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속언해(正俗諺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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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년(중종 13) 김안국(金安國)이 풍속 교화를 목적으로 『정속편(正俗篇)』을 언해한 책.

개설

『정속언해(正俗諺解)』는 원(元)나라 일암왕(逸庵王)의 저술로써 14세기 중엽 중국 송강부(松江府)에서 왕지화(王至和)가 서문을 붙여 간행한 『정속편』을 언해한 책이다. 중종(中宗) 때 경상도관찰사(慶尙道觀察使)였던 김안국이 풍속 교화를 목적으로 민간에 널리 퍼뜨리고자 『정속언해』를 『여씨향약(呂氏鄕約)』과 함께 1518년에 경상도에서 원문에 차자(借字)로 구결(口訣)을 달아 번역 및 간행을 하였다.(『중종실록』 13년 4월 1일)

서지 사항

총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판본이다. 세로 31.2cm, 가로 20.6cm이고,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규장각, 서울대학교 일사문고, 서울대학교 가람문고, 고려대학교 도서관 및 이원주(李源周)가 소장하고 있다.

현전하는 『정속언해』는 3가지의 간본이 알려져 있다. 현전하는 『정속언해』 가운데 하나인 1518년 목판본으로 추정되는 계명대학교 이원주가 소장하고 있다. 이원주 소장본은 방점, ‘ㅿ, ㆁ’ 등이 나타나는 점으로 보아, 존경각본(尊經閣本) 『여씨향약언해』와 같이 16세기 자료로 간주된다.

3가지 간본 가운데 널리 알려져 있는 17~18세기 경에 나온 중간본 및 일사문고본(一蓑文庫本)에는 1행 16자본과 21자본이 있다. 16자본은 1792년(정조 16) 평안도에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규장각본은 21자본인데, 17세기 후반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유탁일(柳鐸一) 소장본도 21자본이다. 일사문고본의 16자본은 51장인데, 다른 본들은 28~33장으로 되어 있다. 표기 · 음운상으로 보아 16자본만이 18세기 판본이 아닌가 추측된다.

구성/내용

『정속언해』의 내용은 ‘효부모(孝父母), 우형제(友兄弟), 화실가(和室家), 훈자손(訓子孫), 목종족(睦宗族), 후친의(厚親誼), 휼인리(恤隣里), 신교우(愼交友), 대간복(待幹僕), 근상제(謹喪祭), 중분묘(重墳墓), 원음사(遠淫祀), 무본업(務本業), 수전조(收田租), 숭검박(崇儉朴), 징분노(懲忿怒), 진기황(賑飢荒), 적음덕(積陰德)’ 등 1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왕지화의 서문에 이어 각 항목에 따라 구결이 달린 한문으로 된 원문을 먼저 실고, 이어 언해문을 실었다. 이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효부모’는 부모에게 효도함, ‘우형제’는 현제끼리 우애함, ‘화실가’은 가정을 화목하게 함, ‘훈자손’은 자녀들을 교육함, ‘목종족’은 친척들과 화목함, ‘후친의’은 어머니의 외가나 조상의 사돈과 잘 지냄, ‘휼인리’는 마을과 이웃에게 잘함, ‘신교우’는 친구와 신중하게 잘 지냄, ‘대간복’은 아랫사람들을 잘 대함, ‘근상제’는 상(喪)과 제사를 잘 모심, ‘중분묘’는 조상의 산소를 무겁게 다룸, ‘원음사’는 미신을 멀리함, ‘무본업’은 자기 직무에 충실함, ‘수전조’는 농사에 소작료나 세금을 잘 냄, ‘숭검박’은 검소하게 생활함, ‘징분로’는 화를 내지 않음, ‘진기황’은 가난한 사람을 도움, ‘적음덕’은 음덕을 쌓음이다.

이 책은 근대국어의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지만 지방판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각 판본의 국어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이원주 소장본에는 방점이 있고, ‘ㅿ’도 쓰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어버이, 여름지이’처럼 ‘ㅿ’이 ‘ㅇ’으로 나타난 예도 보인다. 그리고 ‘덕분늘, 벋디, 일를, 겨집븐’ 등과 같이 중철표기가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사름’에서처럼 ‘ㆍ’가 비어두음절에서 ‘ㅡ’로 변화하고 있고, 어두 된소리에 ‘ㅲ’표기가 보인다.

규장각 소장본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보인다. 합용병서의 표기는 ‘나니, 거슯도, 화, 긔오뒤, 이오, , 이고’에서처럼 ‘ㅳ, ㅶ, ㅄ, ㅽ, ㅼ, ㅺ’ 등이 일반적이나, ‘ㅴ’의 용례는 ‘’에서 한 번만 나타난다. ‘이면’과 같은 예에서 ‘ㅲ’도 보인다. 각자병서는 거의 볼 수 없으나, ‘작게 뿐이언뎡’만이 있다. ‘ㅿ’이 간혹 나타나, ‘’, ‘몸’, ‘마’, ‘아’이 있는 반면, ‘기슴어’도 보인다. 말음(末音) ‘ㅅ’과 ‘ㄷ’은 약간 혼란된 상태로 ‘다/다, 벋디란/벗삼니, 둗거든/둣거든’처럼 나타난다. 어중에서 동일자음을 반복표기하는 경우가 ‘실리, 처엄믜, 겨집븐, 아, 약글’처럼 많이 나타난다. 어근과 접미사의 구별표기 의식은 강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글노셔’ 같은 예도 보인다. 자음동화의 한 모습으로 ‘벼슬로픈집의셔’도 보인다. 구개음화의 단면을 ‘쳐내시니, 죠일, 형제’ 같은 예에서 보인다. 어두경음화의 용례는 별로 보이지 않으나, ‘사호고도/화’, ‘힘서/힘디’처럼 공존하고 있다. 음기음화는 그 용례가 없고, 어중에서 ‘갑프려’, ‘급피’ 등이 보인다. 제1음절의 ‘ ’ᆞ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사’의 형태가 ‘사/사름/살’으로 나타난다. 모음과 관계되는 것에는 ‘어엿비/에엿비, 도외면/도시며/도의여/되요, 셧글/식을, 곡셕글/곡식글’과 같은 변화가 보인다. 축약(縮約)의 성격을 띠는 ‘이신훼아, 되리져그니라’가 나타난다. ‘벼/볘, 불휘/불회, 거우루/거우로, ­로/­오로’와 같은 예들도 있다. ‘이웃/이우지, 집/짓’과 같은 변화도 보인다. ‘다’의 사동형은 ‘이니라’, ‘이고’로 나타난다. 비교를 나타내는 조사 ‘-라와’도 ‘전년 셜우미라와 더으니’와 같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문헌이 얼마나 방언의 영향을 받았는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저본(底本)이 경상도의 것이라는 점에서 방언적 영향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근대국어의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지만, 지방판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국어학 등의 자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생활 윤리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간명하고 적절한 교재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수정되며 간행되었던 사실에서도 그 교육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시기별로 어떠한 윤리를 보다 강조했는지도 드러난다는 점에서 조선 사회의 윤리의 변화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참고문헌

  • 『중종실록(中宗實錄)』
  • 박병채, 「정속언해 해제」, 『여씨향약 · 정속언해』 합본, 태학사, 1978.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연구원, 1996.
  • 안병희, 「중세어의 한글자료에 대한 종합적연구」, 『규장각』 3, 서울대학교도서관, 1979.
  • 최현배, 『한글갈』, 정음사,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