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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련, 허형, 허백련 형제로 이어지는 근현대 호남화단의 그림 이야기
이야기
조선 후기, 남종문인화의 맥을 이어간 허련은 스승 김정희로부터 서풍과 학문을 전수받으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하였다. 그는 〈김정희초상〉과 〈선면산수도〉등을 남기며 남종화풍을 토착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예술정신은 후손들에게 이어졌다.
허련의 아들 허형은 〈매화도12폭병풍〉과 〈산수도〉를 남겼다. 특히 매화도를 그릴 때 그는 중국 북송의 은사 임포가 남긴 시 「산원소매」를 화제로 삼아 매화를 노래하듯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들은 현재 전남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허련의 후손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는 허백련이다. 그는 〈무릉도원〉을 통해 이상향의 세계를 그렸으며, 현재 작품은 의재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의재(毅齋)’라는 그의 호는 미술관의 이름이 되어 지금도 예술혼을 기리고 있다. 허백련은 근대 호남 화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동생 허행면과 함께 시대의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허행면은 금광 채굴 현장을 담은 〈채광(그림〉을 그려, 1940년대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며 당대의 현실을 화폭에 담아냈다.
허련에서 허형, 그리고 허백련과 허행면으로 이어지는 계보는 단순한 가문의 기록이 아니라 호남 화단의 역사 그 자체였다. 매화와 산수, 무릉도원의 꿈까지, 그들의 붓끝은 시대의 정신과 삶의 풍경을 이어주며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