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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서: 옛날에는 송연묵(松煙墨)<ref>송연묵(松煙墨):소나무를 태울 때 생긴 그을음을 재료로 만든 먹. 주로 소나무의 그을음인 송연(松煙)에 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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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元)나라의 주만초(朱萬初)<ref>주만초(朱萬初):?~?. 중국 원나라의 묵장(墨匠). 송연을 재료로 사용하여 종이에 잘 스며들고, 광택을 내는 먹을 만들었다.</ref>가 먹을 잘 만들었는데, 먹의 재료로 오직 송연(松煙)만을 사용했다. 대개 300년 동안 꺾이고 썩은 소나무 중에서 정수[精英]가 사라지지 않은 것만을 사용했으니, 흔한 소나무는 아니었다. 나는 예전에 ‘송연묵(松煙墨)은 매우 묵직하지만 고운 맵시가 없고, 유연묵(油烟墨)은 고운 맵시가 있지만 매우 묵직하지는 않다.’라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송진을 불에 태워 그을음을 취한다면, 2가지 장점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천묵록(洞天墨錄)<ref>동천묵록(洞天墨錄):중국 송나라의 문인 조희곡(趙希鵠, 1170~1242)이 먹[墨]의 제작법과 역사에 대하여 쓴 책. 조희곡의 다른 저서인 《동천청록집(洞天清錄集)》에서는 여러 물건의 고증과 감상법 등을 수록하고 있다.</ref>》<ref>출전 확인 안 됨; 《說郛》 卷75 〈林下清錄〉(《文淵閣四庫全書》 880, 243쪽).</ref><br><br> | + | 원(元)나라의 주만초(朱萬初)<ref>주만초(朱萬初):?~?. 중국 원나라의 묵장(墨匠). 송연을 재료로 사용하여 종이에 잘 스며들고, 광택을 내는 먹을 만들었다.</ref>가 먹을 잘 만들었는데, 먹의 재료로 오직 송연(松煙)만을 사용했다. 대개 300년 동안 꺾이고 썩은 소나무 중에서 정수[精英]가 사라지지 않은 것만을 사용했으니, 흔한 소나무는 아니었다. 나는 예전에 ‘송연묵(松煙墨)은 매우 묵직하지만 고운 맵시가 없고, 유연묵(油烟墨)은 고운 맵시가 있지만 매우 묵직하지는 않다.’라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송진을 불에 태워 그을음을 취한다면, 2가지 장점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천묵록(洞天墨錄)<ref>동천묵록(洞天墨錄):중국 송나라의 문인 조희곡(趙希鵠, 1170~1242)이 먹[墨]의 제작법과 역사에 대하여 쓴 책. 조희곡의 다른 저서인 《동천청록집(洞天清錄集)》에서는 여러 물건의 고증과 감상법 등을 수록하고 있다.</ref>》<ref>출전 확인 안 됨; 《說郛》 卷75 〈林下清錄〉(《文淵閣四庫全書》 880, 243쪽).</re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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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규(沈珪)<ref>심규(沈珪):?~?. 중국 남당(南唐)의 묵장(墨匠). 심규가 송연에 송진과 옻 찌꺼기를 함께 섞어 만든 먹색은 몹시 정교하고 광택이 있어 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묵장 이정규(李廷珪, ?~967)가 만든 먹보다 좋다는 평을 들었다.</ref>가 만든 먹은 고송(古松)의 그을음을 채취했다. 여기에 송진과 옻 찌꺼기를 섞고 불에 태워 그을음을 얻으면 극도로 곱고 검은데, 이를 ‘칠연(漆煙)’이라 한다. 《춘저기문(春渚紀聞)<ref>춘저기문(春渚紀聞):중국 송나라의 문인 하원(何薳), 1077~1145)이 지은 책. 하원의 자는 자원(子遠)이며 스스로 한청노농(韓靑老農)이라 불렀다. 이 책은 여러 문물(文物)의 유래·역사·특징 등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ref>》<ref>《春渚紀聞》 卷8 〈雜書琴事(墨說附)〉 “漆煙對膠”(《文淵閣四庫全書》 863, 518쪽).</re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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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에는 칠연(漆煙)을 먹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30년 사이에 사람들이 비로소 칠연으로 먹을 만들었다. 이는 소나무를 옻에 담갔다가 함께 태운 것이다. 《피서록화》<ref>《避暑錄話》 卷上 (《叢書集成初編》 2786, 10쪽).</ref><br><br><br> |
2020년 8월 26일 (수) 12:50 기준 최신판
옛날에는 송연묵(松煙墨)[1]과 석묵(石墨)[2], 두 종류의 먹을 사용했다. 석묵(石墨)은 위진(魏晉)시대[3] 이후로는 사용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나, 송연(松煙)으로 먹을 만든 지는 오래되었다.
