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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곳곳의 도요(陶窯)에서 생산되고, 사기병은 광주(廣州)의 관요(官窯)에서 생산되며, 오지병<ref>오지병: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짓물(잿물)을 입혀 다시 구운 질그릇.</ref>은 삼남에서 생산되는데 관동에도 있다. 크기나 정세함이 일정하지 않으나, 모두 매일 쓰는 술・장・기름・식초 따위를 담아서 살강에 올려 두는 그릇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그림 사기병・가요문 병・유리병 및 몇 척 되는 술잔이나 역(鬲), 꽃이나 깃을 꽂는 병 같은 그릇은 책문(柵門)에 들어간 이후로는 가게든 시골집이든 가는 곳마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직 서울의 잘사는 사람이 연회에서 사치스럽게 보이려 애쓸 때 겨우 그림 그려진 사기 술병과 잔을 쓰면서 시문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 고관들이나 권문세가에서 부엌일하는 계집종이라도 가요문병이나 유리병이 어떤 물건인지 눈으로 식별하지 못한다. 대개 우리나라의 질그릇 굽는 가마가 그 제도를 잃은 탓에 도기 만드는 제도도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 질병은 곳곳의 도요(陶窯)에서 생산되고, 사기병은 광주(廣州)의 관요(官窯)에서 생산되며, 오지병<ref>오지병: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짓물(잿물)을 입혀 다시 구운 질그릇.</ref>은 삼남에서 생산되는데 관동에도 있다. 크기나 정세함이 일정하지 않으나, 모두 매일 쓰는 술・장・기름・식초 따위를 담아서 살강에 올려 두는 그릇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그림 사기병・가요문 병・유리병 및 몇 척 되는 술잔이나 역(鬲), 꽃이나 깃을 꽂는 병 같은 그릇은 책문(柵門)에 들어간 이후로는 가게든 시골집이든 가는 곳마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직 서울의 잘사는 사람이 연회에서 사치스럽게 보이려 애쓸 때 겨우 그림 그려진 사기 술병과 잔을 쓰면서 시문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 고관들이나 권문세가에서 부엌일하는 계집종이라도 가요문병이나 유리병이 어떤 물건인지 눈으로 식별하지 못한다. 대개 우리나라의 질그릇 굽는 가마가 그 제도를 잃은 탓에 도기 만드는 제도도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 ||
《천공개물》을 살펴보면, 병 굽는 가마와 항아리 굽는 가마가 각각 다르다. “병 굽는 가마에서는 작은 그릇을 굽고, 항아리 굽는 가마에서는 큰 그릇을 굽는다. 일반적으로 항아리 가마나 병 가마는 평지에 두지 않고, 반드시 경사진 언덕 위에 가마 수십 개를 이어 붙이고, 가마 하나당 한 단씩 올려 불기운도 그 단을 따라 위로 통하게 한다.”<ref>병 굽는……한다:《天工開物》 卷7 〈陶埏〉 “罌甕”, 191~192쪽. 이를 보여 주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ref>라 했다. 우리나라는 질그릇 굽는 가마든 사기그릇 굽는 가마든, 병을 굽건 항아리를 굽건, 이와 관계없이 모두 한결같이 누운 가마라서 불이 위로 타오르지 못하여 반드시 소나무 장작으로 화력을 높여야 한다. 그 결과 불 가까이 있는 그릇은 항상 뒤틀리거나 찌그러질 일이 걱정되고 멀리 있는 그릇은 또 잘 구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그릇 굽는 기술이 천하에서 천한 기술이 된 까닭이다.《금화경독기》<ref>《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428~430쪽. </ref><br/> | 《천공개물》을 살펴보면, 병 굽는 가마와 항아리 굽는 가마가 각각 다르다. “병 굽는 가마에서는 작은 그릇을 굽고, 항아리 굽는 가마에서는 큰 그릇을 굽는다. 일반적으로 항아리 가마나 병 가마는 평지에 두지 않고, 반드시 경사진 언덕 위에 가마 수십 개를 이어 붙이고, 가마 하나당 한 단씩 올려 불기운도 그 단을 따라 위로 통하게 한다.”<ref>병 굽는……한다:《天工開物》 卷7 〈陶埏〉 “罌甕”, 191~192쪽. 