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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0일 (토) 15:09 판
목차
정의
제주도 무당굿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이다. 아기의 점지 및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산육신(産育神)인 삼승할망에 관한 설화이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행해지고 있는 무속의례 중'불도맞이'등과 같이 큰굿 속의 일부로서 행해지고 있다.
삼승할망이라는 어휘의 사용
마고할미 페이지를 참조해도 알 수 있듯 국어에서 '할미'혹은 '할망'은 반드시 나이 많은 여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를 지칭하는 존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삼승할망은 본디 생불할망이라는 말로 쓰였다. 이를 토대로 어원을 파악해보면 다음과 같다.
삼승할망 = 불을 생기게 하는 + 할망 = 불을 생기게 하는 + 큰 신
- 왜 '불'인가?
아기의 점지 및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신은 왜 생불할망이고 아기를 탄생시키는 꽃은 생불꽃인가? 이때의 '불'은 바로 아기 또는 인간을 뜻한다. 고대에 우리 민족은 인간이나 아기를 '불'이라 말했던 적이 있는데, 이러한 흔적은 바로 남성 신체어 중 '불알'이란 말에 남아 있다. 또한 생불할망을 삼승할망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구전되어 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줄거리
삼승할망본풀이가 자주 연행되는 불도맞이라는 큰 굿에서는 산육신과 관련된 신화가 두 편 구송되고 있다. 하나는 명진국애기따님이 어떻게 '생불신'이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할망본풀이>라는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생불신이 마마를 앓게 하는 신, 즉 마누라신을 어떻게 제압해서 아이들을 지켰는지에 관한 <마누라본풀이>라는 신화다. 이 두 신화는 결국 생불할망이라는 하나의 신화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는 신화이기에 함께 다루어야 한다.
<생불할망본풀이>
동해용왕따님애기 vs 명진국따님애기 동해용왕따님애기는 부모에게 불효한 죄로 용왕이 이를 죽이려고 한다. 왕비는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왕에게 딸이 인간 세상에서 삼승할망으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하여 왕비가 왕비가 급히 딸에게 아기를 잉태시키는 법을 알려주지만 해산시키는 법을 마저 가르쳐주기 전에 무쇠철갑 속에 넣어져 바다에 던져진다. 그러다가 임박사라는 신에게 구조되어 그의 부인에게 생불을 주지만(잉태시키지만) 정작 아이를 어디로 낳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겨드랑이로 아기를 꺼내려 하니 아기와 어머니가 모두 죽게 될 판에 이른다. 이에, 임박사가 하늘에 호소하자 하늘에서는 지부사천왕에게 생불왕으로 들어설 만한 존재를 추천하도록 하고 여기에 명진국따님애기가 뽑혀 노각서자부줄을 타고 하늘에 오르니 하늘옥황은 여러 시험을 한다. 결국 명진국따님애기는 시험을 마치고 애기를 잉태시키는 법과 해복시키는 방법을 배운 후 지상으로 내려오다 처녀물가에서 울고 있는 동해용왕따님애기를 만난다. 두 여신은 서로 자신이 생불왕이라고 다투다가 옥황의 분부를 따르고자 하늘에 오른다.하늘에서는 두 여신에게 꽃씨를 주고 심게 하여 번성꽃을 피운 존재를 생불왕으로 삼기로 한다.삼승할망은 인간 세상에 가서 잉태를 주관하고 15세까지 아이를 키워주는 신이며 구삼승할망은 아기에게 병을 주고 잡아가서 저승에서 그 영혼을 차지하는 신이다.(꽃피우기 모티프) 명진국따님애기가 심은 것은 사만 오천육백 가지의 번성꽃을 피우는데 동해용왕따님애기의 것은 다만 한 가지에 한 송이 시드는 꽃이 피었다. 이에 하늘에서는 명진국따님애기를 인간성불왕으로, 동해용왕따님애기는 저승할망으로 들어서게 한다. 이에 동해용왕따님애기는 화를 내고(인세 차지 경쟁 모티프)명진국따님애기의 꽃을 꺽으면서 태어난 생불(아기)들로 하여금 백일 전에 여러 가지 질병을 앓게 하고 그것으로 얻어먹고 지내겠다고 한다.이리하여 명진국 따님애기는 삼승할망이 되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는 꽃씨를 받아 석해산에 와서는 여기에 꽃시를 심어 '서천꽃밭'을 만들고(서천꽃밭 모티프)이곳에서 핀 생불꽃을 따 가지고 부부 사이를 다니며 아이를 잉태시킨다.
아이의 운명이 정하는 삼승할망
꽃의 색깔과 방향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달라진다.
