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패(命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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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부를 때 신표로 사용하던 패(牌).

개설

왕의 명령은 문서나 구전으로도 가능하였다. 그러나 왕이 신하를 부를 때에는 그에 따른 신표가 있었다. 명패(命牌)는 왕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곧 명령을 수행하는 자에게 주어졌는데, 그것을 지닌 자는 왕의 명령을 대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내용 및 특징

왕이 신하를 부를 때 신표로 사용하던 것으로 ‘명(命)’ 자를 썼으며 어압(御押)이 쓰여있어 왕의 권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를 지닌 자는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로서 왕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것을 받은 조신(朝臣)은 참렬하려면 ‘진(進)’, 불참하려면 ‘부진(不進)’의 글자를 써서 되돌려 바쳤다. 선패(宣牌)라고도 불렸다. 재질은 붉은 칠을 한 나무를 사용하였는데, 조선후기 규장각 각신(閣臣)을 부를 때에는 상아를 사용하게 하였다. 이는 어압을 중하게 여겨서 패초(牌招)에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고종대에 발간된 『보인부신총수』에는 2가지 형태의 명패가 소개되고 있다. 규장각과 시강원의 아패(牙牌)로, 규장각에는 8부, 시강원에는 12부를 두었으며, 명패의 위쪽은 연잎을 새겼는데 두께는 5푼이며, 명패의 몸의 길이는 1척 2촌, 너비는 2촌 8푼이고, 두께는 4푼 7리이다. 한 면에는 전서체로 ‘규장각’ 또는 ‘시강원’을 새기고, 아래쪽에 어압을 새겨놓았다. 그리고 다른 한 면에는 전서체로 ‘명(命)’ 자를 음각하고 그 아래에는 직함을 정서(正書)로 작게 음각하고 붉은색을 넣었다.

명패는 사슴 가죽으로 된 갑(匣)을 사용하였으며, 놋쇠[豆錫]로 된 고리[曲環]에 붉은색의 고운 베로 만든 홍융사(紅絨絲)를 여러 갈래로 꼬아서 만든 끈이 달려 있다. 왕이 부를 때마다 직함 아래에 해당 관원의 성명을 써서 패를 내주었다. 명패는 어압이 쓰여있었기 때문에 왕의 권위를 상징하였으며, 명패를 받든 자는 아문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윗자리에 앉았다. 내시 혹은 조정 관원 등이 명패를 가지고 외방에 나갔을 때, 길가에서 명패를 만난 자는 대소 조정 관원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예를 표시해야 했다.

명패를 만나면 말에서 내려서 몸을 굽히고, 가까이 있을 때에는 무릎을 꿇고 엎드리도록 하였다. 만일 이를 어긴 자는 사리가 중한 것에 응하지 않은 죄[不應爲事理重]로 논하거나, 감사율(減死律)로 다시 의논하게 한다든지, 혹은 사헌부에 명하여 율명을 고치고 장(杖) 1백, 유(流) 3천 리에 처하도록 하였으며,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승명패를 만나면 어린이들도 모두 길 왼쪽에 엎드리고, 말을 탄 부녀들이 놀라 떨어지기도 하였다. 이것은 명패가 왕의 명을 받았기 때문에 ‘승냥’과 발음이 유사한 탓으로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인조대에는 명패를 받은 관원이 고의로 나아가지 않았을 때, 당상관이나 당하관 모두 파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관원을 부를 때, 관원의 소속에 따라 패를 사용하는 것이 달라졌는데, 삼사 중에서 사헌부, 사간원 관원에 대해서만 명패를 사용하였으며, 홍문관은 분판패(粉板牌)를 사용하였으나, 영조대에는 홍문관 관원을 부를 때에도 명패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관리를 부를 때 사용하는 것 외에도 명패는 사형수를 형장으로 보낼 때 목에 걸던 패로도 사용되었으며, 왕명에 의하여 집행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명패를 훼손한 자는 장 80도, 도(徒) 2년에 처하였다.

변천

세종대 선패(宣牌)라 불리던 것을 명패로 바꾸어 부르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선패와 명패는 같은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연산군대에 사용하던 승명패는 모두 철폐되어 중종대에 다시 제작되었다. 명패를 받고 나아가지 않는 자는 당상관일 경우 파직, 당하관은 체직하도록 되어있었으나, 이후 당상관과 당하관 모두 파직하도록 하였다.

참고문헌

  • 『대전회통(大典會通)』
  •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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