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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이<ref>물동이:여기서부터 소개하는 물동이, 기름잔, 그을음사발, 등초 4가지는 위에서 설명한 소연법(燒煙法)에 쓰이는 기구들을 보충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묵법집요》에서는 이 네 기사가 따로 떨어져 있지만, 서유구의 편집 과정에서 일목요연하게 배열되었다.</ref>
 
물동이<ref>물동이:여기서부터 소개하는 물동이, 기름잔, 그을음사발, 등초 4가지는 위에서 설명한 소연법(燒煙法)에 쓰이는 기구들을 보충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묵법집요》에서는 이 네 기사가 따로 떨어져 있지만, 서유구의 편집 과정에서 일목요연하게 배열되었다.</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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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두꺼운 질동이를 사용한다. 안의 너비는 2.1척이고, 테두리의 너비는 0.1척이고, 깊이는 0.35척이다. 바닥은 평평하며 테두리는 바닥과 수직을 이룬다. 테두리와 가까운 곳에 손가락 크기만 한 구멍 하나를 뚫어놓고 그곳을 솜으로 막아두어 물을 내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긴 나무를 3척 높이의 누각에 설치하고 여기에 물동이를 올린 다음 두께가 얇은 벽돌 7개를 물동이의 테두리 안쪽을 따라 바닥에 빙 둘러 늘어놓는다.
 
【둥글고 두꺼운 질동이를 사용한다. 안의 너비는 2.1척이고, 테두리의 너비는 0.1척이고, 깊이는 0.35척이다. 바닥은 평평하며 테두리는 바닥과 수직을 이룬다. 테두리와 가까운 곳에 손가락 크기만 한 구멍 하나를 뚫어놓고 그곳을 솜으로 막아두어 물을 내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긴 나무를 3척 높이의 누각에 설치하고 여기에 물동이를 올린 다음 두께가 얇은 벽돌 7개를 물동이의 테두리 안쪽을 따라 바닥에 빙 둘러 늘어놓는다.
 
물동이 가운데에 테두리가 넓은 질연통[瓦煙筒] 1개를 놓아둔다. 연통 안의 너비는 0.6척이고, 연통에 달린 테두리까지 모든 너비는 0.8척이다. 연통의 높이는 물동이의 아가리와 나란하게 하고, 연통 안에도 얇은 벽돌 1개를 놓아 둔다.<ref>연통 안의……놓아 둔다:연통을 둘러싼 등잔불에서 일어난 그을음이 그을음사발에 들러붙으면 연통은 이를 신속하게 담을 수 있는 용기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이곳에 벽돌을 넣고 기름잔을 올려놓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ref> 기름잔을 각각의 벽돌 위에 놓되, 물동이의 아가리보다 0.03척 아래에 오도록 한다. 물을 기름잔 아가리보다 0.03척이 낮게 차오르도록 넣고, 기름잔 바닥의 중앙에는 쇠로 만든 압각[鐵鴨脚]<ref>쇠로 만든 압각[鐵鴨脚]:질그릇에 구멍을 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오리발 모양의 도구로 추정된다.</ref>으로 구멍을 뚫어 등초 심지를 고정시킨다. 기름잔마다 등초 심지를 다 들인 뒤에는 기름을 붓는다. 자루가 긴 그을음사발[煙盌]을 덮어서 고정시키고<ref>자루가……고정시키고:그을음사발의 한쪽은 물동이의 테두리에 놓고 다른 한쪽은 질연통의 테두리에 놓으면 자연스럽게 기름잔을 덮게 된다.</ref> 심지에 불을 붙인다. 만약 물동이의 물이 뜨거워지면 찬물을 자주 부어주는데, 이때 물을 완전히 찬물로 갈아서는 안 된다. 물이 너무 차가워지면 그을음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을음을 얻더라도 양이 매우 적어지기 때문이다.
 
