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금ㆍ검:서재에는 검을 걸어두어야 한다
내용
30) 서재에는 금을 걸어두어야 한다[論齋閣宜掛劍]
예로부터 각 물건의 제도는 그 법이 전해 내려오지 않는 것이 없는데, 유독 검을 주조하는 기술만은 전적(典籍)에 실려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요즘에는 검객이 없고 세상에는 명검(名劍)이 드물다. 검 제조 기술이 전해 내려오지 않는 데다가 도(刀)가 검(劍)보다 사용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1] 이 때문에 사람들이 도를 허리에 찰 줄은 알아도 검을 찰 줄은 모른다. 우리 무리가 이 검을 걸어두는 이유는, 폭도를 막거나 강한 자를 상대하는 데에 쓰지 못하더라도 가슴에 품은 뜻을 씩씩하게 유지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옛날 검을 얻을 수 없으면 지금의 보검 중에 운남(雲南)에서 만든 검과 같은 물건을 고아한 서재에 걸어두면 풍성(豐城)의 은기(隱氣).[2]를 자전(紫電).[3]과 백홍(白虹).[4]으로 변하게 하여 위로는 삼태성(三台星)[5]과 북두성까지 닿을 것이다. 그 결과 형형하게밤을 밝혀서 참창(欃槍)과 패성(孛星)[6]이 함부로 환하게 빛을 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런 뜻을 어찌 우활하다고만 하겠는가. 《준생팔전》.[7][8]
검 가운데 일본에서 만든 검은 거의 대부분 명품이다. 칼집에서 뽑으면 무지갯빛이 사람을 비추고, 베갯머리 가까이 걸어두면 몸을 보호하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쳐줄 뿐 아니라 사람으로 하여금 강직하고 굳세며 과감하고 결연한 기상을 갖추게 한다. 《증보산림경제》.[9][10]
각주
- ↑ 도(刀)가……때문이다:날이 한쪽에만 있으면 도(刀), 날이 양쪽에 있으면 검(劍)이라 한다. 검은 주로 찌르기에 특화된 칼인 반면에, 도는 베는 용도로 쓰기에 적당한 칼이며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 검보다 편하다.
- ↑ 풍성(豐城)의 은기(隱氣):《진서(晉書)》 〈장화열전(張華列傳)〉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吳)가 멸망하기 전에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자색(紫色) 운기(雲氣)가 끼어 점점 선명해지자 장화가 천문에 달통하다는 뇌환(雷煥)이라는 이를 데리고 누각에 올라 살피게 했다. 뇌환은 풍성(豐城) 땅에 묻힌 용천(龍泉)과 태아(太阿)라는 두 보검에서 자기(紫氣)가 발산되는 것이라고 했고, 그 땅을 파보니 실제로 검이 나왔다고 한다.
- ↑ 자전(紫電):자줏빛을 띤 전광(電光). 옛 사람들이 상서롭게 여겼다.
- ↑ 백홍(白虹):해와 달 주변에 하얗게 낀 상서로운 기운.
- ↑ 삼태성(三台星):자미성(紫微星, 북극성)을 지킨다고 하는 북두칠성의 자루 끝 3개의 별. 곧 상태성(上台星)·중태성(中台星)·하태성(下台星).
- ↑ 참창(欃槍)과 패성(孛星):모두 혜성의 별칭. 옛사람들은 혜성이 나타나는 것을 화재나 전쟁 같은 불길한 일의 징조로 여겼다.
- ↑ 《遵生八牋》 卷15 〈燕閒淸賞牋〉 中 “論文房器具” ‘琴劍’(《遵生八牋校注》, 591쪽).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454~455쪽.
- ↑ 《增補山林經濟》 卷16 〈雜房〉 “淸齋位置”(《農書》 5, 228쪽).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4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