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색을 내는 도구:채색: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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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5) 연지(燕脂)[1]
연지에는 네 종류가 있다. 잇꽃[紅藍花]즙으로 분을 물들여 만든 것이 바로 《소악연의(蘇鶚演義)》[2]에서 말하는 연지인데, 잎은 삽주 같고 꽃은 부들 같으며, 서방에서 난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홍람(紅藍)이라 하는데, 분을 물들여 부인들의 얼굴에 바르는 것이다.【 안 제조법은 《만학지》에 상세히 보인다.[3]
다른 종류는 산에서 나는 연지꽃의 즙으로 분을 물들여 만든다. 이는 바로 단공로(段公路)[4]가 《북호록(北戶錄)》에서 말한 “단주(端州) 산간에 꽃이 떨기로 나는데, 잎은 쪽과 같다. 정월에 꽃이 피며, 꽃은 여뀌와 비슷하다. 그 지역 사람들이 꽃봉오리째 따서 연지분을 만드는데, 잇꽃처럼 비단을 물들일 수도 있다.” [5]라 한 것이다. 또 다른 한 종류는 산유화(山榴花)의 즙으로 만든 것이다. 정건(鄭虔)[6]의 《호본초(胡本草)》에 실려 있다.
나머지 한 종류는 자광(紫𨥥)【 안 광(𨥥)은 광(鑛)의 옛 글자이다. 본초서에서 자광은 일명 ‘석린지(錫恡脂)’라 했고, 이시진은 “이것은 페르시아의 은광(銀鑛)[7]이다.” 52[8]라 했으며, 자서(字書)에서는 “단사가 청양(靑陽)한 기운을 받아 비로소 광석(𨥥石, 자광)이 생기고 200년 동안 단사를 이루어 청녀(靑女)[9]를 낳는다.” [10]고 했다.】으로 솜을 물들여 만드는 것으로, ‘호연지(胡燕脂)’라 한다. 이순(李珣)[11]의 《남해약보(南海藥譜)》에 실려 있다.
지금 남쪽 사람들은 대부분 자광연지를 사용하는데, 민간에서 ‘자경(紫梗)’이라 부르는 것이 이것이다.【 안 지금 연경에서 수입한 솜연지[綿燕脂]는 단청하는 사람들이 매번 조금씩 물에 담가 즙을 내 선홍색으로 만드는데, 아마도 자광연지인 것 같다.】《본초강목》[12][13]


각주

  1. 연지燕脂:여자가 화장할 때 입술이나 뺨에 찍는 붉은 염료.
  2. 《소악연의(蘇鶚演義)》:당(唐)의 소악(蘇鶚)이 지은 책으로, 모두 10권이다. 최표(崔豹)가 명물(名物)을 고증하여 엮은 책인 《고금주(古今注)》와 성격이 비슷하다.
  3. 《만학지》 권5 <기타 초목류> “잇꽃(홍화)” ‘제조’.
  4. 단공로(段公路):?~?. 당대(唐代)의 학자로, 《북호록(北戶錄)》을 지었다. 《신당서》 <예문지>에서는 단공로가 단문창(段文昌, ?~?)의 손자이자 단성식(段成式, ?~863)의 아들이며, 단안절(段安節)의 동생이라고 했다.
  5. 《北户録》 卷3 <山花燕支>.
  6. 정건(鄭虔):705~764. 중국 당대의 문인으로, 두보와 이백의 벗이다. 종이 대신 자은사(慈恩寺) 감잎에 글씨 연습을 했으며, 산수를 잘 그렸다.
  7. 은광(銀鑛):은을 함유한 광석.
  8. 《本草綱目》 卷8 <金石部> “錫吝脂”, 464쪽.
  9. 청녀(靑女):서리[霜]를 맡아 다스린다는 신으로, 중국 신화에 따르면 청녀가 출현해야 서리나 눈이 내린다고 한다. ‘청소옥녀(靑霄玉女)’의 줄임말이다.
  10. 《本草綱目》 卷8 <金石部> “硃砂銀”, 465쪽.
  11. 이순(李珣):855?~930?. 오대(五代) 전촉(前蜀)의 사인(詞人, 시문을 짓는 사람)으로, 천거되어 왕연의 조정에서 관직을 지내다가 전촉이 망한 뒤에는 더 이상 벼슬하지 않고 은거했다. 저서에 시집 《경요집(璟瑤集)》과 의학서인 《해약본초(解藥本草)》가 있다. 《해약본초》는 송나라 당신미(唐愼微)의 《증류본초(證類本草)》와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 편찬에 기여했다.
  12. 《本草綱目》 卷15 <草部> “燕脂”, 968~969쪽.
  1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2,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7), 285~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