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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5일 (화) 16:22 기준 최신판

개요

1941년 발표되었으며, 국수를 만드는 장면을 통해 정겨운 고향에 대한 추억을 그리는 시이다.

전문

눈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1]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2]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3]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은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4] 양지귀 혹은 능달[5]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6] 예데가리밭[7]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8]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9]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10]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옛적 큰마니[11]
또 그 집등색이 서서 자채기[12]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 아바지[13]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14]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15]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굴[16]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각주
  1. 활발히 움직이다.
  2. 어린아이.
  3. '어머니'의 경남 방언.
  4. '어느'의 평안 방언
  5. '응달'의 평안/함경 방언. 볕이 잘 들지 아니하는 그늘진 곳.
  6. '가장자리'의 방언.
  7. 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8. '이무기'의 평안 방언.
  9. '둔덕'의 황해 방언.
  10. '아버지'의 경상/함경 방언.
  11. '할머니'의 평안/함경 방언.
  12. '재채기'의 함경 방언.
  13. '큰 아버지'의 제주 방언.
  14. 고춧가루.
  15. 식초.
  16. 아랫목.

특징

  • 향토적 언어의 사용으로 토속적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 농촌 공동체의 모습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 산문적 어조이지만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으로 운율을 형성한다.

해설

  • 구수한 향토적 정감이 물씬 풍겨 나오는 시이다.
  • 눈이 많이 내린 겨울밤에 국수를 만드는 일로 들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정겨움과 서로 돕고 서로 어울리는 공동체적 삶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 국수를 만드는 재료인 메밀이 익어가는 과정을 계절별로 드러낸 부분과 국수가 우리의 정서에 맞는 전통 음식임을 드러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 국수를 해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중의 모습을 보여준다.
  • 어린 시절 국수와 얽힌 추억을 통해 우리의 본래적인 삶을 상기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바로 우리의 민족성임을 발견할 수 있다.
  • 화자가 국수를 통해 어릴적 토끼와 꿩을 사냥하는 추억, 겨울밤 쩡쩡 얼은 동치미 국물을 마시던 추억을 되살려낼 수 있는 것은 음식물이 한 개인 내지 집안, 나아가서는 민족의 동질성을 결정하기도 함을 알려준다.
  • 객지를 유랑하다가 국수를 통해 자기 몸속에 흐르는 핏줄을 확인하고 현재의 삶과 상실된 과거의 민족적 삶을 대비시켜 역설적으로 식민지 삶을 환기한다.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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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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