소나무뿌리에 복령(茯苓)[4]이 기생하면서 산의 바위를 뚫고 나온 소나무를 ‘투지송(透脂松)’이라 하는데, 1년에 불과 2~3그루밖에 얻을 수 없다. 품등은 상상(上上)이다. 뿌리와 줄기가 굵고 크며 송진이 마치 구슬처럼 흘러나오는 소나무를 ‘지송(脂松)’이라 한다. 품등은 상중(上中)이다. 송진을 집어 올릴 만 하고 투명하게 보이는 소나무를 ‘게명송(揭明松)’이라 한다. 품등은 상하(上下)이다. 송진이 투명함은 부족하지만 자색(紫色)을 띤 소나무를 ‘자송(紫松)’이라 한다. 품등은 중상(中上)이다. 송진이 쇳돌[礦] 같이 단단하면서 곧게 나온 소나무를 ‘첨송(籤松)’이라 한다. 품등은 중중(中中)이다. 송진이 투명함은 부족하지만 황색을 띤 소나무를 ‘황명송(黃明松)’이라 한다. 품등은 중하(中下)이다. 송진에 고유(膏油)[5]가 없어 마치 사탕수수[糖苴]처럼 질펀하게 젖어 있는 소나무를 ‘당송(糖松)’이라 한다. 품등은 하상(下上)이다. 송진에 고유가 없어 살구와 비슷한 소나무를 ‘행송(杏松)’이라 한다. 품등은 하중(下中)이다. 남은 역청(瀝靑, 찐득한 진액)이 흘러나오는 소나무를 ‘지편송(脂片松)’이라 한다. 품등은 하하(下下)이다. 그 밖의 품등이 떨어지는 소나무는 등급을 품평하기조차 부족하다. 조열지 《묵경》[6]
옛날에는 선 가마[立窯][7]를 사용했다. 가마의 높이는 1장(丈) 남짓이고, 그 부뚜막 부분은 배가 넓고 아궁이가 작으며, 부뚜막 전면으로 돌출되어 있지 않다. 가마의 내부에는 5말 들이 독[甕][8]을 엎어두고, 또 독 5개를 큰 그릇부터 작은 그릇까지 크기에 차등을 두어 엎어둔다. 이때 가마의 구덩이 바닥에서부터 독을 서로 받치게 쌓되 또한 그 크기에 차등을 두어 놓는다. 그리고 독이 놓인 각 층마다 독과 독 사이의 이음매에 진흙을 발라 빈틈이 없도록 촘촘하게 늘어세우고, 대략 독에 그을음이 두텁게 들러붙은 다음 닭의 깃털로 그을음을 쓸어 모은다. 그을음의 품등은 5가지로 나누기도 하고 2가지로 나누기도 하는데, 품등을 2가지로 나눌 때는 아궁이에서 가장 앞에 있는 독에 붙은 그을음은 취하지 않는다.[9]
지금은 누운 가마[臥窯][10]를 사용한다. 돌을 쌓고 쇳돌을 포개어 산등성이의 높낮이와 그 형세의 방향을 취한다. 가마의 규모는 더러 길이가 100척, 깊이는 5척, 높이[脊高][11]는 3척, 아궁이의 크기[口大]는 1척, 작은 목[小項]은 8척, 큰 목[大項]은 40척, 호구(胡口)[12]는 2척, 가마의 몸통은 50척으로 만드는데, 호구(胡口)는 또한 ‘인구(咽口)’라 하고, 호구몸통의 끝부분은 ‘머리[頭]’라 한다.[13]
불을 지필 때마다 소나무가지 3개나 5개를 천천히 태운다. 소나무가지를 5개 이상 태우면 연기가 드세게 일어나 그을음이 거칠지만, 5개 이하로 태우면 연기가 천천히 일어나 그을음이 고우니, 태우는 소나무가지의 수가 더욱 적을수록 먹의 품질은 더욱 좋다. 그을음에 흰 재가 끼었으면 제거한다.
