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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통틀어 ‘갖옷’이라 한다. 귀한 것으로는 담비나 여우에 이르고, 천한 것으로는 양이나 고라니에 이르기까지 값이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통틀어 ‘갖옷’이라 한다. 귀한 것으로는 담비나 여우에 이르고, 천한 것으로는 양이나 고라니에 이르기까지 값이 천차만별이다.
 
담비는 요동 바깥의 건주(建州)<ref>건주(建州):현재의 동북 길림성과 요녕성을 말한다. 《天工開物》이 저술되던 당시에는 이미 여진족이 점령하고 있었다.</ref> 지역과 조선에서 난다. 담비 1마리의 가죽은 사방 1척을 넘지 않아 60여 마리의 담비를 모아야 겨우 갖옷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담비 갖옷[貂裘]을 입으면 바람 불고 눈 오는 가운데 서 있어도 집 안보다 따뜻하다. 색은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흰색으로 ‘은초(銀貂)’라 하고, 하나는 순흑색이고, 하나는 검노란색이다.<br/>
 
담비는 요동 바깥의 건주(建州)<ref>건주(建州):현재의 동북 길림성과 요녕성을 말한다. 《天工開物》이 저술되던 당시에는 이미 여진족이 점령하고 있었다.</ref> 지역과 조선에서 난다. 담비 1마리의 가죽은 사방 1척을 넘지 않아 60여 마리의 담비를 모아야 겨우 갖옷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담비 갖옷[貂裘]을 입으면 바람 불고 눈 오는 가운데 서 있어도 집 안보다 따뜻하다. 색은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흰색으로 ‘은초(銀貂)’라 하고, 하나는 순흑색이고, 하나는 검노란색이다.<br/>

2020년 8월 31일 (월) 16:53 판

갖옷[1]

일반적으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통틀어 ‘갖옷’이라 한다. 귀한 것으로는 담비나 여우에 이르고, 천한 것으로는 양이나 고라니에 이르기까지 값이 천차만별이다. 담비는 요동 바깥의 건주(建州)[2] 지역과 조선에서 난다. 담비 1마리의 가죽은 사방 1척을 넘지 않아 60여 마리의 담비를 모아야 겨우 갖옷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담비 갖옷[貂裘]을 입으면 바람 불고 눈 오는 가운데 서 있어도 집 안보다 따뜻하다. 색은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흰색으로 ‘은초(銀貂)’라 하고, 하나는 순흑색이고, 하나는 검노란색이다.
여우 겨드랑이 털로 만든 갖옷은 값이 담비갖옷과 서로 비슷하고, 황갈색의 여우갖옷은 값이 담비갖옷의 1/5인데, 추위를 막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효과는 담비갖옷에 버금간다. 일반적으로 관외(關外, 산해관 밖)에서 나는 여우는 털을 불면 모근 쪽에 청흑색이 보이나 중국 내지에서 나는 여우는 털을 불어 젖히면 흰색이 보이니, 이러한 방법으로 우열을 나눈다.
양피갖옷[羊裘]은 어미 가죽으로 만든 것이 싸고 새끼 가죽으로 만든 것이 비싸다. 어미의 배 속에 있는 양을 ‘포고(胞羔)’【털 무늬가 대강 갖춰진다.】라 하고, 갓 태어난 양을 ‘유고(乳羔)’【가죽의 털이 귀고리의 다리처럼 둥글게 말려 있다.】라 하고,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양을 ‘포고(跑羔)’[3]라 하고, 7개월이 된 양을 ‘주고(走羔)’【털 무늬가 점점 곧아진다.】라 한다. 포고(胞羔)나 유고(乳羔)로 갖옷을 만들면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옛날에 고구(羔裘, 새끼양갖옷)는 대부(大夫)의 옷이었는데, 지금은 서북 지방의 지체 높은 관리들도 이를 귀중하게 여긴다. 늙고 큰 양의 가죽은 망초(芒硝)[4]로 무두질하여 갖옷을 만드는데, 갖옷의 질이 둔하고 무거우니 천한 사람의 옷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털이 긴 면양(綿羊)[5]으로 만든다.
남방의 짧은 털가죽은 망초로 무두질하면 털만 벗긴 날가죽이 종이처럼 얇아지기 때문에 화등(畫燈)[6] 의 재료로 사용될 뿐이다. 양피갖옷을 입는 사람은 누린내에 오래도록 익숙해져 모두 동화되지만 누린내가 익숙지 않은 남방 사람은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고라니 가죽에서 털을 벗겨 이를 망초로 무두질한 뒤 윗옷이나 바지를 만들어 입으면 바람을 막고 몸에 편안하다. 버선이나 신발을 만들면 더욱 좋다.
【안 우리나라 관서나 관북에서 나는 담비류는 대부분 검노랑색인데, 이 담비갖옷의 따뜻하고 두터움은 건주(建州)산에 버금간다. 또 쥐가죽과 다람쥐 가죽이 있는데, 모두 갖옷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여우는 곳곳에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망초로 무두질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갖옷을 만드는 사람이 없다. 연경에서 수입한 촉묘피(蜀貓皮)[7] 는 눈처럼 희어 사랑할 만하지만, 털이 짧아 따뜻하지 않다.】
다른 지역의 기이한 물건으로 예를 들면, 금사후(金絲猴, 황금원숭이)[8] 는 황제의 모자를 만드는 데 사용했으며 스라소니[扯里猻][9]로는 황제가 입는 포(袍)를 만들었는데,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나는 물건이 아니다. 나는 새 중에서는 매의 배나 기러기 옆구리의 솜털을 모아서 갖옷을 만들기도 하는데, 새 만 마리를 죽여야 갖옷 한 벌을 얻을 수 있다. 천아융(天鵝絨)이라고 부르는 이 갖옷을 장차 어떻게 쓰겠는가?《천공개물》[10]

