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향:향궤
내용
23) 향궤(香几)
서재 안에 두는 향궤(香几)의 제도에는 2가지가 있다. 높이가 2.8척이고, 향궤 윗판의 표면을 대리석(大理石)·기양(岐陽)[1]의 마노석(瑪瑙石)[2]등의 돌로 만들거나, 두판남(豆瓣楠)[3]을 속에 끼우거나, 모양은 사각형이나 팔각형이고, 혹은 정방형이거나, 문양은 매화나 접시꽃이나 쇠귀나물을 그려 넣거나, 둥근 모양으로 규격을 삼거나, 옻칠을 하거나, 여러 나무들에 물을 뿌리고 문질러 광택을 내거나[4], 향궤 위에 포석(蒲石)[5]을 두거나, 화분을 놓거나, 향로(香爐) 하나만 놓고 향을 피운다. 이들의 종류는 고궤(高几, 높은 향궤)이다.
서안(書案) 머리맡에 두는 소궤(小几, 작은 향궤)는 오직 일본에서 만든 물건이 가장 뛰어나다. 그 방식은 판자 1개로 향궤의 윗판을 만드는데, 길이는 2척, 너비는 1.2척, 높이는 0.3척 남짓이고, 윗판의 윗면에는 금조각·은조각으로 꽃이나 새의 문양을 상감(象嵌)하고, 사방 테두리는 나무나 돌 문양으로 상감한다. 향궤 윗면의 양쪽 가로면에는 작은 받침틀 2개를 설치하고, 금니(金泥)[6]를 바른다. 아래쪽에는위아래로 연결된 아(牙)[7] 4개와 다리 4개를 만드는데, 아(牙)에 낸 구멍에는 삼금(鏒金)[8]을 하고, 구리를 겉에 둘러서 가장자리를 압인(壓印)[9]한다. 운반할 때 아주 가볍다.
서재 안에는 향로(香爐)·향시(香匙)·저병(筯甁)·향합(香盒)을 진열하기도 하는데, 더러는 책을 1~2권 놓아두거나, 또는 청한(淸閑)하고 고아하여 운치 있는 기물을 놓아두면 아주 빼어나다.
지금 오중(吳中)에서 만든 향궤 중에는 붉은색을 띤 소궤가 있는데, 일본에서 만든 향궤와 비교하여 약간 작고, 모양은 향안(香案)과 같다. 또 자단(紫檀)에 꽃문양을 상감(象嵌)한 향궤가 있고, 일본 제품을 모방한 향궤가 있으며, 돌을 박아 넣은 향궤가 있고, 더러는 크기가 일본 제품만 한 향궤도 있고, 크기가 1척만 한 작은 향궤도 있다. 또 너비가 0.5~0.6척 정도인 향궤가 있다. 여기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옛 구리 제품이나 관요(官窯)·가요(哥窯)에서 생산된 아주 작은 향로나 저병을 진열하고, 향을 피우고 꽃을 꽂아서 청아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하면 보는 이의 마음과 눈이 매우 흡족해진다. 《준생팔전》[10][11]
각주
- ↑ 기양(岐陽):중국 섬서성(陝西省)의 기산(岐山) 남쪽에 있는 지역. 주나라 성왕이 엄(奄)나라를 무찌르고 돌아오는 길에 제후들을 모아 사냥한 곳이다.
- ↑ 마노석(瑪瑙石):석영·단백석(蛋白石)·옥수(玉髓)의 혼합물. 화학 성분은 송진과 같은 규산(硅酸)으로, 광택이 있고 때때로 다른 광물질이 스며들어 고운 적갈색이나 흰색 무늬를 띠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은 보석이나 장식품으로 쓰고, 그 외에는 세공물이나 조각의 재료로 쓴다.
- ↑ 두판남(豆瓣楠):녹나무과의 상록 교목. 그 형태가 굽지 않고 똑바로 크는 나무라서 중국 명(明)나라·청(淸)나라 때에 값비싼 가구의 제작에 많이 쓰였다. 아남(雅楠)·두백남(斗柏楠)이라고도 한다.
- ↑ 물을……내거나: 물갈음이다. 돌이나 나무의 표면을 물을 뿌려가며 광택이 나도록 가는 일.
- ↑ 포석(蒲石):석창포 분재이다. 죽탑(竹榻)·석침(石枕)·포화욕(蒲花褥, 갈대꽃을 넣어 만든 요)·은랑(隱囊)·포화피(蒲花被 갈대꽃 이불)·지장(紙帳)·의상(欹床)·등돈(藤墩, 등나무 의자) 등과 함께 산골 생활에 꼭 있어야 할 물건의 하나로 꼽힌다.
- ↑ 금니(金泥):수은과 금가루를 섞은 물질.
- ↑ 아(牙):향궤의 상판(윗면)과 다리가 이어지는 부분에 만드는 장식.
- ↑ 삼금(鏒金): 금으로 장식하는 공예의 일종으로 금박가루를 기물(器物)의 표면에 부착시킨다.
- ↑ 압인(壓印): 찍힌 부분이 도드라져 나오거나 들어가도록 장식하는 기법
- ↑ 《遵生八牋》 卷15 〈燕閒淸賞牋〉 中 “論文房器具” ‘香几’(《遵生八牋校注》, 592쪽).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7~4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