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제도:방과 캉:방과 캉은 제도가 다르다
내용
1) 방과 캉(炕)[1]은 제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방 제도는 다음과 같다. 가령 동쪽이 높은 남향집의 경우 동쪽 1칸[2]은 위가 다락, 아래는 부뚜막이고, 가운데 1칸이나 2칸이 방이며, 서쪽 1칸이나 2칸이 대청이다. 방은 남북으로 창을 내어 햇빛을 받아들이고 바람을 통하게 하며, 대청을 둘러 분합문(分閤門)[3]을 만든다. 대청과 방의 경계는 ‘장지[粧子]’[4]로 구획을 지어 추위를 만나면 닫고 더위가 오면 여니,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하여 생활하기에 편하다.
중국의 캉 제도는 다음과 같다. 남쪽으로는 모두 창이고, 한가운데 1칸은 출입문이다. 동·서·북 삼면에는 돌출된 처마가 없게 하여 벽돌로 외벽을 쌓으면서 바로 서까래 머리까지 묻히도록 지붕 높이까지 이르게 하며, 동서 두 벽에는 각각 둥근 창을 뚫는다. 남쪽 창에서 북쪽 벽 아래까지 서로 마주하게 벽돌을 쌓아 ‘침대 구들[臥炕]’을 만들되, 그 너비는 10척 남짓 되게 하고, 바닥에는 모두 벽돌을 깐다.
대개 벽돌을 많이 쓰고 흙이나 나무는 적게 쓰며, 동・서・북 삼면의 기둥과 들보가 모두 벽 안에 묻히도록 하기 때문에 비바람을 맞지도 않고 불이 이웃으로 번질 걱정도 없다. 일단 한가운데의 문만 하나 닫으면 저절로 성벽(城壁) 또는 성루(城壘)나 성보(城堡)가 되어 도적이 벽을 뚫거나 담을 타넘는 사태를 끊을 수 있으니, 역시 좋은 제도이다. 중국 대강(양자강) 이남의 방 구조
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남쪽 사람들이 방에서 살고 북쪽 사람들이 캉에서 사는 것도 각각 그곳의 풍속을 따른 결과이다.《금화경독기》[5]
각주
- ↑ 캉(炕):만주 지역에서 구들을 가리키는 용어. ‘구들[龜突]’이란 방 밑에 화기(火氣)가 통하게 하여 난방하는 구조체로, 온돌의 구조부를 가리킨다. 만주 지역의 캉은 방 전체를 난방하지 않고 침상에만 가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 ↑ 칸:원문의 ‘楹’은 본래 ‘기둥’이라는 뜻이나, 기둥과 기둥 사이인 ‘칸’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
- ↑ 분합문(分閤門):한옥의 방이나 대청 앞쪽 전체에 길게 드리는 여러 짝의 문. 뒤의 ‘7. 창’에서 자세하게 소개한다.
- ↑ 장지[粧子]:살대에 종이를 발라서 채광이 되게 한 창이나 문. 보통 방과 마루 사이의 문을 가리키며, 미닫이와 비슷하나 높이가 높고 문지방을 낮게 설치한다. 뒤의 ‘7. 창’에서 자세하게 소개한다
- ↑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15~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