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강본풀이"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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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향기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사람들은 원천강이라고 불렀다. | 계절의 향기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사람들은 원천강이라고 불렀다. | ||
그곳에서 여의주와 커다란 학 ‘야’와 살던 소녀는 어두운 밤 침입자들에게 난폭하게 납치당한다. 배가 난파되고 홀로 어딘지 모르는 섬에 떨어진 소녀. 소녀는 행복했던 원천강으로 돌아가기 위해, 40만 권의 책을 읽은 소녀와 머리 위에 비구름을 달고 다니는 소년과 아무리 여의주를 모아도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를 차례로 만난다. | 그곳에서 여의주와 커다란 학 ‘야’와 살던 소녀는 어두운 밤 침입자들에게 난폭하게 납치당한다. 배가 난파되고 홀로 어딘지 모르는 섬에 떨어진 소녀. 소녀는 행복했던 원천강으로 돌아가기 위해, 40만 권의 책을 읽은 소녀와 머리 위에 비구름을 달고 다니는 소년과 아무리 여의주를 모아도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를 차례로 만난다. |
2022년 12월 10일 (토) 21:27 판
정의
제주도 무속에서 전해지던 서사무가의 하나로, 『원천강』이라는 점술서의 기원을 소개한 무속신화.
역사
<원천강본풀이(袁天纲本解)>는 현재 두 종류가 전해지고 있는데, 1930년대 박춘봉 심방(무당)이 구사한 것과 1960년대 조술생 심방이 구사한 것이다. 원천강(袁天綱)은 7세기 무렵 당나라 초기의 역사적 인물로 관상이나 풍수, 점술에 능했다. 그의 저술 <원천강오성삼명지남>(袁天綱五星三命指南)은 명과학(命課學, 음양학) 과거 시험에 자주 쓰였고 그의 이미지는 운명을 추리하거나 길흉을 판단하는 것에 관련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조선 후기로 갈수록 원천강은 인명보다는 서명(書名)으로 인식되었다. 반면 제주도 서사무가 <원천강본풀이>에서는 원천강이 역사적 인물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춘하추동이 공존하는 신비의 공간이나 점술서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 <원천강본풀이>는 신의 내력담이 아니며, 점술서 또는 점술의 기원과 내력을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줄거리
박춘봉 심방 판.[1]
어느 날 강님들에서 옥 같은 소녀가 솟아난다. 그때부터 어디선가 학이 날아와 그 여자아이를 돌봐주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여자아이에게 누군지를 물었으나 아이가 자신의 정체를 모르자 오늘 만났다고 하여 '오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오늘이에게 백씨부인은 오늘이의 부모님이 원천강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에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나선다.
가는 도중 오늘이는 각각의 존재를 만나 길을 묻고, 그들의 부탁을 받는다.
① 장상이: 옥황상제의 명으로 서천강 가의 성 안에서 글만 읽고 있는 동자이다. 자신이 글만 읽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② 연꽃나무: 제일 윗가지에만 꽃이 피고 다른 가지에는 꽃이 피지 않는 이유를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③ 이무기(큰 뱀): 다른 뱀들은 야광주를 하나만 물어도 용이 되는데, 자신은 세 개나 물어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④ 매일이: 별초당에서 매일 글만 읽고 있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⑤ 옥황상제의 시녀: 우물의 물을 다 퍼내야 하는데 바가지에 큰 구멍이 뚫려 물을 퍼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이는 풀과 송진으로 그 구멍을 막고 옥황께 축도한 후 물을 대신 퍼내주었다.
시녀들의 동행으로 원천강에 도달하였으나, 문지기가 오늘이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오늘이가 서럽게 한탄하며 울자, 문지기는 마음이 동해 오늘이의 부모에게 이를 고하였다.
오늘이를 부른 부모는 자신들은 원천강을 지키라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말하며, 오늘이에게 원천강을 구경시켜주었다. 오늘이가 부모에게 원천강으로 오면서 부탁받은 것을 묻자, 부모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었다.
① 장상이와 매일이: 서로 부부가 되면 만년 영화를 누릴 것이다.
② 연꽃나무: 윗가지의 꽃을 따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른 가지에도 꽃이 만발할 것이다.
③ 이무기: 야광주 두 개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용이 되어 승천할 것이다.
오늘이는 되돌아오는 길에 부탁받은 일을 모두 일러주고, 연꽃나무와 이무기를 처음 만난 사람이었으므로 연꽃와 야광주 두 개도 받는다. 오늘이는 자신의 부모의 소재를 알려준 백씨 부인을 찾아가 감사 인사를 올리며 야광주 하나를 선물했고, 자신은 옥황의 신녀(神女)가 되어 승천하였다.
신녀가 된 오늘이는 『원천강화주역』을 인간세계에 보급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변이
조술생 심방 판.
한 남자가 왕이 될 영웅이었는데, 나라에서 그 남자를 잡아 죽이려고 사령을 보냈다. 그 사실을 안 남자는 아내에게 누가 자신을 찾아오더라도 모른다고 하라고 말하며, 자신은 장독대에 독을 놓은 뒤 그 속에 들어가 공부하였다. 사령은 남편을 번번이 찾지 못하자 꾀를 냈는데, 바로 여자의 질투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 여자에게 아기를 업혀 부인에게 보내며 자기 남편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라고 지시했다. 여자를 본 아내는 독을 열어 남편에게 따졌고, 그 때 사령이 나타나 남자를 잡아갔다. 남자는 붙잡혀 가면서 아내에게 원천강이나 볼 팔자라고 말했다. 그 후로 남자의 부인은 원천강이란 이름을 얻고, 원천강을 보면서 살게 되었다.
분석
<원천강본풀이>에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딸, 부모 탐색, 구복여행 등의 신화적 요소가 나타난다. 길을 알려주는 것과 자신의 문제에 대해 물어봐달라는 부탁을 교환하는 이야기 전개도 특징적이다. 또한 복은 자신의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보은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동시에 존재하며, 사계절이 시작되는 신화적 공간인 원천강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이가 복을 받는 과정 속에 사람 뿐만이 아니라 이무기 같은 짐승, 연꽃 같은 식물과의 인연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생태학적 운명관을 시사한다.
창작물
애니메이션 '오늘이'
계절의 향기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사람들은 원천강이라고 불렀다. 그곳에서 여의주와 커다란 학 ‘야’와 살던 소녀는 어두운 밤 침입자들에게 난폭하게 납치당한다. 배가 난파되고 홀로 어딘지 모르는 섬에 떨어진 소녀. 소녀는 행복했던 원천강으로 돌아가기 위해, 40만 권의 책을 읽은 소녀와 머리 위에 비구름을 달고 다니는 소년과 아무리 여의주를 모아도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를 차례로 만난다. (2015년 제0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레페스티벌)
이성강 감독이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원천강본풀이>에 나오는 오늘이의 여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비슷하게 담아냈다. 다만 신화의 내용은 부모가 있는 원천강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오늘이가 원래 살고 있던 원천강을 다시 찾아간다는 내용이 차이가 있다. 신화의 등장인물 중 '장상이'는 머리 위에 비구름을 달고 다니는 소년으로 바뀌었으며, 바가지가 새서 울고 있는 선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늘이를 돌봐준 학에는 '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발원지
참고 문헌
- 한국민속문학사전, '원천강본풀이(袁天纲本解)'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원천강본풀이(袁天綱本─)'
- 최원오, '한국 무속신화의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 점검', 한국문학논총 제 46집, 2007.
주석
- ↑ 조술생 심방의 자료에 비해 분량이나 서사 전개 등에서 더 학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