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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3일 (금) 11:02 판
내용
베개[1]
《시경》에 “뿔베개[角枕] 찬란해라.”[2]</라는 말이 있다. 옛사람들은 대부분 뼈나 뿔로 베개를 만들었다. 지금 또한 상아베개가 있는데, 여기에 아름다운 돌이나 꽃과 훼류를 새겨 그려 놓았으니, 몸을 깨끗이 재계하고 누울 때 쓰는 도구[臥具]로 상당히 알맞다. 색실로 자수를 놓은 베개나 통영에서 만든 나전베개[3]는 화려하여 사랑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나 화장한 여인과 같은 기운을 자못 면하지 못한다. 오목(烏木)으로 베개를 만들어 윗면에 자석을 박아 넣은 것은 시력을 좋게 할 수 있다. 또 일찍이 정요(定窰)[4]의 사기베개를 본 적이 있는데, 위를 보고 누운 어린아이가 생기발랄하게 돌아보고 있어서 부르면 아이가 곧 일어날 듯하니, 또한 기이한 제도였다. 따로 자주색 견(絹)에 좁쌀[稷米][5]을 담아 작은 주머니를 만든 뒤 어린아이의 배 모양을 한 베개 한가운데에 놓아 뒷목을 받치도록 한 것은 바로 여름철에 쓰는 베개이다. 부인들이 쓰는 베개는 원앙을 수놓거나, 봉황을 수놓은 것을 뛰어난 제품으로 친다.《금화경독기》
각주
- ↑ 베개:잠을 자거나 누울 때 머리를 받치는 침구의 하나로, 모양은 대부분 직사각형이다. 만든 재료와 장식에 따라 수베개, 목베개 등으로 이름이 다르다.
- ↑ 《毛詩正義》 卷6 〈唐風〉 “葛生”(《十三經注疏整理本》, 469쪽).
- ↑ 나전베개:《섬용지》 권3 〈생활하는 도구〉 “나전베개”를 참조.
- ↑ 정요(定窰):송대 5대 명요(名窯)의 하나로, 지금의 하북성 곡양현 간자촌 일대이다. 곡양현이 송대에는 정주(定州)에 속했기에 ‘정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곳의 탑기나 묘에서 나온 출토품을 통해 만당(晩唐)시대부터 백자를 제작하기 시작해 오대(五代)에 상당히 발전했고, 북송대(北宋代)에 최성기를 맞아 금대(金代)까지 지속적으로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국립중앙박물관, 《중국도자》, 2007, 국립중앙박물관, 102쪽)
- ↑ 좁쌀[稷米]:‘稷’을 ‘조’로 보아야 한다는 서유구의 견해는 《본리지》 권7 〈곡식 이름 고찰〉 “밭곡식” ‘조(稷)’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