물동이 가운데에 테두리가 넓은 질연통[瓦煙筒] 1개를 놓아둔다. 연통 안의 너비는 0.6척이고, 연통에 달린 테두리까지 모든 너비는 0.8척이다. 연통의 높이는 물동이의 아가리와 나란하게 하고, 연통 안에도 얇은 벽돌 1개를 놓아 둔다.<ref>연통 안의……놓아 둔다:연통을 둘러싼 등잔불에서 일어난 그을음이 그을음사발에 들러붙으면 연통은 이를 신속하게 담을 수 있는 용기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이곳에 벽돌을 넣고 기름잔을 올려놓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ref> 기름잔을 각각의 벽돌 위에 놓되, 물동이의 아가리보다 0.03척 아래에 오도록 한다. 물을 기름잔 아가리보다 0.03척이 낮게 차오르도록 넣고, 기름잔 바닥의 중앙에는 쇠로 만든 압각[鐵鴨脚]<ref>쇠로 만든 압각[鐵鴨脚]:질그릇에 구멍을 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오리발 모양의 도구로 추정된다.</ref>으로 구멍을 뚫어 등초 심지를 고정시킨다. 기름잔마다 등초 심지를 다 들인 뒤에는 기름을 붓는다. 자루가 긴 그을음사발[煙盌]을 덮어서 고정시키고<ref>자루가……고정시키고:그을음사발의 한쪽은 물동이의 테두리에 놓고 다른 한쪽은 질연통의 테두리에 놓으면 자연스럽게 기름잔을 덮게 된다.</ref> 심지에 불을 붙인다. 만약 물동이의 물이 뜨거워지면 찬물을 자주 부어주는데, 이때 물을 완전히 찬물로 갈아서는 안 된다. 물이 너무 차가워지면 그을음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을음을 얻더라도 양이 매우 적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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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잔[油]
 
기름잔[油]
【튼튼하고 두꺼운 질그릇으로 기름잔을 만드는데, 너비는 0.45척이며 평평하면서 경사가 완만하고 잔에 달린 발이 넓다. 물동이에 물이 들어와 가득 찰 때는 얇은 벽돌을 받쳐 올리고, 단번에 물동이 안의 물을 내보낼 때는 물동이 아가리의 0.03척 아래까지만 오도록 내보내야 한다. 이때 물의 수심이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 수심이 낮으면 그을음이 날아가고 흩어져 거두는데 방해가 되고 남아있지 않아, 얻어지는 그을음의 양이 적어진다. 구유 안에 물을 넣어서 할 때도 역시 그러하다. 만약 기름잔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안팎이 깨끗하지 않다. 이때는 대나무 빗으로 긁어 낸 다음 볏짚재로 문지른다. 만약 그래도 깨끗하지 않으면 칼과 끌로 깨끗이 긁어내고, 다시 물로 씻어서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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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볏짚재로 문지르지 않고 미음(米飮) 속에 넣고 달여 여러 번 끓으면, 솔로 씻으면서 기름찌꺼기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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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두꺼운 질그릇으로 기름잔을 만드는데, 너비는 0.45척이며 평평하면서 경사가 완만하고 잔에 달린 발이 넓다. 물동이에 물이 들어와 가득 찰 때는 얇은 벽돌을 받쳐 올리고, 단번에 물동이 안의 물을 내보낼 때는 물동이 아가리의 0.03척 아래까지만 오도록 내보내야 한다. 이때 물의 수심이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 수심이 낮으면 그을음이 날아가고 흩어져 거두는데 방해가 되고 남아있지 않아, 얻어지는 그을음의 양이 적어진다. 구유 안에 물을 넣어서 할 때도 역시 그러하다. 만약 기름잔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안팎이 깨끗하지 않다. 이때는 대나무 빗으로 긁어 낸 다음 볏짚재로 문지른다. 만약 그래도 깨끗하지 않으면 칼과 끌로 깨끗이 긁어내고, 다시 물로 씻어서 말린다. 다른 방법:볏짚재로 문지르지 않고 미음(米飮) 속에 넣고 달여 여러 번 끓으면, 솔로 씻으면서 기름찌꺼기를 제거한다.
  
