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불로 요리하는 도구:곡물을 가루 내는 여러 도구:사면차
내용
8) 사면차(篩麪車, 밀가루 체 치는 기계)
밀가루를 체 치는 방법:막힌 방에 바퀴 셋 달린 흔들수레[搖車]를 놓는다. 그 바퀴는 앞바퀴가 2개이고 뒷바퀴가 1개이다. 수레 위에는 기둥 4개를 세우고 아슬아슬하도록 두 층으로 큰 체를 놓으면 몇 석을 담을 수 있다. 위 체에 밀가루를 붓고 아래 체는 비워 두었다가 위 체에서 거른 밀가루를 이어 받아 다시 고운 가루만을 걸러 낸다. 흔들수레 앞에는 나무 하나를 곧게 걸쳐 놓고 나무의 한쪽 끝이 수레 한쪽 끝을 거머쥐게 한 채로 벽을 뚫고서 집 밖으로 빠져나오게 한다. 집 밖에는 기둥 하나를 세워 나무의 다른 쪽 끝을 묶는다. 이 기둥 아래쪽에는 구덩이를 판 다음 큰 판자를 하나 놓아 기둥뿌리를 받친다. 이때 판자 아래쪽 한가운데에 침목(枕木)을 만들어 풀무질하는 방법처럼 판자를 띄워 놓는다.[1]
판자 위에 의자를 놓고 앉아 발을 살짝 움직이면, 판자의 양 끝이 널뛸 때처럼 서로 낮아졌다 높아졌다 하여 판자 위의 기둥이 흔들림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하여 기둥 끝에 가로로 걸쳐 놓은 나무가 세게 밀고 당겨서 집 안의 수레가 앞으로 나왔다 뒤로 물러났다 한다. 집 안의 사방 벽에는 10층으로 시렁을 설치하고 그릇을 그 위에 놓아 날리는 가루를 받게 한다. 집 밖에서 의자에 앉은 사람은 책을 보거나 글씨를 베껴 쓰거나 손님과 말을 주고받는 등 못하는 일이 없다. 단지 등 뒤에서 시끄럽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누가 그렇게 하는지도 모른다. 대개 그 발을 매우 살짝 움직일 뿐이지만 거두어들이는 효과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부녀자들이 한 번에 밀가루 몇 두만 체 치면 하루아침에 귀밑털과 눈썹이 새하얘지고 손목이 저리고 힘이 빠질 정도이다. 그 수고로움과 편안함으로 얻는 득실을 이 방법을 사용하여 얻는 득실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안 《왕정농서》에는 수력으로 밀가루를 체 치는 방법이 있는데 수배(水排, 수력으로 풀무를 작동하는 기구) 제도[2]와 서로 비슷하다. 또 맷돌바퀴의 굴대에 기계를 만들어서 체 치는 방법도 있는데 더욱 교묘하고 빠르니,[3] 모두 연구하여 시험해 보아야 한다.】《열하일기》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