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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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12월 12일 (월) 17:2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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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구하는 꽃을 들고 있는 바리데기. (건들바우박물관)
부모를 살려내고 저승신이 된 바리데기



정의

바리데기가 저승을 관장하는 신이 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무속신화[1].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베풀어지는 사령(死靈)굿에서 구연된다.

줄거리

<바리데기>는 전국적으로 전승되며, 전승 지역에 따라 각 편의 내용이 차이를 보인다. 각 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서사 단락은 이렇다.

국왕 부부가 연이어 딸만 일곱을 낳는다. 일곱 번째도 공주를 낳자, 왕은 일곱째로 태어난 딸을 버린다. 버림받은 딸은 날짐승과 신들(비리공덕할아범, 비리공덕할멈)의 도움으로 자라난다.

한편 바리데기의 부모가 병이 든다. 병을 고치려면 신이한 약수가 필요한데, 신하들과 여섯 딸이 모두 약수를 구하러 가는 거을 거절한다. 버림받은 막내딸이 찾아와 약수를 구하겠다고 나서고, 바리데기는 약수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바리데기는 약수를 지키는 이를 만나고, 약수 관리자의 요구로 약수를 얻기 위해 고된 일을 해주며 대가를 행한다. 결국 바리데기는 그와 혼인하여 아들까지 얻은 뒤 겨우 약수를 얻어 돌아온다. 국왕 부부는 이미 죽었으나, 바리데기는 약수를 이용하여 부모를 회생시킨다. 그 공으로 바리데기는 저승을 관장하는 신이 된다.

지역사례

서울 지역

<바리공주>라고 한다. 이야기가 논리적 인과관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숭고미를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배경이 궁궐임을 분명히 묘사하고 있으며, 바리공주 또한 국왕의 딸인 공주의 신분으로 설정되어 있다.

딸만 일곱을 낳은 이유가 혼례일을 잘못 정하였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바리공주의 잉태는 지극한 기자치성(祈子致誠)의 결과였고, 바리공주는 하늘이 알아주는 비범한 인물임이 드러나 있다. 서울 지역의 <바리공주> 무가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딸이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으며 결국 부모를 살려 내고야 마는 정성 어린 효녀담이다.

동해안 지역

살잽이꽃 - 동해안오구굿에서 사용되는 지화
동해안 지역의 전승본은 오구굿에서 구연된다. 골계미와 오락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단락이 발달되어 있다. 약수 지킴이로 '동수자'가 등장하며, 남장을 하고 약수를 구하러 간 바리데기가 여성임을 눈치챈 동수자가 바리데기의 여성 신분을 드러내려고 애쓰기도 한다. 특히 바리데기의 부모가 일곱 딸을 낳는 과정에서 성적인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여 오락성과 놀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골계미는 바리데기의 고행에서 오는 비장감을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호남 지역

호남 지역의 전승본들은 지역별로 세부 단락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내용이 빈약한 편이다. 버림받은 딸이 약수를 구하여 부모를 살린다는 기본적인 내용만 남아 있으며, 약수를 구하고 돌아온 후의 이야기도 편차가 크다.

함경 지역

함경도 지역의 전승본은 골계미를 보여주기 위해 인과적인 논리가 부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리데기의 신분은 공주가 아닌 평민(양반)의 딸이며, 일곱 딸을 낳은 이유도 본능적인 충동을 참지 못한 아버지의 실수로 되어 있다. 

바리데기의 구출 장면, 바리데기가 약꽃을 훔치는 장면, 여섯 딸들의 약수 구하기 거부와 바리데기 어머니의 여섯 딸 살해, 이유 없는 바리데기의 죽음, 바리데기 어머니의 허무한 죽음 등 골계담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다른 지역 전승과 내용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웃음을 자아내는 골계담 때문에 비장감은 반감되며, 바리데기의 저승신으로서의 위상도 약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분석

바리데기는 죽은 사람을 살려 내는 위대한 일을 하였는데, 이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권능을 무당이 인정받았음을 나타낸다.
<바리데기>에서는 부모에게서 버려진 딸, 일곱 자식, 말자(末子) 중심의 이야기 전개, 대가를 전제로 한 길 안내 등의 서사적 요소가 나타난다. 또한 생명의 꽃과 죽음의 꽃이 동시에 존재하는 신화적 공간인 서천꽃밭(서천세계)가 등장한다. <바리데기>에서는 저승이 죽어서 갈 수 있는 수직적 공간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길을 떠나면 도착할 수 있는 수평적 공간으로 등장하고 있다.

<바리데기>에서는 바리데기가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효의 가치의 중시와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이 드러난다. 특히 바리데기가 부모가 죽었다는 것을 듣고 남편과 자식을 내팽겨치고 달려나간다는 것에서 혼인으로 맺은 가족관계보다 혈연관계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바리데기가 겪는 온갖 수난에서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여성이 겪는 고난을 엿볼 수 있다.

버림받은 딸이 개인적으로는 아버지를 회생시키는 효를 행하였으며, 사회적으로는 국왕을 부활시켜 국가적 영웅이 되었고, 여기에서 더욱 확장되어 모든 사람의 죽음을 관장하는 저승신이 되었다는 점이 이 신화의 특징적인 면모이다.

바리데기의 여정

발원지

창작물

소설 바리데기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탈북 소녀 '바리'가 중국을 거쳐 런던으로 밀항하는 고된 여정의 이야기

2007년 출판된 황석영의 소설이다. 신화의 '바리데기'처럼 '바리'도 일곱 형제의 막내이며, 영혼이나 짐승과도 소통할 수 있는 신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신화 속 바리데기처럼 '바리'의 여정도 온갖 수난과 고통이 뒤따른다.

게임 '사망여각'

인디게임 '사망여각'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저승으로 떠난 소녀의 이야기

Rootless Studio가 제작한 인디 게임이다. 주인공 '아름'이 바리데기의 역할이며, <바리데기> 신화와 동양의 저승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화 속 바리데기가 죽을 병에 걸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여정을 떠난 것이라면, 게임 속 '아름'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여정을 떠나고 있다. 게임의 제목인 사망여각은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기 전 저승사자와 하룻밤을 묵어가는 여각'이라고 한다.

참고문헌

주석

  1. <바리공주>, <오구풀이>, <칠공주>, <무조전설(巫祖傳說)>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