 
그을음사발
 
그을음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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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일어내고 반죽한 고운 흙으로 긴 자루가 달린 질사발을 굽는다. 안의 너비는 0.53척이고, 깊이는 0.25척이고, 자루의 길이는 0.3척으로 하여, 자루까지 높이가 0.55척이 되도록 한다. 사발 안은 가마솥처럼 깊은 연못 모양으로 만들되, 반드시 갈아서 충분히 광택이 돌고 매끄럽게 한다. 그을음사발의 전[唇]<ref>전[唇]:그릇의 가장자리.</ref>을 밖으로는 질물동이[瓦盆] 테두리에 올려두고, 안으로는 질연통[瓦筒] 테두리 에 올려두어 반드시 사발의 중심이 불꽃의 끝단을 마주하여 덮도록 한다. 사발의 둘레에는 생강즙을 조금 발라두고 빠른 손놀림으로 그을음을 쓸어 모아야 한다. 만약 그을음사발이 기름 때문에 안팎으로 더러워졌으면 모두 곧장 깨끗하게 닦아낸다. 혹시라도 그을음이 오염되면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잘 일어내고 반죽한 고운 흙으로 긴 자루가 달린 질사발을 굽는다. 안의 너비는 0.53척이고, 깊이는 0.25척이고, 자루의 길이는 0.3척으로 하여, 자루까지 높이가 0.55척이 되도록 한다. 사발 안은 가마솥처럼 깊은 연못 모양으로 만들되, 반드시 갈아서 충분히 광택이 돌고 매끄럽게 한다. 그을음사발의 전[唇]<ref>전[唇]:그릇의 가장자리.</ref>을 밖으로는 질물동이[瓦盆] 테두리에 올려두고, 안으로는 질연통[瓦筒] 테두리 에 올려두어 반드시 사발의 중심이 불꽃의 끝단을 마주하여 덮도록 한다. 사발의 둘레에는 생강즙을 조금 발라두고 빠른 손놀림으로 그을음을 쓸어 모아야 한다. 만약 그을음사발이 기름 때문에 안팎으로 더러워졌으면 모두 곧장 깨끗하게 닦아낸다. 혹시라도 그을음이 오염되면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26일 (수) 14:03 판

유연묵(油煙墨) 만드는 방법:마유(麻油, 참기름)를 밀실 안에서 태운다. 질그릇 하나로 불꽃 위를 덮어 놓으면 곧 매우 손쉽게 그을음을 얻을 수 있다. 대체로 마유에서 얻는 유연묵은 검고, 동유(桐油)[1]에서 얻는 유연묵은 검지 않은데,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동유가 값이 싸기 때문에 다시는 마유를 사용하지 않아 좋은 유연묵이 없게 되었다. 《피서록화》[2]


이정규(李廷珪)[3]의 먹 만드는 법에서 그을음을 취하는 방법:맑은 마유 10근을 준비하고, 그중에 먼저 3근을 가져다 소목(蘇木)[4] 1.5냥, 선황련(宣黃連)[5] 2.5냥, 행인(杏仁, 살구씨) 2냥을 넣고 곱게 빻아 함께 달인다. 마유의 색이 변하면 따뜻해지도록 놓아두었다가 찌꺼기를 걸러내어 제거한 뒤, 여기에 남겨 놓은 마유 7근에 부어 넣고 골고루 휘젓는다.

잔(盞)의 크기에 따라 거기에 맞게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다. 구덩이의 깊이는 잔의 높이와 나란하게 하여 마유를 그득하게 붓고 심지에 불을 붙인 다음 구덩이 안에 놓는다. 단면 너비가 대략 0.8~0.9척이고, 깊이가 0.3척 정도인 질단지[瓦盆子]로 구덩이를 덮는다. 이어서 사방의 길이가 0.1척인 질그릇 조각을 3면에 괴어서 세우는데, 너무 높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

한번 불을 피울 때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곧 그을음을 한 번 쓸어낸다. 다만 잔은 10번까지만 교환하여 사용할 수 있으니, 잔이 너무 많으면 그을음을 철저하게 쓸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번 그을음을 채취할 때마다 곧 심지를 잘라 주되, 심지가 기름 안으로 모두 들어가지 않게 하고, 또 덮개를 자주 들어올려 바람을 쏘이지 않게 해야 하니, 이는 그을음이 마유 속으로 떨어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거가필용》[6]


삼구(三衢)[7]에 살았던 섭무실(葉茂實)[8]의, 부드러운 휘장을 쳐서 그을음을 얻는 방법:나무로 다리가높은 난각(暖閣)[9]을 만들고, 그 위는 종이로 만든 보자기로 휘장을 치는데, 휘장 치는 곳의 높이는 7~8척이다. 난각 밑에는 사발 수십 개에 기름을 담고 심지에 불을 붙인 다음 밀실을 닫는다. 그러면 기름기가 종이휘장이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오는데, 이 그을음이 매우 가벼운데다 멀리 날아가서 다른 그을음과는 몹시 다르다. 《계신잡지(癸辛雜志)[10][11]


