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서재의 고상한 벗들(하):종이:진지

pungseok
김광명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0월 26일 (월) 14:23 판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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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진지(鎭紙)

옛날에 구리로 만든 청록색을 띤 청개구리 모양 으로 속이 빈 구리 좌상(坐像)이 있었는데, 무게는 1근 남짓이었다. 또 웅크린 호랑이 모양의 구리 좌상으로 한 번에 빚어 주조한 것이 있었다. 이 2가지는 바로 상고시대의 물건이다. 종이를 누르면 매우 좋다.
아기가 눕거나 앉은 모양의 오래된 구리 진지들도 있었는데, 역시 좋다. 웅크린 교룡 모양과 자는 용모양의 오래된 구리 진지도 있고, 순도 높은 황금으로 만든 벽사수(辟邪獸)[1] 와 누운 말 모양도 있고, 온몸이 청록색이면서 무게가 2~3근 되고 구리로 만든 큰 호랑이 모양도 있는데, 모두 책을 누를 때 사용한다.
옥으로 만든 진지에는 오래된 돼지 모양이 있었 는데, 옛사람들은 이것으로 순장자의 갈빗대를 받치게 하였다. 흰 옥으로 만든 사냥개 모양도 있고, 누운 교룡 모양도 있고, 아기가 앉거나 누운 모양의큰 진지가 있고, 옥토끼·옥소·옥말·옥사슴·옥양· 옥두꺼비 모양이 있고, 해와 달 문양의 마노 돌북[2]·백지(柏枝) 문양 마노로 된 웅크린 호랑이[3]·수정 돌북·해황수정(海黃水晶)[4] 눈 소·페르시아[波斯]병 등의 모양이 있는데 그 제조법이 그림처럼 정밀하고 오묘한 진지는 모두 송(宋)나라 때의 물건이다.
가요(哥窯) 자기로 만든 교룡 모양도 있고, 청동(靑東)[5] 자기로 만든 사자·북 모양도 있고, 백정(白定)[6]자기로 만든 아기·울부짖는 사자 모양도 있다.
내가 연경(燕京)에서 옥두꺼비 모양 2개를 얻었는 데, 그 뒷부분에 먹물을 뿌린 듯한 얼룩얼룩한 점은 대모(玳瑁)[7]와 같았지만 누르스름한 띠가 없어서 흡사 두꺼비 등 모양 같고, 배 아래는 순백색이었다.
그 제작법이 고풍스럽고 우아하여 살아 있는 듯했 다. 이를 진지로 쓰면 애호하며 아낄 만하다. 또 홍록색 마노 대게 2마리 모양을 보았는데, 매우 기이 하다고 할 만하다. 길이 0.3~0.4척의 흰 옥이나 마노로 만든 벽사수(辟邪獸) 모양도 있는데, 모두 진지로 쓰기에 좋은 품등이다. 《준생팔전》[8]

각주

  1. 벽사수(辟邪獸):중국의 전설 속 동물로, 사슴과 비슷하며 신을 도와준다고 한다.
  2. 돌북:원문의 ‘石鼓’를 옮긴 말로, 중국 고대의 돌비석이다. 그 모양이 북과 흡사하므로 석고라고 하였는 데, 여기서는 북 모양을 가리키는 듯하다.
  3. 백지(柏枝)……호랑이:장수(漿水)와 같은 색이 돌고 속에 측백나무 가지와 같은 무늬가 있는 마노로 된 호랑이.
  4. 해황수정(海黃水晶):중국 청(淸)나라 해남(海南) 지역에서 나는 황화리목(黃花梨木) 문양이 있는 수정. 황화리목(黃花梨木)은 칠을 하지 않아도 밝은 광택이 나서 궁정가구와 황제의 일상용구를 만드는 데 쓰였다.
  5. 청동(靑東):용천요(龍泉窯)로 추정된다. 《준생팔전(遵生八牋)》 권8 〈기거안락전(起居安樂箋)〉 “향연반탁 (香櫞盤橐)”을 살펴보면 청동자용천반(靑東磁龍泉盤)이 하나의 물명으로 나온다.
  6. 백정(白定):중국의 정주요(定州窯)에서 만들어 내는 순백색의 자기.
  7. 대모(玳瑁):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동물. 등껍질과 온몸에 얼룩얼룩한 반점이 있다.
  8. 《遵生八牋》 卷15 〈燕閑淸賞牋〉 中 “鎭紙”(《遵生八牋校注》, 587~588쪽);《考槃餘事》 卷15 〈文房器具 箋〉,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