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24-C011
눌러 찍은 저항, 나눠 가진 미학: 민중미술로서의 판화
이야기
1980년 5월, 광주의 거리엔 총성이 울리고, 시민의 절규가 새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곧 목판 위에 눌러 찍힌 저항의 언어가 되었다. 오월판화는 바로 그날의 진실을, 예술의 손으로 되새긴 기록이었다. '광주의 피에타', '대동세상', '새벽'과 같은 작품들이 이를 구성하며, 그 중심에는 판화라는 매체가 있었다.
판화는 단순히 예술작품이 아니었다. 같은 것을 여러 번 찍어낼 수 있다는 특성 덕에, 진실을 다수에게 알리는 '반독점적 미디어'로 기능했다. 이 매체는 소수만이 향유하는 미술이 아닌, 시민과 나눠 갖는 예술이 되었다. 광주시민미술학교는 이러한 미학을 실천의 장으로 펼쳤다.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가 창립하고 홍성담이 교사로 참여한 이 학교는, 판화를 통해 시민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권리를 나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시민들의 작품 220점을 모아 시민판화집을 펴냈다. 판화는 더 이상 작가 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가 나눈 저항의 미학이었다.
그 중심에는 또 다른 연대가 있었다. 광주민중문화운동협의회와 그 산하 시각매체연구소, 광주목판화연구회, 그리고 계절마다 열린 겨울미술학교, 여름미술학교까지. 이들은 민중미술의 실천 현장이었고, 대중미술운동의 지역적 토양이었다. 그 흐름은 '광주 꽃피우다'와 같은 신세대 판화로 이어졌으며, 팡록 슬랍같은 해외 예술인과의 교류를 통해 트랜스내셔널한 확장을 시도했다. 도미야마 다에코의 참여 또한 대표적인 예다.
'눌러 찍은 저항, 나눠 가진 미학', 광주의 판화는 단지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민주주의를 조각내고 인쇄하여 모두의 손에 쥐어 주는 예술이었다.
스토리 그래프
참고자료
| type | resource | title | description/caption | URL |
|---|---|---|---|---|
| 해설 | 디지털광주문화대전 | 『시민판화집』 | http://aks.ai/GC60003477 | |
| 해설 | 디지털광주문화대전 | 「대동세상」 | http://aks.ai/GC60003480 | |
| 해설 | 디지털광주문화대전 | 「새벽」 | http://aks.ai/GC60005711 | |
| 논문 | RISS | 서유리, 「검은 미디어, 감각의 공동체 ―1980년대의 시민미술학교와 민중판화의 흐름」, 『민족문화연구』 no.79,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8. | https://www.riss.kr/link?id=A1054035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