일반적으로 7일 밤낮 동안 소나무가지를 태워야 먹의 재료로 쓸 그을음이 완성되니, 이 과정을 ‘일회(一會)’라 한다. 가마가 식으면 그을음을 채취하는데, 항매(項煤)[14]에서 2그릇을 얻으면, 두매(頭煤)[15]에서 1그릇을 얻는다. 두매는 모양이 구슬이나 갓끈이 이어진 듯하고, 신매(身煤)[16]는 덩어리나 납작한 조각모양을 이룬다. 두매 가운데, 몸통 끝부분의 깊숙한 곳에서 채취한 그을음을 ‘원화(遠火)’라 하고, 아궁이 바깥에서 채취한 그을음을 ‘근화(近火)’라 하는데, 근화는 먹의 재료로 사용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그을음은 가벼운 것을 귀하게 여긴다. 일반적으로 그을음이 들러붙는 그릇은 크지만 그을음이 가벼워야 좋고, 반면에 그릇이 작으나 그을음이 무거우면 나쁘다. 일반적으로 그을음 받는 그릇을 흔들어 보았을 때 손의 움직임에 따라 그을음이 흔들거리는 것이 좋고, 손으로 쳐봤을 때 독에서 소리가 울리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손으로 그을음을 만져 보아 시험했을 때 지문 결의 사이로 들어가 묻은 자국이 잘 씻기지 않으면 좋은 품질이고, 다른 물건에 그어 시험했을 때 저절로 광택이 돌고 자국이 얇게 잘 발라지면 좋은 품질이다.
일반적으로 먹에 눈이 뚫려 있으면, 이를 ‘삼안(滲眼)’이라 하니, 이는 그을음이 가마의 찌꺼기와 섞여서 나타나는 하자이다. 오래된 가마에는 벌레·쥐 등의 배설물과 가마의 표면에 붙어 있던 이슬·벌레가 그을음 속에 섞여 있어 가려낼 수가 없으나, 오직 침[唾]으로 걸러내면 대부분 없앨 수가 있다. 그러나 끝내 찌꺼기가 없게 할 수는 없다. 조열지 《묵경》[17]
원(元)나라의 주만초(朱萬初)[18]가 먹을 잘 만들었는데, 먹의 재료로 오직 송연(松煙)만을 사용했다. 대개 300년 동안 꺾이고 썩은 소나무 중에서 정수[精英]가 사라지지 않은 것만을 사용했으니, 흔한 소나무는 아니었다. 나는 예전에 ‘송연묵(松煙墨)은 매우 묵직하지만 고운 맵시가 없고, 유연묵(油烟墨)은 고운 맵시가 있지만 매우 묵직하지는 않다.’라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송진을 불에 태워 그을음을 취한다면, 2가지 장점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천묵록(洞天墨錄)[19]》[20]
심규(沈珪)[21]가 만든 먹은 고송(古松)의 그을음을 채취했다. 여기에 송진과 옻 찌꺼기를 섞고 불에 태워 그을음을 얻으면 극도로 곱고 검은데, 이를 ‘칠연(漆煙)’이라 한다. 《춘저기문(春渚紀聞)[22]》[23]
옛날에는 칠연(漆煙)을 먹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30년 사이에 사람들이 비로소 칠연으로 먹을 만들었다. 이는 소나무를 옻에 담갔다가 함께 태운 것이다. 《피서록화》[24]
- ↑ 송연묵(松煙墨):소나무를 태울 때 생긴 그을음을 재료로 만든 먹. 주로 소나무의 그을음인 송연(松煙)에 소가죽을 삶아 만든 아교를 섞어서 만든다.
- ↑ 석묵(石墨):흑색을 띤 광물질인 흑연을 원료로 만든 먹. 중국 한대(漢代) 이후로는 먹의 재료로 거의 사용 되지 않았다.
