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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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루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3월 8일 (금) 07:01 판 (Defi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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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nition

박홍원 「바람」

태어나면서
빈 가슴들을 채우고 있었다

사랑과 미움이
너를 앞세우고 머리칼을 날렸다

어느 아뜨리에에서 만났을 때
너는
비이너스의 주변을 서성이며
그 섬세하고 보드라운 線만큼의 공간에
비이너스를 앉혀 놓고 볼을 부비고 있었고

어느 날의 황혼
피아노 건반에서
정염을 뽑아내며 몸을 비꼬던 너는
비어가는 포도주병 속에 들앉으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유혹하기도 했다

네가 침묵을 지킬 때
사람들은 말을 잃고
아름다운, 
꽃들은 몸짓을 잃고 
세상은 
얼어붙은
시간의 빈터에서 고요히 잠들 것을,

나뭇잎에 몸짓을 주어
보이지 않는 제 생명을 살피고
식은 가슴에서 불씨를 찾아내고

태어나면서
사랑과 미움을 잉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