이를 보여 주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ref>라 했다. 우리나라는 질그릇 굽는 가마든 사기그릇 굽는 가마든, 병을 굽건 항아리를 굽건, 이와 관계없이 모두 한결같이 누운 가마라서 불이 위로 타오르지 못하여 반드시 소나무 장작으로 화력을 높여야 한다. 그 결과 불 가까이 있는 그릇은 항상 뒤틀리거나 찌그러질 일이 걱정되고 멀리 있는 그릇은 또 잘 구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그릇 굽는 기술이 천하에서 천한 기술이 된 까닭이다.《금화경독기》<ref>《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428~430쪽. </ref><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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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피로 문지르면 새지 않는다.《고금비원》<ref>《古今秘苑》 〈一集〉 卷4 “油甁漏法”, 2쪽.</ref><br/><ref>《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431쪽. </ref><br/> | 양의 피로 문지르면 새지 않는다.《고금비원》<ref>《古今秘苑》 〈一集〉 卷4 “油甁漏法”, 2쪽.</ref><br/><ref>《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431쪽. </ref><br/> | ||
2020년 11월 23일 (월) 17:17 기준 최신판
내용
7) 병(甁)
질병은 곳곳의 도요(陶窯)에서 생산되고, 사기병은 광주(廣州)의 관요(官窯)에서 생산되며, 오지병[1]은 삼남에서 생산되는데 관동에도 있다. 크기나 정세함이 일정하지 않으나, 모두 매일 쓰는 술・장・기름・식초 따위를 담아서 살강에 올려 두는 그릇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그림 사기병・가요문 병・유리병 및 몇 척 되는 술잔이나 역(鬲), 꽃이나 깃을 꽂는 병 같은 그릇은 책문(柵門)에 들어간 이후로는 가게든 시골집이든 가는 곳마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직 서울의 잘사는 사람이 연회에서 사치스럽게 보이려 애쓸 때 겨우 그림 그려진 사기 술병과 잔을 쓰면서 시문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 고관들이나 권문세가에서 부엌일하는 계집종이라도 가요문병이나 유리병이 어떤 물건인지 눈으로 식별하지 못한다. 대개 우리나라의 질그릇 굽는 가마가 그 제도를 잃은 탓에 도기 만드는 제도도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천공개물》을 살펴보면, 병 굽는 가마와 항아리 굽는 가마가 각각 다르다. “병 굽는 가마에서는 작은 그릇을 굽고, 항아리 굽는 가마에서는 큰 그릇을 굽는다. 일반적으로 항아리 가마나 병 가마는 평지에 두지 않고, 반드시 경사진 언덕 위에 가마 수십 개를 이어 붙이고, 가마 하나당 한 단씩 올려 불기운도 그 단을 따라 위로 통하게 한다.”[2]라 했다. 우리나라는 질그릇 굽는 가마든 사기그릇 굽는 가마든, 병을 굽건 항아리를 굽건, 이와 관계없이 모두 한결같이 누운 가마라서 불이 위로 타오르지 못하여 반드시 소나무 장작으로 화력을 높여야 한다. 그 결과 불 가까이 있는 그릇은 항상 뒤틀리거나 찌그러질 일이 걱정되고 멀리 있는 그릇은 또 잘 구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그릇 굽는 기술이 천하에서 천한 기술이 된 까닭이다.《금화경독기》[3]
10) 새는 술병 수리하는 법[治酒甁漏法]
양의 피로 문지르면 새지 않는다.《고금비원》[4]
[5]
각주
- ↑ 오지병: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짓물(잿물)을 입혀 다시 구운 질그릇.
- ↑ 병 굽는……한다:《天工開物》 卷7 〈陶埏〉 “罌甕”, 191~192쪽. 이를 보여 주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
- ↑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428~430쪽.
- ↑ 《古今秘苑》 〈一集〉 卷4 “油甁漏法”, 2쪽.
- ↑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4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