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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리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10월 28일 (화) 15:58 판 (새 문서: __NOTOC__ = '''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누정의 풍류로 유람을 마무리하다''' = == 이야기 == 고경명은 무등산 유람의 마지막 여정을 담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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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누정의 풍류로 유람을 마무리하다

이야기

고경명은 무등산 유람의 마지막 여정을 담양의 소쇄원에서 마무리하였다. 소쇄원은 양산보가 조영한 별서로,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 누정 공간이었다. 시냇물이 담장을 뚫고 들어와 뜰을 감돌고, 조담이라 불린 작은 폭포 아래로 맑은 물소리가 구슬처럼 울려 퍼졌다. 노송과 죽림,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은 김인후가 남긴 「소쇄원48영」의 시구처럼 청수하고 담박하였다. 이날 양산보의 후손 양자정이 고경명을 위해 간소한 연회를 마련하였다.

밤이 되어 그는 식영정에 들렀다. 식영정은 김성원이 창건한 정자로, 임억령과 고경명, 김성원, 송순이 교유한 식영정사선의 중심이었다. 정자와 서하당에는 박공의 글씨가 걸려 있었고, 이곳에서 임억령이 남긴 「식영정이십영」과 「식영정팔십영」이 전해졌다. 고경명은 서하당에서 일행과 시를 짓고 술을 나누며 풍류를 즐겼고, 환벽당과 제월당, 광풍각 등 인근의 누정들과 이어지는 학문과 교유의 전통을 되새겼다.

24일 아침, 창평현령 이효가 찾아와 서하당에서 연회를 열었다. 이만인이 뒤늦게 합류해 술잔을 기울였고, 고경명은 식영정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시회를 열었다. 만취한 그는 소나무 아래에 누워 잠시 잠들었고, 깨어나 무등산의 푸른 봉우리를 바라보며 유람의 끝을 실감했다.

이번 여정의 기록은 『유서석록』의 마지막 장면으로, 고경명이 소쇄원과 식영정, 환벽당 등 누정 공간에서 풍류와 교유로 산행을 마무리한 하루를 담고 있다. 산중의 여정이 자연의 경관을 좇는 길이었다면, 이 날은 인문적 교류와 예의의 세계 속에서 유람을 완성한 시간이었다.

스토리 그래프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