옛날의 먹 만드는 법은 오직 소나무를 태워 그을음을 얻을 뿐이었다. 근래에 비로소 동유(桐油)와 마자유(麻子油, 마유)를 태워 그을음을 얻는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구주(衢州)[12] 사람들은 조청유(皁靑油)[13]를 태워 그을음을 얻었고, 소주(蘇州)[14] 사람들은 채자유(菜子油)[15]·두유(豆油, 콩기름)를 태워 그을음을 얻었다. 이상의 여러 기름은 모두 태워 그을음을 얻음으로써 먹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동유는 그을음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데 다 먹을 만들면 색이 검고 빛이 나며, 오래되면 날이 지날수록 검어진다. 반면에 나머지 기름들은 얻어지는 그을음의 양이 모두 적은데다, 먹을 만들면 색이 묽고 흐릿하며, 오래되면 날이 지날수록 묽어진다.

매번 동유 15근, 지마유(芝麻油, 참기름) 5근을 쓰는데, 먼저 소목(蘇木) 2냥, 황련 1.5냥, 해동피(海桐皮)[16]·행인(杏仁)·자초(紫草, 지치)·단향(檀香)[17] 각 1냥, 치자(梔子)[18]·백지(白芷))[19] 각 0.5냥, 목별자인(木鼈子仁)[20] 6개를 준비한다. 이상의 약재들을 썰고 잘게 부순 뒤, 지마유에 넣고 보름 남짓 담가 두는데, 날마다 항상 나무막대로 휘저어준다.

태워서 그을음을 낼 때는 이를 솥에 넣어 약재가 검게 타도록 달인 다음 불을 꺼서 식히고 걸러 찌꺼기를 제거한 뒤, 동유를 넣고 골고루 휘저은 뒤에 태운다. 지금 이와 같은 침유법(浸油法)을 사용하는사람은 적지만 아직 그 옛 방법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묵법집요(墨法集要)[21][22]


소연법(燒煙法, 태워서 그을음 만드는 법) : 늦가을에서 초겨울이 적당하다. 밝은 밀실에서 앙진(仰塵)[23]을 위에 설치하고 사방을 둘러 밀폐시킨다. 뒤쪽에는 작은 문 하나를 설치해놓고, 가장 높은 곳까지 지렴(紙簾, 종이로 된 발)을 걸어 두며, 물동이[水盆]를 나무시렁 위에 설치한다. 물동이의 구멍은 나무시렁 바깥을 향하게 한 다음 구멍을 막아 둔다.[24]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우고 벽돌이 기름잔을 물 속에서 받치게 한다. 잔마다 기름을 잔의 8/10가 량 붓고, 등초(燈草)[25] 심지를 기름잔에 들여 불을 붙인 뒤에, 그 위를 그을음사발[煙盌]로 덮어 잔이 보이지 않게 한다. 바람에 날려 그을음이 떨어지면 대략 4~5각(刻, 1시간~1시간 15분)이 되는데, 이때 그을음을 1번씩 쓸어낸다. 그러면 그을음을 쓸어낼 때 1번 등초 심지를 잘라 제거한다. 이때 기름잔마다 쪽가위로 심지의 그을음을 제거하여 물동이 안에 버린다. 그렇지 않으면 등화(燈花, 심지 끝이 타서 맺힌 불똥)가 불꽃을 가려 그을음이 일어날 수가 없다.