옛날의 갖옷 제도는 길이가 상의의 길이와 나란하지만 우리나라는 길이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지금의 주의(周衣)【민간에서는 두루마기라 부른다.】처럼 온몸을 둘러 가리기도 하고, 지금의 배자처럼 반소매[半臂][11]에 모난 깃[方領]을 달고 두 길[兩襟]이 마주하여 내려가며 길이는 겨우 배를 덮기도 하고, 지금 민간에서 말하는 동의(冬衣)【동옷】처럼 길이가 복사뼈나 정강이뼈까지 오고 앞뒤가 서로 이어지지 않기도 하며, 지금의 속옷[裏衣]【민간에서는 저고리라 부른다.】과 같기도 하다. 갖옷의 옷감으로는 초(綃)나 단(緞) 또는 주(紬)나 견(絹)172을 쓰고, 청색・자주색・침향색(황흑색)・검누른 붉은색・낙타색 등을 다 쓸 수 있지만, 홍색과 황색 두 색만은 쓸 수 없다. 갖옷 중에 두 길이 마주하고 내려가는 옷은 은단추 또는 호박(琥珀)단추나 밀화(蜜花)[12]단추 등의 단추를 달아 여민다.《금화경독기》.

  1. 갖옷:동물의 가죽과 털로 만든 겉옷으로, 현대의 모피를 말한다.
  2. 건주(建州):현재의 동북 길림성과 요녕성을 말한다. 《天工開物》이 저술되던 당시에는 이미 여진족이 점령하고 있었다.
  3. 포고(跑羔):원문에는 ‘胞羔’로 적혀 있다. 오사카본 두주에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양을 포고라 한다.’고 할 때의 ‘포’ 자가 잘못된 것 같으니, 다시 살펴야 한다.(三月者曰胞羔之胞疑誤, 更考.)”라 하여 글자의 오류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수정되지는 않았다.
  4. 망초(芒硝):황산나트륨으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인다
  5. 면양(綿羊):털이 길고 보드라우며 곱슬곱슬한 양의 일종
  6. 화등(畫燈):그림을 그린 갓으로 장식한 등으로 짐작된다.
  7. 촉묘피(蜀貓皮):아주 하얀 모피로, 옥토끼나 고양이의 가죽이다.
  8. 금사후(金絲猴, 황금원숭이):등과 옆구리는 황금빛 주황색이고 팔다리는 검은색인 원숭이. 고지대 숲과 대나무가 자라는 숲에 서식한다. 《서유기》에서 주인공 손오공으로 등장한 원숭이로 유명하다. 해발 2,500~3,000m의 고산 밀림지역에서 산다. 사천・감숙・섬서성 등에 분포하며 털이 매우 부드럽다.(《천공개물》, 104쪽 주5)
  9. 스라소니[扯里猻]:고양잇과의 포유동물로 바위가 많은 숲에서 살고 나무에 잘 오른다. 중국의 동북・산서・사천・운남・티베트 등지에서 산다.(《천공개물》, 104쪽 주6 참조) 북한의 고산지대에도 서식했다.
  10. 《天工開物》 卷2 〈乃服〉 “裘”, 102~104쪽.
  11. 반소매[半臂]:‘반비’는 옷의 명칭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반소매’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12. 밀화(蜜花):송진이 오랜 시간 땅속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짙은 노란색이나 투명하게 변한 호박(琥珀)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