- 여자:서쪽의 흰 꽃
- 남자:동쪽의 푸른 꽃
- 단명:북쪽의 검은 꽃
- 장명:남쪽의 붉은 꽃
- 만과출세 : 중앙의 황색 꽃
<마누라본풀이>
- 마누라:아이들에게 마마를 앓게 하는 신(=대별상신)
생불할망이 생불을 주기 위해 서천강다리를 건너 네거리 있는 곳에 이르니, 생불할망의 눈앞에 온갖 화려하게 꾸민 영기를 갖추고 삼만관속 속 육방하인을 거느린 대별상신이 인물도감책을 가슴에 앉고 아이들에게 호명을 주려고(마마를 앓게 하려고)길을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생불할망이 그 앞에 가서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자기가 생불을 준 자손에게는 마마를 곱게 앓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비니, 대별상신은 눈을 부릅뜨며 여자가 앞길을 막는다고 호령한다. 그리고 생불할망이 생불을 준 자손들에게는 마마를 심하게 앓도록 하여 얼굴을 뒤웅박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에 화가 난 생불할망은 복수를 위해서 대별상신의 부인을 생불꽃으로 잉태시키고 해복을 시키지 않는다. 부인이 출산을 못하여 죽어가게 되자 대별상신은 할 수 없이 생불할망에게 와서 잘못을 빌고 그녀를 위해 서천강 연다리를 놓아주니, 생불할망은 이 다리를 밟고 대별상신의 집으로 가 아이를 낳게 해준다.
모티프
인세 차지 경쟁 모티프
이 본풀이는 꽃 가꾸기 경쟁에서 이긴 신이 산육신, 곧 ‘생(生)의 신’이 되고, 진 자는 죽음의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삶의 신인 이승의 신과 죽음의 신인 저승의 신이라는 대립 구조에서 삶의 신의 승리로 결말지어 삶의 신이 더 우세함을 보여준다.
꽃 피우기 모티프
관건이 ‘꽃피우기 시합’인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번성꽃을 피운 존재는 사람의 생명을 잉태시킬 수 있는 생불신이 되고, 시든 꽃을 피운 존재는 질병이나 죽음을 유발하는 존재가 된다고 한 것에는 ‘인간의 생명=꽃’으로 본 인식이 내재해 있다. 동해용왕따님애기가 시든 꽃가지를 꺾으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병을 앓도록 하겠다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 <생불할망본풀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집단은 인간의 생명체계를 식물체계와 관련하여 생각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바로 ‘서천꽃밭’과 ‘생불꽃’이다.
서천꽃밭 모티프
인간을 탄생시키는 ‘생불꽃’과 이러한 꽃이 피어 있는 ‘서천꽃밭’이 있다고 상정한 것은 매우 특이하다. 생불할망은 하늘에서 얻어온 꽃씨를 석해산에다 심고 서천꽃밭을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서 피는 생불꽃을 따서 다니며 아이를 잉태시키는 것이다. 생불꽃이 애기꽃이며 생명꽃이라는 점에서 보면 서천꽃밭이란 바로 생명을 창조해 내는 신화적인 생명공간 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화적 생명공간이 별도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신화를 창조한 집단이 인간의 생명에 대해 외경심을 갖고 이것을 해명해 보고자 노력했음을 암시한다. 또 아기를 만들어내는 꽃씨를 하늘로부터 가져왔다고 하는 것에는 신화창조집단이 인간의 생명이나 탄생을 하늘에 종속된 것으로 생각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분석
1.<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의 연관성
<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모두 주요 캐릭터인 '명진국애기따님', 즉 삼승할망을 주인공으로 하며 <할망본풀이>는 명진국애기따님이 삼승할망이 되어가는 성장과정에 관한 내용이라면, <마누라본풀이>는 삼승할망으로 성장한 애기따님이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방해요소를 제압하는 과정이다. 즉, 각각의 악함을 담당하는 신을 물리치고 성장하는 내용을 다목 있다.
<일월노리푸념>은 가정신화이면서 동시에 무속서사시로서 관중의 흥미를 위하여 연행되는 여흥굿에서 구연된 무가이다. 남주인공 궁산이는 어리석고 무능하며 여주인공 명월각시는 현명하고 유능한 인물이다. 가정의 시련은 궁산이의 어리석음과 허욕에서 비롯되고 이를 극복하고 타개하는 것은 명월각시의 굳건한 정절의식과 지혜였다. 이러한 작품의 세계는 무속사회 여성층의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여성의 우월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서사무가는 대부분 여성이 주인공이고 가정을 비롯하여 국가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위기와 역경을 여성이 타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가부장제사회에서 부자 중심의 가족관과는 다른 모권사회의 부부 중심 가족관을 보여 주는 것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다른 두 신들의 능력을 능가하는 생불신의 의의
생불할망본풀이에서는 앞서 살펴보았듯 아기를 잉태시키고 양육하는 생불할망과 아이들로 하여금 질병을 앓거나 죽게 만드는 저승할망(구삼승할망), 아이들에게 마마를 앓게 하는 대별상신, 총 3명의 신이 등장한다. 불도맞이는 바로 이 세신과 관련된 제의인데 이 두 신의 능력을 생불신이 능가한다는 것은 신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허약하여 여러 질병을 앓을 수밖에 없고, 또 그러다 간혹 죽기도 하며 조금 성장한 후에는 마마를 앓기도 한다. 생불신의 능력이 아기 질병신이나 마마신보다 우월한 것은 이 신으로 하여금 어린아이들의 질병을 고칠 수 있도록 하고 마마도 약하게 앓도록 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신화를 창조해낸 집단이 아기가 병에 걸리거나 혹은 죽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마마를 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위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생불신의 능력을 뛰어나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승할망본풀이 발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