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몸 씻는 도구와 머리 다듬는 도구:머리 다듬는 여러 도구:빗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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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9) 빗접[梳匣][1]
나무로 목침(나무베개) 크기의 궤짝을 만든다. 위에는 밀고 당기는 문을 달아 열고 닫는다. 그 안에는 얼레빗 1개, 참빗 2~3개, 소쇄(빗솔) 1개, 빗치개 1개, 퇴발낭(退髮囊)[2] 1개【퇴발낭은 기름종이로 만든다.】를 보관한다. 빗접의 안팎을 모두 옻칠하기도 하고, 오동나무로 빗접을 만든 뒤 이를 불로 지져 황흑색을 내기도 한다.
부인들의 빗접은 이와 다르다. 빗접의 크기는 한말들이(1두가 들어가는 도량형)만 하고, 높이는 1척 정도이다. 구름무늬를 새긴 다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중간에 구획을 짓는 판을 설치하여 위아래의 단을 나눈다. 위 칸의 한가운데에는 가로로 짧은 담을 설치해 좌우로 칸을 나눈다. 왼 칸에는 얼레빗·참빗·소쇄(빗솔)·빗치개, 소추(빗솔)·족집게·민자 같은 것들을 담고, 오른 칸에는 퇴발낭을 담는다. 아래 칸에는 서랍을 달아 그곳에 분·연지·조두(가루비누)·양칫소금·육향고(六香膏)[3] 등 일체의 화장품 종류를 보관한다.
따로 누렇게 기름 먹인 전후지를 가로세로로 각각 3등분해서 겹치게 접는다. 그것을 펼치면 접은 무늬가 9정(井)[4]이 되고, 접으면 9정이 1정으로 합쳐진다. 이렇게 접은 1정의 크기와 너비는 빗접 위 칸의 아가리와 똑같아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된다. 날카로운 칼로 한가운데의 1정을 네 꼭지점이 교차하게 대각선으로 두 길이 나게 그어 가르면 한가운데의 1정은 바로 삼각형 4개로 나뉠 것이다. 그대로 들어 올려 위 칸의 네 담장 안쪽 면에 풀로 붙이다가 담장이 끝나는 곳에서 멈추고 남는 종이를 잘라 낸다. 빗질을 할 때마다 종이를 무릎 위에 펴 놓아 머리카락이나 때를 받고, 빗질이 끝나면 전처럼 접어 둔다.[5]
갑 위에 덮개가 있는데 가래나무를 화리색(花梨色)[6]으로 물들여서 만들기도 한다. 빗접은 지금 민간의 벼룻집 모양처럼 덮개가 있고 바닥이 있다. 빗접의 덮개는 접은 종이 위까지 덮고, 덮개 한가운데에는 타원형의 구리 고리를 박아서, 들어서 열기가 편하다. 통영에서 만든, 옻칠에 나전으로 화초나 새, 짐승을 그린 그림이 있는 빗접이 더욱 좋다.《금화경독기》[7]

각주

  1. 빗접[梳匣]:머리 손질에 필요한 빗・빗솔・빗치개・뒤꽂이・살쩍밀이 등을 넣어 보관하는 그릇. 위에는 뚜껑이 있으며 그 아래에는 가슴 쪽으로 당기는 서랍이 있는 구조이다. 맨 위 칸에는 안에 가로로 된 칸막이가 있어 위 칸에는 빗 등을 넣고 아래 칸에는 빠진 머리카락을 담아 둔다. 서랍에는 화장 도구를 넣어 두기도 한다.
    빗접(국립민속박물관)
    빗접(국립민속박물관)
  2. 퇴발낭(退髮囊):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담아 두는 주머니.
  3. 육향고(六香膏):‘구리모’나 ‘면약(面藥)’ 같은 얼굴 피부보호제의 하나. 《규합총서》에서는 “겨울에 얼굴이 거칠고 터지는데 달걀 3개를 술에 담가 김이 새지 않게 두껍게 봉하여 4~7일을 두었다가 얼굴에 바르면 트지 않을뿐더러 윤지고 옥 같아진다. 얼굴과 손이 터 피가 나거든 돼지족발기름[猪趾脂]에 괴화를 섞어 붙이면 낫는다.”(《閨閤叢書》 〈雜著〉 “面脂法”, 410쪽)고 했다.
  4. 9정(井):가로로 3개, 세로로 3개인 사각형[井]이 모여 모두 9개가 되는 모양. 중국 고대에 시행된 토지제도인 정전법(井田法)에서 토지를 구획하는 모양과 같다.
  5. 따로……둔다:종이를 만들어 빗접에 풀로 붙여 머리를 빗을 때 펴는 빗접의 모습은 아래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 빗접은 뚜껑이 없이 종이가 접혀 있는데, 그 종이를 펼치면 앉아 있는 사람의 다리를 덮는다.
    접어 쓰는 빗접(국립민속박물관)
    접어 쓰는 빗접(국립민속박물관)
  6. 화리색(花梨色):자단나무 색으로, 화리(花梨)는 화려(樺櫚) 혹은 화류(樺榴)와 함께 쓰인다. 대체로 자주색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7.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2,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197~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