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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간판을 넘어 박태규의 붓, 삶과 숲을 걷다
이야기
박태규의 붓은 언제나 거리와 함께 있었다. 그는 광주극장 간판을 그리며 도시의 기억을 새겼고, 때로는 거대한 천 위에 민중의 목소리를 담았다. 1980년대, 광주가 다시 삶의 터전을 일으키던 시절, 그는 광주시민미술학교에서 판화를 가르치며 ‘예술이 민중의 손에 닿아야 한다’는 신념을 나눴다. 이 경험은 곧 그를 사회 현실로 이끌었다.
호남대학교의 미술패 매의 일원으로 함께한 그는 거리로 나서, 1987년의 함성과 함께 걸개그림을 그렸다. 그 붓 끝에서 탄생한 《9폭-민중생존권 투쟁과 6월 항쟁》은 전남광주지역미술패연합이 함께 만든 시대의 기록이었다. 이 작품은 이후 《민족해방운동사》라는 더 큰 연작으로 이어져, 억눌린 이들의 생존과 자유를 그려냈다. 그것은 예술이자, 항쟁의 또 다른 언어였다.
그러나 박태규의 붓은 사회운동의 현장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광주환경운동연합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물 한방울 흙 한줌’이라는 환경단체와 함께 자연의 생명력을 그렸다. 공해의 도시 속에서도 한 그루의 나무, 한 방울의 물을 지켜내려는 그의 행보는 붓질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했다.
그는 광주극장이 개최하는 영화간판 시민학교에서 시민들에게 간판 그림 창작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며 소통하고 있다. 이렇듯 그의 삶은 간판을 넘어 삶으로, 예술을 넘어 생명으로 이어졌다. 그의 붓은 지금도, 광주의 골목과 숲 어딘가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