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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
 
== 내용 ==
창작 동기는 민족항일기인 1920년대의 혹심한 언론 탄압 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라는 비유 내지 상징양식을 통해서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문학적 저항을 시도한 것이라 하겠다. 이 점은 “해저믄 벌판에서 도러가는 길을 일코 헤매는 어린양이 긔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는 ‘군말’에 극명(克明)히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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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동기는 민족항일기인 1920년대의 극심한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의 비유와 상징을 통해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문학적 저항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해저믄 벌판에서 도러가는 길을 일코 헤매는 어린양이 긔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는 <군말>에 극명히 제시되어 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구절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연인만이 임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연인일 수도 있지만 ‘길을 잃은 어린양’, 즉 당대 식민지하에서 방황하는 민족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또한 빼앗긴 조국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울러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념이거나 진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님’은 연인이라는 개인적 의미일 수도 있고, 조국 · 민족 등의 규범적 의미일 수도 있으며, 정의 · 진리 등의 이념적 · 지향적 의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형상적 우수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전체적인 내용은 이별이나 사랑의 고통 그 자체를 노래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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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구절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임은 연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연인일 수도 있지만 ‘길을 잃은 어린양’, 즉 당대 식민지 하에서 방황하는 민족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또한 빼앗긴 조국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울러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념이거나 진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님'은 연인이라는 개인적 의미일 수도 있고, 조국 · 민족 등의 규범적 의미일 수도 있으며, 정의 · 진리 등의 의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형상적 우수성이 드러난다.
  
오히려 이별과 그 고통 속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임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크고 빛나는 만남을 성취한 생성과 극복의 시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님의 침묵’이라는 표제에서 침묵의 의미는 단순한 명상의 침묵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몸부림과 깨달음이 용솟음치는 생성의 적극적 침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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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전체적인 내용은 이별이나 사랑의 고통 그 자체만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별과 그 고통 속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임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크고 빛나는 만남을 성취한 생성과 극복의 시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님의 침묵'이라는 표제에서 침묵의 의미는 단순한 명상의 침묵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몸부림과 깨달음을 생성하는 적극적 침묵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남녀간의 아기자기한 사랑의 애환을 노래하면서, 그 심층에 당대의 빼앗긴 현실과 민족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극복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성과 사상성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있다. 임을 상실한 아픔과 비극적 현실의 쓰라림을 기다림과 희망의 철학, 사랑과 평화의 사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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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적인 면에서의 특징은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적인 면모를 확보한 데서 드러난다. 1920년대 중반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중심 방법으로 삼음으로써 우리 현대시의 한 기점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방법론적인 면에서의 특징은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적인 면모를 확보한 데서 드러난다. 시단의 형성 단계인 1920년대 중반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중심 방법으로 삼아 적극 계발함으로써 우리 현대시의 한 기점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또한, 시어에서 충청도 방언을 활용하고 개인 시어를 구사한 것도 민중적 정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독창적인 시 형태를 개척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한용운의 시는 산문시라고 막연히 불려져왔다. 그러나 그의 시는 행과 연의 구성이 독자적인 법칙과 체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산문시가 아닌 자유시의 전형에 해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지면에 있어서도 식물적 이미지, 광물적 이미지, 천체적 이미지 등을 섬세하게 조형하여 시적인 심미감을 고양시켜주는 특징을 지닌다. 시사적인 면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시정신과 방법 · 문체 · 구조 등에서 전통시와 깊이 접맥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가 · 고려가요 · 시조 · 가사는 물론, 한시 · 불경에 흐르는 정신사적 형질과 시적 방법이 『님의 침묵』에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육당시(六堂詩) · 소월시(素月詩) 등 당대의 시와도 폭넓은 상관관계가 인정되며, 이육사(李陸史) · 조지훈(趙芝薰) · 서정주(徐廷柱) 등 후대의 시와도 영향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수록 작품 ==
 
== 수록 작품 ==

2025년 6월 19일 (목) 20:50 판

사진
님의침묵.jpg
시집 <님의 沈黙>
한글 님의 침묵
한자 님의 沈黙
판본 활자본
시대 일제강점기
간행연도 1926년
간행처 경성 회동서관

만해 한용운이 1926년에 출간한 시집이다.

구성 및 형식

1925년 내설악 백담사에서 쓰여져서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하였고,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판하였다. 광복 후 1950년에 다시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간되었다.

시집 『님의 침묵』의 구성은 앞에 ‘군말’과 뒤에 ‘독자에게’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군말’에는 창작 동기가 제시되어 있다.

본문은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알 수 없어요」·「자유정조」등 모두 88편의 시가 기승전결의 극적 구성을 취한 연작시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이것은 첫 시 「님의 침묵」이 기(이별의 제시), 승(이별 후의 고통과 슬픔), 전(슬픔의 희망으로의 전이), 결(만남의 성취)이라는 전개 과정을 지닌 것과 대응된다.

즉, 시집 『님의 침묵』은 88편의 시가 대체로 기(이별의 시편), 승(슬픔과 고통의 시편), 전(희망으로의 전환시편), 결(만남을 향한 시편)이라는 연작시와 같은 구성방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첫 시 「님의 침묵」에서의 첫 구절은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갓슴니다.”라는 이별의 시로 시작되어, 끝 시 「사랑의 끗판」에서의 마지막 행이 “녜 녜 가요 이제 곳 가요.”라는 만남의 시로 귀결되는 특징을 지닌다.

