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24-C119
공격과 생존의 벙커: 사월산과 양림동, 전쟁이 남긴 구멍들
이야기
광주 서구의 사월산 자락에는 콘크리트와 암반이 맞물린 어두운 터널들이 숨어 있다. 광주비행장이 상무지구에 세워진 뒤, 일제는 폭탄과 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사월산 동굴시설을 건립했다. 사월산 동굴1은 L자형, 동굴2는 ㄱ자형, 동굴3은 U자형으로, 각각의 구조는 용도와 지형에 맞춰 설계된 흔적을 간직한다. 이곳은 2019년 「광주 친일잔재 조사용역 최종보고서」에도 기록된, 전쟁의 그림자를 품은 장소다.
한편, 남구 양림동에도 네 개의 동굴이 있다. 양림동 동굴시설은 일제가 도심 거주 일본인을 미군 공습에서 피신시키기 위해 파놓은 방공호다. 단단한 화강암 지반 탓에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다 전쟁이 끝나 미완으로 남았다. 그중 양림동 동굴1은 '뒹굴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 체험 공간이 되었고, 동굴2는 '양림동_CAVE-까브'가 들어서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아트살롱으로 변모했다.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 지하동굴인 이 두 시설은, 한쪽에서는 공격을 준비했고 다른 쪽에서는 생존을 도모했던 대비된 목적을 지닌다. 그러나 오늘날, 이 구멍들은 전쟁이 남긴 상흔이자 기억의 통로로 남아,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고 있다.
스토리 그래프
이야기 지도
- 광주에 남겨진 일제 잔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