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학지남(兵學指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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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나라의 척계광(戚繼光)이 지은 『기효신서(紀效新書)』의 내용 가운데 우리나라의 처지에 맞는 군대훈련법을 간추려 엮은 책.

개설

17세기 중엽에 편찬자가 확실하지 않은 채 만들어져 쓰이다가, 1787년(정조 11)에 정조(正祖)의 명으로 교정하여 장용영(壯勇營)에서 간행하였다. <임진왜란(壬辰倭亂)>과 <병자호란(丙子胡亂)> 등으로 오위체제(五衛體制)가 무너지면서 『병장설(兵將說)』과 『진법(陣法)』 등 조선 전기에 간행된 군사훈련서들이 활용되지 못하자, 17세기 이후 군사훈련의 기본지침서로 활용되었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의 편자는 선조(宣祖) 때의 유성룡(柳成龍)이라는 말이 있으나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증보문헌비고』에서는 통제사최숙(崔橚)이 편찬하였다고 전한다. 그런데 한 이본에 실린 1684년(숙종 10) 공홍도병마절도사(公洪道兵馬節度使)최숙의 발문에 의하면, 그는 이미 있던 『병학지남』에 두주(頭註)를 붙이고, 권2를 언해하고, ‘영진총도’의 도판을 첨삭하였다고 한다. 실제 그 발문이 있는 책은 두주와 권2의 언해가 있고, ‘영진총도’가 1권으로 되어 모두 4권 1책이지만, 그보다 앞선 시기의 간행으로 보이는 책은 두주가 없고, 언해가 권1뿐이며 ‘영진총도’가 분권되어 있다. 그러므로 최숙이 수정한 것은 사실이나 편자가 될 수는 없다. 임진왜란 이후부터 17세기 중엽까지의 기간에 누군가에 의한 편찬으로 봄이 온당하다.

임진왜란 이후 척계광이 쓴 『기효신서』는 조선군 훈련의 기본적 지침으로 간주됐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효신서』는 원본 자체가 우리나라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는데, 명나라 절강 지방의 사투리와 속어를 많이 사용하여 서술되었던 탓에 해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기효신서』를 쉽게 요약한 『병학지남』이 더 널리 읽혔다. 책 제목에서 지남은 나침반 혹은 길잡이라는 뜻이므로, 『병학지남』은 결국 ‘군사학의 길잡이’라는 뜻이 된다. 즉 『병학지남』은 우리나라의 독자적 진법 서적은 아니지만, 중국의 새로운 병법을 우리나라가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보여 주는 생생한 증거라는 점에서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병학지남』은 『기효신서』를 바탕으로 수정과 첨삭을 가하는 식으로 편찬됐기 때문에 판본에 따라 내용 차이가 심하였으므로, 정조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판본의 장단점을 분석, 1787년 표준화된 정본(定本)을 만들었다. 『병학지남』을 주로 본 사람은 한문 지식이 부족한 무관들이었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 일부는 한글로 언해(諺解)돼 있다.

최숙이 수정한 책도 권1의 언해가 한글만으로 본문과 같이 1행으로 된 데 대하여, 권2는 국한문혼용으로 쌍행으로 되는 등 미비한 곳이 있다. 게다가 수정본이 나온 이후에도 언해가 1권뿐이며 두주가 없는 책도 통용되고 있었으므로, 정조는 선전관이유경(李儒敬)을 시켜 대대적인 교감을 행하였다. 그리고 어제서(御製序)를 붙여 1787년 장용영에서 간행하게 한 후, 이 책을 정본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책은 군대의 조련, 진을 치는 법, 행군, 호령 등에 대한 규정과 설명이 그림과 함께 되어 있어서 17세기 이후로 우리나라 연병의 기본지침서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각 병영에서 간행된 많은 이본이 전한다. 『누판고』에는 장용영, 훈련도감, 남한산 개원사(開元寺) 등 13개소에 책판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거기 나타나지 않는 강화도 등에서 간행된 책도 현존하므로 실제 판본은 그보다 많은 셈이다.

서지 사항

5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판본이다. 세로 32.3㎝, 가로 21.8㎝이고,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규장각과 장서각,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대학교 등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책머리에는 정조의 서문과 이유경(李儒敬)이 쓴 범례가 있고 책 끝에 “1787년에 장용영에서 만들었다.”는 간기가 있다.

이어 권1·2는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같이 수록했다. 권1에는 호령(號令)하는 법의 일반론과 방식을 정리한 「기고정법(旗鼓定法)」·「기고총결(旗鼓總訣)」이 실려 있는데, 포(砲)·등화(燈火)·기(旗)·고(鼓)와 같은 기구를 이용한 호령법이 자세하게 써 있다. 권2에는 전쟁 수행시 쓰이는 전술을 34개 항목으로 정리한 「영진정구(營陣正彀)」가 수록되어 있다. 권3·4는 「영진총도(營陣總圖)」 상ㆍ하편으로 행군·부대편성, 진을 치는 법 등을 그림으로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권5에는 「장조정식(場操程式)」·「성조정식(城操程式)」·「수조정식(水操程式)」·「야조정식(夜操程式)」·「분련조정식(分練操程式)」이 실려 있는데 평지·성·바다·강에서의 군사훈련법을 정리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17세기 이후 각 병영에서 서로 다른 판본으로 간행되면서 활발하게 이용되었는데, 당대의 전술연구뿐만 아니라 한글 번역문이 다양하여, 국어사 연구에도 좋은 자료가 된다. 특히 한글 번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개음화 현상이 일어나기 이전의 옛 국어 모습을 잘 보여 준다는 점에서 『병학지남』의 여러 판본은 국어사 연구에도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 박종국, 『한국어발달사』, 문지사, 1996.
  • 안병희, 「병학지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 최현배, 『한글갈』, 정음사,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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