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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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12월 12일 (월) 17:0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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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민속대백과사전
미륵님, 구리기둥으로 하늘과 땅을 갈라놓다


정의

함경도 함흥 지역의 무녀 김쌍돌이[金雙石伊]가 구연한 무속의 창세신화이다.[1]

줄거리

하늘과 땅이 나뉘지 않은 상태였다가 하늘이 가마솥 뚜껑처럼 볼록하게 도드라지자 그 틈새에 미륵이 땅의 네 귀에 구리 기둥을 세워 천지가 분리되었다. 이 시절에는 해와 달이 둘씩 있었는데, 미륵이 해와 달을 하나씩 떼어 북두칠성과 남두칠성 그리고 큰 별, 작은 별들을 마련했다. 미륵은 칡넝쿨을 걷어 베를 짜서 칡 장삼을 해 입었다. 그런 후에 물과 불의 근본을 알아내기 위하여 쥐의 말을 듣고 금덩산으로 들어가서 차돌과 시우쇠를 톡톡 쳐서 불을 만들어 내고, 소하산에 들어가서 샘을 찾아 물의 근본을 알아내었다. 미륵이 금쟁반․은쟁반을 양손에 들고 하늘에 축수하여 하늘로부터 금벌레․은벌레를 다섯 마리씩 받아, 각각 남자와 여자로 변하여 다섯 쌍의 부부가 생겨나 인류가 번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륵이 인간 세상을 다스리고 있을 때에 석가가 등장하여 미륵에게 인간 세상을 내놓으라 했다. 미륵은 석가의 도전을 받고 인세 차지 경쟁을 하게 되었다. (꽃 피우기 모티프) 미륵이 계속 승리하자 석가는 잠을 자면서 무릎에 꽃을 피우는 내기를 제안하고, 미륵이 잠든 사이에 미륵이 피운 꽃을 가져다 자기 무릎에 꽂아 부당하게 승리한다. 미륵은 석가에게 인간 세상을 내어주고 사라진다. 석가의 부당한 승리로 인간 세상에는 부정한 것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분석

창세가의 줄거리가 의미하는 바를 각각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천지의 분리: 하늘과 땅이 분리되기 이전에 미륵이 탄생하여 하늘과 땅을 분리시키고, 땅의 네 귀에 구리 기둥을 세운다.

해와 달의 조정: 해와 달이 둘씩 존재했는데, 미륵이 해와 달을 하나씩 떼어 북두칠성과 남두칠성 및 큰 별과 작은 별들을 마련한다.

의복의 마련: 미륵은 칡넝쿨을 걷어 이것으로 베를 짜서 칡 장삼을 해 입는다.

물과 불의 발견: 미륵은 쥐의 말을 듣고 금덩산으로 들어가서 차돌과 시우쇠를 톡톡 쳐서 불을 만들어 내고, 소하산에 들어가서 샘을 찾아 물의 근본을 알아낸다.

인류의 시원: 미륵은 금쟁반과 은쟁반을 양손에 들고 하늘에 빌어 금벌레와 은벌레를 다섯 마리씩 받아 이 벌레를 남자와 여자로 변화시켜 부부를 맺게 하여 인류를 번성하게 한다.

인세(人世) 차지 경쟁: 미륵은 인간 세상을 내놓으라는 석가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석가와 인세 차지 경쟁을 벌인다. 미륵이 여러 차례 승리하자 석가는 잠을 자면서 무릎에 꽃을 피우는 내기를 제안하고, 석가는 미륵이 잠든 틈에 미륵이 피운 꽃을 가져다 자기 무릎에 꽂는 부당한 방법으로 승리한다. 미륵은 결국 석가에게 세상을 내주고 사라지고 그 뒤 세상에는 부정한 것들이 생겨났다.

모티프

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석가와 미륵의 대립과 경쟁


창세가는 '꽃 피우기 모티프'가 사용된 대표적인 창조신화이다. 꽃 피우기 모티프는 종교적, 정치적 권력의 헤게모니를 누가 장악하는 가를 반영하는 모티프(화소)이다.

창세가에서 미륵과 석가의 대립이 나타난다. 미륵은 일월성신을 만들고, 의복을 짓고, 물과 불의 근원을 찾고, 인간을 만들며 1차적으로 세상을 창조한다. 1차 창조가 마무리되자 갑자기 석가가 등장하고, 미륵과 석가는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권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된다. 동해에 금병과 은병을 늘어뜨려 끊어지지 않게 하기와 여름에 강물을 얼게 하기 경쟁에서는 미륵이 이겼지만, 미륵이 잠을 자는 동안 석가가 속임수를 써 무릎에 꽃 피우기 경쟁에서는 석가가 이기게 되었다. 결국, 부정행위를 한 석가가 세상을 차지하면서 인간 세상은 디스토피아가 된다.
조현설, 서울대학교 교수, 2011년
창세가에서 석가는 통치 권력을, 미륵은 민중 권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선신 미륵과 악신 석가의 대립은 통치자와 민중의 대립으로 변이되며, 꽃은 생명의 상징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김선자, 연세대학교 교수, 2011년

의의와 평가

창세가는 소박하고 단순한 줄거리로 이루어진 신화이지만, 인간 세상이 태초에 어떻게 형성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어, 이 신화를 만든 집단의 사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 세상은 미륵이라는 창조신에 의하여 혼란스러운 자연의 상태에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며 새롭게 형성되었고, 불의 시원은 마찰이 아닌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남성적·동적 문화의 성격을 말해주기도 한다. 인류의 시원이 하늘에 있고, 벌레로부터 진화하였으며, 최초의 인간은 우열이 없었다는 점에서 진화론적 인류 기원과 평등사상을 말해 주고 있다. 미륵과 석가와의 꽃 피우기 모티프에서는 통치자는 지혜가 있어야 하고, 양심이 바른 존재여야 하며, 인세의 선악은 통치자의 덕성에 좌우된다는 사고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신화는 우리나라 천지개벽과 인세 시조의 기원을 말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창세가 발원지

주석

  1. 창세가는 손진태가 1923년에 채록하여 1930년에 『조선신가유편(朝鮮神歌遺篇)』이라는 책에서 소개되었다.

참고문헌

오세정. (2005). <창세가>의 원형적 상상력의 구조와 의미체계. 구비문학연구, 20(0), 347-384.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창세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창세가'

석가와 미륵의 대립과 경쟁에 관한 신문기사

한국민속대백과사전,『조선신가유편(朝鮮神歌遺篇)』

네이버 지식백과, '미륵'

네이버 지식백과, '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