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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6일 (수) 19:03 판

백랍금(百衲琴, 나무 조각을 붙여 만든 금)

중국 호남(湖南)[1]의 범씨(范氏)[2]는 금(琴)을 잘 깎아 만들었는데, 그는 사방 0.2~0.3척 정도 되는 작은 오동나무 조각을 사용해서 아교로 붙이고 옻칠하여 모아 완성하고는 ‘백랍금(百衲琴)’이라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금(琴)을 연주하면 평범한 낮은 품질의 금(琴)과 다를 바 없었으니, 이렇게 만드는 일에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목재가 하나의 판[段]이 아니면 소리가 결코 응하지 않는 것이다. 또 옻칠 때문에 방해가 되어 그 소리가 막힐 것도 뻔히 알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이 간혹 금(琴)을 만들 재목이 짧아서 필요한 길이에 미치지 못하면 간혹 임악(臨岳) 바깥(즉, 이마)은 별도의 오동나무로 만들어 붙이기도 하는데, 또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동천청록》[3]
백랍금은 근래의 제도이다. 우연히 좋은 목재를 얻었는데 목재의 길이가 짧아서 금(琴)을 만들기에 부족하면 잘라서 조각을 만들어 아교로 길게 이어 붙이고 옻칠을 하는 것으로, 기이함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지금 이 제도를 모방하여 만들 때는 귀문(龜紋)[4] 이나 비단 조각을 대모(玳瑁, 거북등껍질)·상아(象牙)·향료(香料)·잡목(雜木)과 섞어 상감[嵌骨]하여 무늬를 만들어 금 전체를 가득 채우고는 ‘보금(寶琴)’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광중(廣中)[5] ·전남(滇南)[6] 에서 만든 전감비파(蜔嵌琵琶)[7]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몹시 가소로운 일이다. 《준생팔전》[8]

뒷면을 귀문 무늬로 장식한 금
중국 명청(明淸) 시대의 전감비파


  1. 호남(湖南):중국 양자강 중류의 남쪽에 위치한 호남성(湖南省) 일대.
  2. 범씨(范氏):?~?. 범연주(范連州)라 부르며, 증수사(曾守土)를 역임했다고 한다. 자세한 사적은 미상.
  3. 《洞天淸祿集》 〈古琴辯〉(《叢書集成初編》1552, 3쪽).
  4. 귀문(龜紋):6각형의 거북 등딱지 무늬.
  5. 광중(廣中):중국 광동성(廣東省)과 광서성(廣西省) 일대.
  6. 전남(滇南):중국 운남성(雲南省) 일대.
  7. 전감비파(蜔嵌琵琶):몸체 앞면이나 뒷면에 빽빽이 박아 넣어 화려하게 장식한 비파.
  8. 《遵生八牋》 卷15 〈燕閑淸賞箋〉 中 “論琴” ‘古琴新琴之辯’(《遵生八牋校注》, 6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