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양제(祈禳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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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나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물리치기 위해서 지내는 제사.

개설

기양제란 일상적인 질서를 위협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나 예견될 때 이를 물리치기 위해서 거행하는 의식을 가리킨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기양제(祈禳祭)보다 ‘기양’이란 용어가 더 자주 보인다. 양재(禳災), 해괴제(解怪祭)도 기양제와 유사한 의미를 지녀 통용되었다.

내용 및 특징

기양제의 성격은 재난으로 간주하는 대상과 이를 발생시키거나 물리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힘의 원천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고려시대나 조선초기에는 기양제를 지낼 때 주로 불교, 도교, 무속 등에 의존하였다. 기양법석(祈禳法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태조실록』 6년 8월 20일). 기양의 대상 역시 천변(天變), 성변(星變), 야수의 출현, 지진 등 다양하였다. 그러나 천문학과 천견적(天譴的) 수양론이 발달하면서 재난을 물리치기 위한 제의(祭儀)는 점차 축소되었다.

조선시대에 기양제의 대상이 되었던 재난은 가뭄, 홍수, 지진, 전염병, 황충해(蝗蟲害) 등이었다. 이러한 재난을 물리치기 위한 기양제는 유교적 형식을 취하였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가뭄이 들면 빌어야 할 기고(祈告)의 대상으로 사직(社稷), 종묘, 풍운뇌우(風雲雷雨), 악해독(嶽海瀆), 명산대천(名山大川)의 신을 제시하였다. 황충해를 물리치기 위한 포제(酺祭), 홍수를 물리치기 위한 영제(禜祭)의 의식도 있었다. 『국조오례의』에 보이지 않는 기양제로는 기설제와 해괴제가 있다. 해괴제는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에 해당 지역 사직(社稷)에게 빌었다. 그리고 여역(癘疫), 즉 전염성이 발생하였을 때 기양법으로 자주 거행하던 불교 수륙재(水陸齋)는 여제(厲祭)로 대체하였다.

변천

조선후기에 편찬된 『춘관지(春官志)』에서는 제사의 구분에 ‘기고보사(祈告報祀)’의 범주를 두고, 그 아래에 ‘기고류(祈告類)’와 ‘보사류(報祀類)’의 세부 범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고류에 기우(祈雨), 기청(祈晴), 기설(祈雪), 기양충재(祈禳蟲災), 기양여역(祈禳癘疫) 등의 제사를 포함시켰다. 여기서 기양제는 기고제에 포함되면서도 사특하거나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는 제의를 가리킨다. 충재나 여역은 부정적인 기운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여겼고, 이를 물리치는 의식이 기양제였다. 충재의 기양은 포제로 하였던 반면, 여역의 기양은 여제로 행하였다.

여역이 발생할 때 거행하였던 여제는 당시 사특한 기운을 이해하는 방식을 잘 보여 준다. 여제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부정한 기운을 악신(惡神)으로 간주하지 않고 원혼으로 여겨 그들을 위로하는 제례이기 때문이다. 현종과 숙종 연간에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심하였을 때 각 지역의 여단 외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전몰처(戰歿處)가 여제의 장소로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원혼의 힘은 간혹 가뭄의 재난도 가져온다고 하여 기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기양제는 재난을 물리치기 위한 다양한 방식 중에서도 부정적인 기운이나 힘을 달래거나 소멸시키기 위한 제의이다.

참고문헌

  • 이욱, 『조선시대 재난과 국가의례』,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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