거위깃으로 그을음을 쓸어내어 질동이 속에 넣는데, 하룻밤이 지나야 비로소 그릇 하나에 모두 모을 수 있다. 기름잔을 그을음사발로 덮을 때, 빈 그을음사발 하나로 그을음이 붙은 사발을 교체한 다음 그을음을 쓸어내야 한다. 이에 앞서 파두(巴豆) 3~4알을 두드리고 부수어 기름잔 속에 넣고서 불을 붙이면 그을음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매일 대략 20여 번 그을음을 쓸어낸다. 늦게 쓸어내면 그을음이 옅어져서 비록 양이 많더라도 색이 누렇게 되기 때문에 먹을 만들어도 광택이 없으며 검지 않다. 방안에 물동이 10개를 놓아두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울 수 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골라야만 하는데, 만약 바람이 불거나 불을 피우는 방이 밀폐되어 있지 않으면 얻는 그을음의 양이 모두 적어진다. 여름에 만드는 그을음도 색이 옅어지니, 이때는 반드시 찬물을 자주 갈아주고, 등초 심지를 자주 잘라주어야 좋다. 동유(桐油) 100냥을 태울 때마다 그을음을 8냥 얻으면, 이는 매우 능숙한 솜씨이다. 기름을 그을음 속에 떨어뜨리거나, 불꽃이나 등화(燈花)의 찌꺼기가 그을음 속에 떨어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을음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묵법집요》[26]


물동이[27]

【둥글고 두꺼운 질동이를 사용한다. 안의 너비는 2.1척이고, 테두리의 너비는 0.1척이고, 깊이는 0.35척이다. 바닥은 평평하며 테두리는 바닥과 수직을 이룬다. 테두리와 가까운 곳에 손가락 크기만 한 구멍 하나를 뚫어놓고 그곳을 솜으로 막아두어 물을 내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긴 나무를 3척 높이의 누각에 설치하고 여기에 물동이를 올린 다음 두께가 얇은 벽돌 7개를 물동이의 테두리 안쪽을 따라 바닥에 빙 둘러 늘어놓는다. 물동이 가운데에 테두리가 넓은 질연통[瓦煙筒] 1개를 놓아둔다. 연통 안의 너비는 0.6척이고, 연통에 달린 테두리까지 모든 너비는 0.8척이다. 연통의 높이는 물동이의 아가리와 나란하게 하고, 연통 안에도 얇은 벽돌 1개를 놓아 둔다.[28] 기름잔을 각각의 벽돌 위에 놓되, 물동이의 아가리보다 0.03척 아래에 오도록 한다. 물을 기름잔 아가리보다 0.03척이 낮게 차오르도록 넣고, 기름잔 바닥의 중앙에는 쇠로 만든 압각[鐵鴨脚][29]으로 구멍을 뚫어 등초 심지를 고정시킨다. 기름잔마다 등초 심지를 다 들인 뒤에는 기름을 붓는다. 자루가 긴 그을음사발[煙盌]을 덮어서 고정시키고[30] 심지에 불을 붙인다. 만약 물동이의 물이 뜨거워지면 찬물을 자주 부어주는데, 이때 물을 완전히 찬물로 갈아서는 안 된다. 물이 너무 차가워지면 그을음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을음을 얻더라도 양이 매우 적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물을 채우는 일이 중요한데, 만약 물이 줄어들어 물을 가득 채워야 할 때는 구멍을 뚫어놓은 물동이 테두리 가까운 곳의 그을음사발과 기름잔 1개씩을 밖으로 빼놓고서, 물동이 구멍을 막아놓은 솜을 뽑아낸 다음 줄어든 물을 내보냈다가 다시 솜으로 구멍을 막는다. 그리고 깔대기[漏斗][31]를 물동이에 대놓고 여기에 물을 부어 갈아준다. 이어서 빼놓은 기름잔과 그을음사발을 다시 제자리에 넣는다. 만약 물을 부은 지 오래되어 기름찌꺼기가 생기고 이물질이 떠오르면 뜰채로 걷어내어 제거하고, 물동이에 기름찌꺼기가 딱딱하게 굳어 물동이의 테두리 가장자리에 들러붙으면 칼이나 끌로 이를 제거한다. 이어서 맑은 물로 깨끗이 씻어낸 뒤라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방법 : 삼나무로 구유를 만들어 물을 담는다. 밑판을 가장 두텁게 받치고, 사방으로 칸막이판을 차례대로 놓는데, 구유 안의 길이는 7척이고, 너비는 1.4척이고, 깊이는 0.35척이다. 구유 한가운데에 긴 나무 들보 하나를 경계로 삼아 양쪽 길을 내고, 마근유(麻筋油)[32] 태운 재를 길의 이음새에 단단히 붙여 물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구유 끝단에서 바닥과 가까운 곳에 둥그런 구멍 하나를 뚫어 물을 내보낼 수 있도록 대비한다. 그리고 높이가 3척인 누각에 두 나무판을 설치하고 시렁을 만든다. 벽돌로 기름잔을 물속에서 받치고, 그을음사발로 양쪽 길을 덮는다. 구유마다 기름잔과 그을음사발 각 20개를 사용한다. 그을음 태우는 법은 물동이에서 그을음 태우는 법과 동일하다. 돌로 만든 구유도 있다.】

