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音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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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나라의 혜림(慧琳)이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용어들을 해석한 불교 용어 사전.

개설

『음의(音義)』 즉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는 현존하는 불경 사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려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속에 들어 있다. 책명은 ‘여러 경전에 나오는 음과 뜻’이라는 의미이다. 곧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 어려운 글자나 어구를 설명한 일종의 불교사전이라는 말이다. 같은 이름의 서적이 3종이나 되는데, 649년 현응(玄應)이 대승과 소승 449부의 전적에서 뽑은 자구(字句)에 주석을 가해 만든 것, 807년 혜림이 경(經)·율(律)·논(論) 삼장 1300부에서 가려 뽑은 자구를 주석한 것, 희린(希麟)이 지은 『속일체경음의(續一切經音義)』가 그것이다. 현응의 저술을 『현응음의』라 하고, 혜림의 저술은 『혜림음의』라 부르는데, 보통 『일체경음의』라 하면 혜림의 것을 가리킨다. 이는 혜림의 책에 현응의 저술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서지사항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존하는 책의 크기는 세로 33.5㎝, 가로 18.7㎝이며, 지질은 한지이다.

우리나라 구인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은 『일체경음의』의 권92로써 혜림이 807년에 편찬한 100권 중 권92(1책, 29장)에 해당한다. 서(序)·발문(跋文) 등이 없어 간행 배경은 알 수 없으나, 1247년(고종 34)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의 후쇄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책은 반엽 5~6행 14자의 소자(小字)이다. 어미는 없으며 판심이 첫 장에는 없으나 둘째 장부터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 권제구십이(卷第九十二) 제○장(第○張) 동(洞)’이라고 쓰여 있다. 비교적 두터운 저지(楮紙)를 사용하여 인출하였으며, 포배장(包背裝)으로 마무리하였다. 표제는 새로이 『일체경음의』라 하였고, 권수제와 권말제는 표제와 같다. 표지가 일부 훼손되어 표제는 가필한 흔적이 있다. 이 책의 권수(卷首)에 종제육진제십(從第六盡第十) 음속고승전제육권(音續高僧傳第六卷), 권말에 속고승전제이권(續高僧傳第二卷) 종육진십(從六盡十)이라 부기하였다.

편찬

혜림은 당나라 때의 승려이며, 장안(長安) 대총지사(大總持寺)의 사문(沙門)이었다. 태종(太宗)정관(貞觀) 말기에 현장(玄奘)을 따라 홍복사(弘福寺)에 있으면서, 역경(譯經)에 종사했다. 나중에 현장을 따라 대자은사(大慈恩寺)에서 역경법사(譯經法師)로 있었는데, 듣고 기억하는 데 뛰어나 음운문자(音韻文字)에 정통했다. 저서로는 『섭대승론소(攝大乘論疏)』 10권과 『변증변론소(辨證辯論疏)』, 『인명입정리론소(因明入正理論疏)』 3권, 『구사론음의(具舍論音義)』 1권, 『대반야경음의(大般若經音義)』 3권 등이 있다.

『음의』 즉 『일체경음의』는 모두 456종의 불경에 나오는 어휘들을 경별로 제시하고 해설하고 있다. 먼저 제1권~제20권까지는 현장 이전에 번역된 구역 불경 430종을 대승과 소승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경, 율, 론, 전기’들로 세분하여, 거기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들에 주석을 달았다. 그리고 제21권~제25권에서는 현장이 한역한 대승경 132종과 대승론 11종 및 소승론 2종을 취급하고 있다.

이 책은 표제어를 반절로 표시하고 있는데, 반절이란 두 개의 한자를 가지고 다른 한 개의 음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즉 앞글자의 첫소리와 뒷글자의 가운데소리 및 끝소리를 합해서 다른 글자의 발음을 나타내는 방법을 말한다. 또한 불경을 비롯해 『논어(論語)』, 『맹자(孟子)』 등의 경전에 나오는 용례들을 보여주면서 단어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발음순서나 한자의 부수 내지 획순에 따라 표제어를 배열하지 않은 관계로 찾아보기 힘들며, 중복이 심하여 그 시기에 간행되었던 불경들을 다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불교사전이 편찬된 것은 당시의 상황 때문이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뒤 경전이나 불교서적에 대한 번역본이 해가 갈수록 많아졌다. 원전을 그대로 쓰는 음사어(音寫語)도 많았으며, 오래된 번역물에는 뜻이 불확실한 고어도 많았다. 당시의 한역본은 대부분 중기 인도어 중 불교범어나 팔리어·중앙아시아어로 된 불전을 번역해서 원전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현장은 종래의 음사를 산스크리트 원전의 음사로 바꾸는 등 새로운 번역을 주도하였고, 현장의 신역이 나옴에 따라 사전류의 편찬도 불가피해졌다.

혜림 이전과 이후에도 불교사전은 꾸준히 나왔다. 5세기의 『번범어(飜梵語)』를 비롯하여, 7세기 말 의정(義淨)의 『범어천자문(梵語千字文)』, 839년 전진(全眞)의 『당범문자(唐梵文字)』, 예언(禮言)의 『범어잡명(梵語雜名)』 등도 계속 발간되었다. 한역본의 내용이 방대한 경우에는 그 역본에 대한 해설서가 발간되기도 하였다. 699년 혜원(慧苑)이 실차난타(實叉難陀)의 역본 『80화엄』을 해설한 『신역대방광불화엄경음의(新譯大方廣佛華嚴經音義)』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가장 권위가 있는 대작은 혜림의 저술이다. 모두 100권이며, 1,300종의 불전에 있는 각종 문구들을 중국 음운학의 전통에 맞춰, 가능한 한 원음을 충실하게 표현하였다. 불교 역경사는 물론 당나라 문자의 음운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한편 조선 초기에 조정에서는 이 책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지 못했는데, 이에 세종(世宗)은 집현전(集賢殿)에 명하여 여러 본들을 참고로 하여 이 책을 다시 편찬한 후, 주자소(鑄字所)에서 간행하게 하였다.(『세종실록』 22년 6월 26일)

참고문헌

  • 『세종실록(世宗實錄)』
  • 설여가(薛如佳), 「『一切經音義』所引『論語』考」, 『jian nan wenxue』 8, 사천성면양시문연(四川省绵阳市文联), 2009.
  • 염재웅, 「從音義關係探討『一切經音義』中的異讀字」, 『중국언어연구』 53, 한국중국언어학회, 2014.
  • 왕화권(王華權), 「『一切經音義』所記載佛經用字考略」, 『HAN YU SHI XUE BAO』 1, 절강대학한어사연구중심(浙江大学汉语史研究中心), 2012.
  • 황신애, 「『一切經音義』 속 어휘의 변화 양상 연구 - 어소 변화에 따른 어휘의 형태 변화를 중심으로」, 『중국학논총』 46, 한국중국문화학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