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향:향료: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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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4-2) 사향(麝香)
도홍경(陶弘景)[1]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향노루는 여름철에 뱀과 벌레를 많이 먹고서 겨울이 되면 사향이 가득 찬다. 봄이 되면 배꼽 안쪽이 갑자기 아파서 스스로 발톱으로 후벼 파내고 똥과 오줌 속에 사향을 두고서는 덮어 버리는데, 늘 같은 곳에서 한다. 이 향기는 사향노루를 죽여서 꺼낸 것보다 훨씬 우수하다.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가짜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진품 사향 1자(子)[2]를 3~4자로 나누어서 만드는데, 진품 사향을 깎아서 혈막(血膜)을 취하고 기타의 물질들을 섞은 다음 사향노루 다리 4개의 무릎 가죽으로 싸서 판다. 다만 한 조각을 깨뜨려 봤을 때 털이 그 안에 함께 싸여 있는 물건이 우수하다고 여긴다.
《도경본초(圖經本草)[3]》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향에는 3등급이 있다. 제1등급은 생향(生香)인데, ‘유향(遺香)’이라고도 하고, 곧 사향노루가 스스로 후벼 파낸 물건이다. 그러나 매우 얻기가 어려워서 가격이 조개 속에서 생긴 진주(眞珠)와 같다. 그 향이 모여 있는 곳은 거기서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풀과 나무가 자라지 못하거나 말라서 누렇게 된다. 지금 사람들이 사향을 몸에 지니고 원림(園林)을 지나면 과류(瓜類)[4]나 과일이 모두 열매가 열리지 않으니, 그것이 그 증거이다. 제2등급은 제향(臍香)인데, 곧 사향노루를 잡아 죽여서 꺼낸 물건이다.
제3등급은 심결향(心結香)인데, 곧 사향노루가 자기를 잡으려고 쫓아오는 큰 짐승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 평정심을 잃고 미친 듯이 달리다가 떨어져 죽은 경우, 그 노루에게서 얻은 사향이다. 하지만 그 심장을 열어보았을 때 비장 위로 피가 흘러나와 건혈괴(乾血塊))[5]로 된 것이 보이면 이것은 약의 반열에 넣기에 적당하지 않다. 또한, 수사(水麝))[6]라는 일종이 있는데, 그 향기가 더욱 기이하다. 수사의 배꼽 안에 모두 물이 차 있는데, 그 한 방울을 1두(斗, 말)의 물속에 떨어뜨린 뒤 옷가지에 뿌리면 그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시진(李時珍))[7]은 “서북 지역에서 나는 사향은 향이 진하다. 동남 지역에서 나는 사향은 ‘토사(土麝)’라 하는데, 또한 쓸 만하지만 효력은 그다음이다.”라 했다.[8]【안 우리나라에서도 사향이 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9]

각주

  1. 도홍경(陶弘景):456~536. 중국 남북조(南北朝) 시대 송(宋)나라의 의학자. 자는 통명(通明), 호는 화양은거(華陽隱居). 본초학(本草學)에 대해 깊이 연구해서 《본초경집주(本草經集注)》를 저술했다.
  2. 자(子):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는 가늘고 긴 물건을 헤아릴 때 쓰는 양사.
  3. 도경본초(圖經本草):《본초도경(本草圖經)》의 이칭. 중국 송나라의 의학자 소송(蘇頌) 등이 편찬하여 1061년에 20권으로 간행한 의서. 중국 각 군현(郡縣)의 약초와 해외의 약물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학자의 학설을 참고하고 정리해서 만들었다. 원서는 없어졌으나 그 내용이 《본초강목》·《증류본초(證類本草)》등에 전한다. 《도경(圖經)》이라 약칭하기도 한다.
  4. 과류(瓜類):오이·호박·수박 등 덩굴이 뻗어서 열매를 맺는 식물 종류.
  5. 건혈괴(乾血塊):짐승의 피에서 수분이 없어지고 응고 성분만 남도록 건조된 흑갈색의 핏덩이.
  6. 수사(水麝):사향노루의 일종. 그 배꼽에서 채취한 물은 고체 형태의 사향보다 효과가 좋다고 한다.
  7. 이시진(李 時珍):1518~1593. 중국 명나라의 본초학자. 자는 동벽(東璧), 호는 빈호(瀕湖). 이시진은 약물 연구와 실천을 중시하여 역대의 의약서 및 참고 문헌 8백여 종을 살펴보고 스스로 산에 올라가서 약을 채집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고대 본초 서적 중의 많은 오류를 수정하였고, 오랜 집필 끝에 1,890여 종의 약물을 수록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저술했다. 이 책은 명나라 이전의 본초학을 종합하여 정리하였고 의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본초강목》은 《임원경제지》 도처에서 인용되었으며, 특히 《인제지》에서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8. 이상의 사향 기사 전체는 《本草綱目》 卷51 〈獸部〉 “麝”, 2867~2868쪽에 나온다.
  9.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53~3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