기름잔[油]

【튼튼하고 두꺼운 질그릇으로 기름잔을 만드는데, 너비는 0.45척이며 평평하면서 경사가 완만하고 잔에 달린 발이 넓다. 물동이에 물이 들어와 가득 찰 때는 얇은 벽돌을 받쳐 올리고, 단번에 물동이 안의 물을 내보낼 때는 물동이 아가리의 0.03척 아래까지만 오도록 내보내야 한다. 이때 물의 수심이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 수심이 낮으면 그을음이 날아가고 흩어져 거두는데 방해가 되고 남아있지 않아, 얻어지는 그을음의 양이 적어진다. 구유 안에 물을 넣어서 할 때도 역시 그러하다. 만약 기름잔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안팎이 깨끗하지 않다. 이때는 대나무 빗으로 긁어 낸 다음 볏짚재로 문지른다. 만약 그래도 깨끗하지 않으면 칼과 끌로 깨끗이 긁어내고, 다시 물로 씻어서 말린다. 다른 방법:볏짚재로 문지르지 않고 미음(米飮) 속에 넣고 달여 여러 번 끓으면, 솔로 씻으면서 기름찌꺼기를 제거한다.

그을음사발

【잘 일어내고 반죽한 고운 흙으로 긴 자루가 달린 질사발을 굽는다. 안의 너비는 0.53척이고, 깊이는 0.25척이고, 자루의 길이는 0.3척으로 하여, 자루까지 높이가 0.55척이 되도록 한다. 사발 안은 가마솥처럼 깊은 연못 모양으로 만들되, 반드시 갈아서 충분히 광택이 돌고 매끄럽게 한다. 그을음사발의 전[唇][33]을 밖으로는 질물동이[瓦盆] 테두리에 올려두고, 안으로는 질연통[瓦筒] 테두리 에 올려두어 반드시 사발의 중심이 불꽃의 끝단을 마주하여 덮도록 한다. 사발의 둘레에는 생강즙을 조금 발라두고 빠른 손놀림으로 그을음을 쓸어 모아야 한다. 만약 그을음사발이 기름 때문에 안팎으로 더러워졌으면 모두 곧장 깨끗하게 닦아낸다. 혹시라도 그을음이 오염되면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1. 동유(桐油):유동(油桐)의 씨에서 짜낸 기름. 점성이 높고 건조가 빠르며 도장막이 강하고 탄력이 있어 옛날부터 장판지 및 우산지의 도장유, 등유, 해충 퇴치, 설사제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2. 《避暑錄話》 卷上 (《叢書集成初編》 2786, 10쪽).
  3. 이정규(李廷珪):?~967. 중국 남당(南唐)의 묵장(墨匠). 중국 하북성(河北省) 역현(易縣) 출신으로, 본래는 성(姓)이 해(亥)였고, 훗날 강남(江南)으로 이주했다. 그가 만드는 먹은 탁월한 품등을 인정받아 당대에 ‘천하제일품(天下第一品)’이라는 명성을 떨쳤고, 남당의 황제에게 성씨를 하사받아 개명했다. 그가 만든 먹인 한림풍월(翰林風月)이 대만의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에 소장되어 전해진다.
  4. 소목(蘇木):콩과의 낙엽 관목. 소방목(蘇枋木) 또는 적목(赤木)이라고도 부른다.
  5. 선황련(宣黃連):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황련 또는 토황련(土黃連)이라고도 부른다.
  6. 《居家必用》戊集 〈文房適用〉 “李廷珪造墨正法取煙”(《居家必用事類全集》, 200쪽).
  7. 삼구(三衢):중국 절강성(浙江省) 구현(衢縣) 삼구산(三衢山) 일대. 섭무실이 이곳에 머무르며 먹을 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8. 섭무실(葉茂實):?~?. 중국 송나라의 묵장(墨匠). 세월이 오래 지나도록 먹색이 묽어지지 않는 먹을 만들었다. 중국 강소성(江蘇省) 무진현(武進縣)의 남송(南宋)시대 무덤에서 섭무실이 만든 먹이 1977년에 발굴되었는데, 이 먹은 옥처럼 단단하고 옻을 칠한 듯이 광택이 돌아 송나라의 먹 제조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9. 난각(暖閣):벽으로 다른 공간과 격리되어 있으면서 문을 통해 연결된 작은 공간으로, 난로를 설치하여 따뜻하게 만든 방 또는 난로가 설치된 작은 전각을 말한다.
