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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무등산을 내려 적벽의 장관을 보다
이야기
1574년 4월 23일, 고경명 일행은 문수암에서 출발해 무등산의 마지막 산행을 이어갔다. 전날 머물렀던 광석대에서는 임훈의 제의로 시회가 열렸고, 시를 짓지 못한 자는 벌주를 마시는 규칙이 정해졌다. 아침 구름이 골짜기를 덮고 봉우리가 운해 속에 떠 있는 풍경을 바라본 뒤, 일행은 광석대를 내려 송하대로 향했다. 송하대는 규봉십대의 일부로, 무등산 남쪽 산기슭으로 내려서는 길목이었다.
일행은 송하대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영신동에 이르렀고, 이어 방석보와 몽교를 거쳐 하산하였다. 장불천이 흐르는 이 일대는 산과 물이 맞닿은 경승지로, 소나무 숲과 시냇물, 띠집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어졌다. 몽교는 이름 그대로 ‘꿈의 다리’라 불렸으며, 장불천의 맑은 물과 절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노루목 고개를 넘어가자 신나무와 소나무가 석벽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물빛이 비단결처럼 일렁였다.
오후에 고경명은 일행과 함께 적벽에 도착했다. 절벽은 층암으로 이어져 높이가 수십 장에 이르고, 아래로 흐르는 물은 깊고 푸르렀다. 동복현감 신응항이 먼저 도착해 일행을 맞이하였고, 절벽 위에서는 퉁소와 낙석의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고경명은 이곳의 장대한 형세를 무창의 적벽에 견주며, 남쪽 지방의 명승으로 평가했다. 이어 참현과 이참을 지나며 산 아래로 내려왔고, 시내 위의 정자에 남은 시문을 살펴보며 이날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날의 기록은 무등산을 내려와 화순 적벽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중심으로, 산중의 시회와 하산길의 경승, 그리고 적벽의 장관을 함께 담고 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