시의 본문 뒤에 붙어 있는 ‘독자에게’는 탈고 소감을 적어놓은 일종의 후기인데,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 또한 특이하다.

내용

창작 동기는 민족항일기인 1920년대의 극심한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의 비유와 상징을 통해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문학적 저항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해저믄 벌판에서 도러가는 길을 일코 헤매는 어린양이 긔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는 <군말>에 극명히 제시되어 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구절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임은 연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연인일 수도 있지만 ‘길을 잃은 어린양’, 즉 당대 식민지 하에서 방황하는 민족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또한 빼앗긴 조국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울러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념이거나 진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님'은 연인이라는 개인적 의미일 수도 있고, 조국 · 민족 등의 규범적 의미일 수도 있으며, 정의 · 진리 등의 의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형상적 우수성이 드러난다.

이렇게 볼 때 전체적인 내용은 이별이나 사랑의 고통 그 자체만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별과 그 고통 속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임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크고 빛나는 만남을 성취한 생성과 극복의 시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님의 침묵'이라는 표제에서 침묵의 의미는 단순한 명상의 침묵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몸부림과 깨달음을 생성하는 적극적 침묵인 것이다.

방법론적인 면에서의 특징은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적인 면모를 확보한 데서 드러난다. 1920년대 중반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중심 방법으로 삼음으로써 우리 현대시의 한 기점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수록 작품

  • 군말
  • 님의 침묵
  • 이별은 미의 창조
  • 알 수 없어요
  • 나는 잊고자
  • 가지 마서요
  • 고적한 밤
  • 나의 길
  • 꿈 깨고서
  • 예술가
  • 이별
  • 길이 막혀
  • 자유정조
  • 하나가 되어 주서요
  • 나룻배와 행인
  • 차라리
  • 당신이 아니더면
  • 나의 노래
  • 잠 없는 꿈
  • 생명
  • 사랑의 측량
  • 진주
  • 슬픔의 삼매
  • 의심하지 마서요
  • 당신은
  • 행복
  • 착인
  • 밤은 고요하고
  • 비밀
  • 사랑의 존재
  • 꿈과 근심
  • 포도주
  • 비방
  • 님의 손길
  • 해당화
  • 복종
  • 참아 주서요
  • 어느 것이 참이냐
  • 정천한해
  • 첫 ‘키스’
  • 선사의 설법
  • 그를 보내며
  • 금강산
  • 님의 얼굴
  • 심은 버들
  •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 참말인가요
  • 꽃이 먼저 알아
  • 찬송
  •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 후회
  • 사랑하는 까닭
  • 당신의 편지
  • 거짓 이별
  • 꿈이라면
  • 달을 보며
  • 인과율
  • 반비례
  • 잠꼬대
  • 계월향에게
  • 만족
  • 눈물
  • 어디라도
  • 떠날 때의 님의 얼굴
  • 최초의 님
  • 두견새
  • 나의 꿈
  • 우는 때
  • 버리지 아니하면
  • 타고르의 시(GARDENISTO)를 읽고
  • 수의 비밀
  • 당신은
  • 사랑의 불
  • ‘사랑’을 사랑하여요
  • 당신 가신 때
  • 여름밤이 길어요
  • 요술
  • 당신의 마음
  • 명상
  • 생의 예술
  • 칠석
  • 꽃싸움
  • 거문고 탈 때
  • 오서요
  • 쾌락
  • 고시
  • 사랑의 끝판
  • 독자에게

님의 침묵(시)

원문

님의 沈默

님은갓슴니다 아々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
푸른산빗을ᄭᅢ치고 단풍나무숩을향하야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ᄯᅥᆯ치고 갓슴니다
黃金의ᄭᅩᆺ가티 굿고빗나든 옛盟誓는 차듸찬ᄯᅴᄭᅳᆯ이되야서 한숨의微風에 나러갓슴니다
날카로은 첫「키쓰」의追憶은 나의運命의指針을 돌너너코 뒤ㅅ거름처서 사러젓슴니다
나는 향긔로은 님의말소리에 귀먹고 ᄭᅩᆺ다은 님의얼골에 눈머럿슴니다
사랑도 사람의일이라 맛날ᄯᅢ에 미리 ᄯᅥ날것을 염녀하고경계하지 아니한것은아니지만 리별은 ᄯᅳᆺ밧긔일이되고 놀난가슴은 새로은슯음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업는 눈물의源泉을만들고 마는 것은 스々로 사랑을ᄭᅢ치는 것인줄 아는ᄭᅡ닭에 것잡을수업는 슯음의힘을 옴겨서 새希望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ᄯᅢ에 ᄯᅥ날것을염녀하는 것과가티 ᄯᅥ날ᄯᅢ에 다시맛날것을 밋슴니다
아々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
제곡조를못이기는 사랑의노래는 님의沈默을 휩싸고돔니다

현대어역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의의와 평가

전통적인 정신과 방법을 현대적인 것으로 확대, 심화시킴으로써 현대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님의 침묵』이 성취한 사랑 · 자유 · 평등 · 평화의 깊이 있는 사상성과 방법론적인 예술성의 조화야말로 이 땅 현대시의 바람직한 지평이다.

사진

님의침묵본문.jpg
님의 침묵 본문
님의침묵초판본.jpg
님의 침묵 초판본


참고문헌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