  10. 계신잡지(癸辛雜志):중국 송나라의 문인 주밀(周密, 1232~1298)이 편찬한 책. 송나라 당시의 여러 설화 및 문물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11. 출전 확인 안 됨;《浙江通志》 卷197 〈國朝〉 “衢州府”.
  12. 구주(衢州):중국 절강성(浙江省) 구현(衢縣) 일대.
  13. 조청유(皁靑油):쥐엄나무의 열매인 조협(皁莢)을 짠 기름으로 추정된다.
  14. 소주(蘇州):중국 강소성(江蘇省) 소주현(蘇州縣) 일대.
  15. 채자유(菜子油):유채꽃의 씨눈에서 짠 기름.
  16. 해동피(海桐皮):두릅나무과의 엄나무 껍질. 신경통과 관절염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17. 단향(檀香):단향과 단향나무의 심재. 주로 향료로 쓰인다.
  18. 치자(梔子):꼭두서니과의 늘푸른떨기나무인 치자나무의 열매. 이뇨제와 지혈제로 쓰이며, 염료로 쓰이기도 한다.
  19. 백지(白芷):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 구릿대. 제습(除濕)과 지통(止痛) 등의 효능이 있다.
  20. 목별자인(木鼈子仁):박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 목별자의 열매. 치질과 악창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21. 묵법집요(墨法集要):중국 명나라의 문인 심계손(沈繼孫, ?~?)이 18세기에 지은 책. 먹[墨]을 제조하는 방법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22. 《墨法集要》 〈浸油〉(《叢書集成初編》 1496, 1쪽).
  23. 앙진(仰塵):방이나 마루의 천장에 설치하는 천장널.
  24. 물동이의……둔다:물동이의 구멍으로 물을 내보낼 때 나무시렁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고 빠져나오는 물을 쉽게 받아내기 위해 물동이의 구멍을 시렁 바깥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25. 등초(燈草):골풀과에 속하는 식물. 등심초(燈心草)라고도 한다. 줄기에 기공이 많아 등잔의 심지로 많이사용되었다.
  26. 《墨法集要》 〈燒煙〉(《叢書集成初編》 1496, 16쪽).
  27. 물동이:여기서부터 소개하는 물동이, 기름잔, 그을음사발, 등초 4가지는 위에서 설명한 소연법(燒煙法)에 쓰이는 기구들을 보충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묵법집요》에서는 이 네 기사가 따로 떨어져 있지만, 서유구의 편집 과정에서 일목요연하게 배열되었다.
  28. 연통 안의……놓아 둔다:연통을 둘러싼 등잔불에서 일어난 그을음이 그을음사발에 들러붙으면 연통은 이를 신속하게 담을 수 있는 용기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이곳에 벽돌을 넣고 기름잔을 올려놓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
  29. 쇠로 만든 압각[鐵鴨脚]:질그릇에 구멍을 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오리발 모양의 도구로 추정된다.
  30. 자루가……고정시키고:그을음사발의 한쪽은 물동이의 테두리에 놓고 다른 한쪽은 질연통의 테두리에 놓으면 자연스럽게 기름잔을 덮게 된다.
  31. 깔대기[漏斗]:나팔꽃 모양의 도구로, 부분은 폭이 넓고 밑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액체를 다른 그릇으로 옮길 때 주로 쓰인다.
  32. 마근유(麻筋油):미상. 삼의 줄기를 태운 재와 기름을 섞어서 만든 방수제로 추정된다.
  33. 전[唇]:그릇의 가장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