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지도록 버리지 않아도 되어 마당이 축축해져서 지저분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으니, 이것이 셋이다.《금화경독기》[3][4]


각주

  1. 역청(瀝靑):흑갈색 또는 갈색 점액질의 탄화수소 화합물로, 현재의 아스팔트와 비슷한 재질이다.
  2. 호자(虎子):호랑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타구(가래나 침을 받는 도구). 사전에는 남성용 이동식 변기로 정의되어 있으나, 서유구는 타구로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섬용지》 권3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 “기타 도구” ‘호자’를 참조 바람.
    호자.png
  3. 출전 확인 안 됨.
  4.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86~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