- ↑ 위진(魏晉)시대:중국의 후한(後漢)이 멸망한 뒤부터 이어진 221~420년 간의 통치 시기를 말한다. 후한이 멸망한 뒤에 위(魏)·촉(蜀)·오(吳)의 세 나라가 대립한 삼국시대를 위(魏)나라가 통일했고, 위(魏)나라는 진(晉)나라로 교체되는데, 이 시기를 통틀어 위진시대라 한다.
- ↑ 복령(茯苓):소나무에 기생하여 자라는 버섯과의 식물. 이뇨·진정·항균 작용이 있어 한약재로 사용된다.
- ↑ 고유(膏油):소나무 송진 중에서 기름 성분이 있는 진액으로 추정된다.
- ↑ 《墨經》 〈松〉(《叢書集成初編》 1496, 3~4쪽).
- ↑ 선 가마[立窯]:위로 서 있는 형태의 가마. 입요(立窯)라고도 한다.
- ↑ 독[甕]:항아리의 일종으로, 자세한 내용은 《섬용지》 권2 〈불로 요리하는 도구〉 “양조하는 데 쓰는 여러도구”에 보인다.
- ↑ 품등을……않는다:소나무를 태웠을 때 발생하는 그을음은 연소가 이루어지는 아궁이에서 가까울수록 입자가 거칠고 크며, 멀리 갈수록 입자가 곱고 작다. 따라서 품등이 좋은 먹을 얻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아궁이에서 가까운 곳에 들러붙은 그을음은 취하지 않고 먼 곳에 들러붙은 그을음을 취한다.
- ↑ 누운 가마[臥窯]:길게 누워 있는 형태의 가마. 와요(臥窯)라고도 한다. 매우 길게 배치된 형태의 가마는 용요(龍窯)라고 한다.
- ↑ 높이[脊高]:미상. 누운 가마의 둥그런 구조 가운데 지면에서 천장까지의 가장 먼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 호구(胡口):미상. 가마의 각 부위를 잇는 부분에 난 연결통로로, 이곳을 통해 그을음이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 ↑ 지금은……한다:누운 가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나, 시험삼아 추정하여 도해하면 위 그림과 같다.
- ↑ 항매(項煤):가마의 작은 목[小項]과 큰 목[大項] 부분에서 채취한 그을음으로 추정된다.
- ↑ 두매(頭煤):가마의 몸통 끝부분에서 채취한 그을음으로 추정된다.
- ↑ 신매(身煤):가마의 몸통에서 채취한 그을음으로 추정된다.
- ↑ 《墨經》 〈煤〉(《叢書集成初編》 1496, 4~6쪽).
- ↑ 주만초(朱萬初):?~?. 중국 원나라의 묵장(墨匠). 송연을 재료로 사용하여 종이에 잘 스며들고, 광택을 내는 먹을 만들었다.
- ↑ 동천묵록(洞天墨錄):중국 송나라의 문인 조희곡(趙希鵠, 1170~1242)이 먹[墨]의 제작법과 역사에 대하여 쓴 책. 조희곡의 다른 저서인 《동천청록집(洞天清錄集)》에서는 여러 물건의 고증과 감상법 등을 수록하고 있다.
- ↑ 출전 확인 안 됨; 《說郛》 卷75 〈林下清錄〉(《文淵閣四庫全書》 880, 243쪽).
- ↑ 심규(沈珪):?~?. 중국 남당(南唐)의 묵장(墨匠). 심규가 송연에 송진과 옻 찌꺼기를 함께 섞어 만든 먹색은 몹시 정교하고 광택이 있어 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묵장 이정규(李廷珪, ?~967)가 만든 먹보다 좋다는 평을 들었다.
- ↑ 춘저기문(春渚紀聞):중국 송나라의 문인 하원(何薳), 1077~1145)이 지은 책. 하원의 자는 자원(子遠)이며 스스로 한청노농(韓靑老農)이라 불렀다. 이 책은 여러 문물(文物)의 유래·역사·특징 등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 ↑ 《春渚紀聞》 卷8 〈雜書琴事(墨說附)〉 “漆煙對膠”(《文淵閣四庫全書》 863, 518쪽).
- ↑ 《避暑錄話》 卷上 (《叢書集成初編》 2786, 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