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금ㆍ검: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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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미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9월 15일 (화) 13:2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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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三國史記)90》에 “현금은 중국 아부(雅部)[1]의 금(琴)을 본떠 만들었다. 《신라고기(新羅古記)》[2]에는 ‘애초에 진(晉)나라 사람이 칠현금(七絃琴)을 고구려에 보내왔다. 이때 제2상(第二相)인 왕산악(王山岳)[3]이 그 제도를 고쳐 악기를 제작하고, 겸하여 악곡을 지어 연주했다. 이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으므로 마침내 이름을 현학금(玄鶴琴)이라고 했는데, 후대에는 다만 현금(검은고)이라고 했다.’" [4]라 했다.
현금 만드는 법을 살펴보면, 위판은 오동나무를 쓰고 밑판은 밤나무를 쓰며, 괘(棵)[5]는 회목(會木, 회양목)을 쓰고 종목(棕木, 종려나무)이 그다음이다. 장식(粧飾) 【용구(龍口) [6]·봉미(鳳尾) [7]·좌단(坐團) [8]·담괘(擔棵) [9]·진괘(軫棵) [10]100·운족(雲足) [11]·주[柱, 속명 기괘(岐棵)] [12] 등을 현금의 장식이라 한다.】 은 자단(紫壇)·철양(鐵楊, 버드나무)·오매(烏梅)[13]·산유자 등의 나무를 쓴다. 학슬(鶴膝)[14]에는 청형(靑荊, 푸른 광대싸리나무) 【속칭 ‘청멸애’】 을 쓴다. 염미(染尾) 【속칭 ‘부들’】 에는 여러 가지 색의 명주실을 쓰는데, 간혹 푸른 물을 들인 무명실을 쓰기도 한다. 귀루(鬼淚)[15]에는 홍록색의 명주실을 쓴다. 담괘(擔棵)의 안쪽에는 대모(玳瑁) [16]를 붙인다. 【대모는 색이 황색이고 두꺼운 것이 가장 좋다.】

거문고의 줄은 모두 6현108인데 대현(大絃)이 가장 굵고, 문현(文絃)·무현(武絃)이 다음으로 굵으며, 괘상청(棵上淸)이 조금 가늘고, 기괘청(歧棵淸, 괘하청)이 더 가늘고 유현(遊絃)이 더 가늘다. 술대는 단단한 해죽(海竹, 시누대)을 쓴다. 《악학궤범(樂學軌範)》 [17]

  1. 아부(雅部):중국 고대의 의식음악, 또는 이를 복원한 것으로 간주되는 역대 음악.
  2. 신라고기: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참고한 신라 사서(史書) 명. 단, 이 인용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신라의 옛 기록’을 가리킬 수도 있다.
  3. 왕산악(王山岳):?~?. 고구려 음악가. 이름과 ‘제2상(相)’이라는 직명 모두 《삼국사기》의 기록이 유일하다.
  4. 현금은……했다:《삼국사기(三國史記)》 권32 〈잡지(雜志)〉 “악(樂)”.
  5. 괘(棵):卦, 掛, 罫로도 쓴다. 거문고의 줄 짚을 자리를 따라 길이에 수직 방향으로 줄지어 박은 줄받침나무, 프렛(fret). 거문고 6현 중 3개(II 유현, III 대현, IV 괘상청)는 이 괘 위에 올려져 있다. 근세 거문고의 괘는 16개이나, 이 글에서는 더러 13개인 것처럼도 이야기하고 있다.
  6. 용구(龍口):금의 머리 끝 모서리에 뚫어 놓은 긴 구멍.
  7. 봉미(鳳尾):거문고 용구의 반대쪽 꼬리 부분.
  8. 좌단(坐團):거문고 머리의 위판 부분으로, 연주자의 오른손이 좌단 위에 놓인다.
  9. 담괘(擔棵):거문고의 꼬리 쪽에서 시작한 줄이 머리의 좌단 아래로 들어갈 때 마지막으로 걸리는 턱 부분. 중국금의 ‘악(嶽)’에 해당하나, 금의 악이 브리지(bridge) 역할을 하는 데 비해, 거문고에서는 꼬리에 가장 가까운 대괘(大棵, 제1괘)가 브리지, 담괘는 너트(nut)에 각각 해당한다.
  10. 진괘(軫棵):거문고의 담괘 아래에서 줄을 조이는 장치. 중국 금의 진(軫)에 해당한다.
  11. 운족(雲足):거문고·슬 등의 봉미 양쪽 밑에 달린 발 부분으로, 밑판이 바닥에 직접 닿지 않게 하기 위하여 붙였다.
  12. 주[柱, 속명 기괘(岐棵)]:현주(絃柱)라고도 하며, 현악기의 낱개 줄을 받치는 이동식 브리지. 가야금·아쟁의 주는 기러기 날아가듯 비스듬히 배열하므로 ‘안족(雁足)’이라 하지만, 거문고에서는 주 또는 기괘(歧棵)라고 부른다. 거문고 6현 중 3개(I 문현, V 괘하청 또는 기괘청, VI 무현)는 주 위에 얹힌다.
  13. 오매(烏梅):오래 살아 줄기가 검은 매실나무.
  14. 학슬(鶴膝):거문고의 괘 위에 놓인 유현·대현·괘상청의 3현은 여분의 줄을 작은 고치 또는 실패 모양으로 돌돌 감아서 꼬리의 고정 겸 장식끈인 ‘부들(염미)’에 연결하는데, 연결 부위가 학이 무릎을 꿇은 모양과 같아 학슬이라고 한다.
  15. 귀루(鬼淚):거문고의 가장 높은 괘인 제1괘 ‘대괘’에 유현·대현·괘상청의 3현이 닿는 자리에 덧댄 실. 귀루는 농현할 때 현과 대괘의 마찰로 생기는 잡음과 대괘의 손상을 막아 준다.
  16. 대모(玳瑁):거문고의 목 부분에 대는 부속물로, 본래는 말 그대로 대모(거북의 등딱지)를 썼지만 지금은 운지할 때의 잡음을 피하기 위하여 쇠가죽을 댄다.
  17. 《樂學軌範》 卷7 〈鄕部樂器圖說〉 “玄琴”(《신역악학궤범》, 19前~19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