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방(燒廚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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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수라를 마련하던 궁궐 내부의 부엌.

개설

궁궐 내의 음식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왕실의 일상적인 식사를 준비하는 것 외에도 여러 형태의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궁궐의 잔치인 연향에 쓰일 음식, 왕이 신하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내려 주는 음식, 특별한 날에 마련하여 먹는 그날의 음식, 노인에게 베풀어 주는 양로연·제사를 위해 준비하는 음식 등을 만들어야 했다. 이러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또한 다양한 분류의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일상적인 수라의 준비도 왕의 음식을 만드는 주방, 세자의 음식을 만드는 주방, 왕실 각 처소의 음식을 만드는 주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때문에 당대 왕의 각 처소마다 어느 처소의 주방은 밑반찬이 맛있고 어느 처소의 주방은 떡이 맛있으며 어느 처소의 주방은 별식을 잘한다는 등의 평가가 있어 그 처소의 음식을 필요한 때에 선물하기도 하고 서로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각 처소에서 필요한 식재료의 양과 요리에 필요한 기물을 보급하는 수량에도 차이가 있었다.

내용 및 특징

궁궐의 음식을 담당하는 총책임 부서는 ‘이조(吏曹)’였다. 이조는 궁궐의 음식을 담당하는 내시부(內侍府)사옹원(司饔院)을 산하 부서로 두고 있었다. 내시부는 궁궐 안의 음식을 감독하는 일과 음식을 만드는 상궁 나인을 관할하였다. 사옹원은 주원(廚院)이라고도 부르는데 음식을 만드는 직접적인 부서이다. 사옹원에서는 왕실에 소용되는 식재료와 왕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 후, 식단을 관리하고 예제에 따른 반찬 수를 결정하였다. 또한 임금이 명하여 음식을 나누는 공궤(供饋), 호궤(犒饋)를 담당하였다.

궁궐 음식에 관한 일은 예조(禮曹)에서도 관여하였는데, 산하 부서로 전향사(典享司)를 두어 제사와 연향에 쓰이는 일부 음식을 담당하였다. 이외에도 음식의 식재료를 조달하거나 관리하는 여러 조직이 있었다. 왕과 왕실의 일상 음식을 만드는 주방을 ‘소주방’ 또는 ‘수라간(水剌間)’이라고 불렀다.

수라간이란 왕이 먹는 음식을 ‘수라’라고 한 데서 기인했다. 수라는 ‘siüla’라는 몽골계 언어로, 요리·밥을 뜻한다고 한다. 수라(水刺)의 음을 한자로 차용해서 쓴 ‘수날’과 ‘수자’는 수라를 표기할 때 혼용되고 있는 한자어이다. 문헌 사료의 원문을 찾아보면, 음식과 관계되는 때에는 대부분 ‘수날’을 쓰고 있다. ‘수자’는 문장 전후에 군사와 관련된 내용이나 용어가 함께 들어 있을 때 한자 ‘자(刺)’를 쓰고 있다. 따라서 ‘수자’를 ‘진지’에 해당하는 수라로 쓰는 것은 잘못된 표기이거나 번역할 때 생긴 오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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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음식을 담당하던 소주방과 수라간은 사료에서 활동 기록을 찾기가 힘들다. 내시부, 사옹원과 같이 하는 일에 관한 조직 체계나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도 매우 어렵다. 다만 소주방과 수라간이 모두 왕실의 음식을 만드는 부엌을 지칭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소주방과 수라간은 엄밀히 다르게 해석되고 있었다. 「동궐도(東闕圖)」상에서는 소주방과 수라간을 구별하여 명칭을 표기하였고, 같은 의궤의 내용 안에서도 수라간과 소주방을 구별하여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방(燒廚房)은 한자 표기가 보여 주는 의미대로, 불을 쓰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는 ‘소주방(燒廚房)’이라는 용어가 쓰이지 않고 ‘소주방(小廚房)’이라 쓰거나(『중종실록』 22년 4월 3일) ‘주방(廚房)’ 또는 ‘내주(內廚)’로 쓰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 이외의 의궤, 문집, 「동궐도」 등에는 ‘소주방(燒廚房)’을 쓰고 있고, 다른 문헌 사료에서는 그저 ‘주방(廚房)’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어느 것이 정확한 명칭인지 알 수 없다.

이외에도 궁중의 음식을 만드는 부엌의 명칭은 더 있다. 예를 들어 왕과 왕후, 대비 등을 위한 음식 만드는 곳을 지칭할 때는 ‘내주(內廚)’, 신하들이 왕이 내려 주신 음식을 먹으며 그 음식을 만든 곳을 지칭할 때는 ‘천주(天廚)’, 왕의 음식을 만드는 곳을 직접 지칭할 때는 ‘어주(御廚)’, 절기상 먹는 특별한 날의 음식을 만든 곳을 지칭할 때는 ‘선주(仙廚)’ 등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용어들이 모두 다른 부엌을 지칭하는지,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 부르는 명칭인지, 위와 같이 분류했지만 실제로는 통합되어 사용되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설리방(薛里房), 생과방(生果房), 연향색(宴享色), 반선색(盤膳色), 잡물색(雜物色), 미면색(米糆色) 등과 같이 음식의 종류에 따라 나뉜 명칭도 있다. 또 ‘설리’, ‘각색장’, ‘대령숙수’ 등은 수라간 상궁·나인과 더불어 음식을 만들고 조달하는 요리사의 명칭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를 정리해 보면, 수라간은 조선초기부터 쓰였던 왕실 부엌의 명칭이었다. 소주방은 ‘소주방(小廚房)’으로 쓰이며 각 전각에 딸린 작은 주방을 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각 전각에 딸린 작은 주방은 대체로, 만들어진 음식을 데우거나 가벼운 음식을 즉석에서 마련하였고 식기 등을 비치하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즉 왕이 음식을 물리고 난 뒤에 그 상을 처리하는 퇴선간과 비슷한 규모와 의미였다. 그러던 것이 수라간과 소주방을 구별하면서, 각 처소에 딸려 있고 일상적이며 즉석에서 해 먹는 음식, 즉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조리하고 익히는 곳은 ‘소주방(燒廚房)’으로, 왕의 이름으로 주도되는 일상의 음식과 연향 음식을 계획하고 담당하는 곳을 수라간으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수라간과 소주방을 통칭하거나 혼용하여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영조정순후]가례도감도청의궤([英祖貞純后]嘉禮都監都廳儀軌)』를 살펴보면, 주방·내소주방·외소주방·수라간 등 각각의 명칭이 나온다. 크게 주방과 수라간을 나누어 분석해 보면, 조리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건축 재료와 조리용 땔감 등을 말할 때 ‘주방’이라고 언급하고, 조리를 하기 위한 기물들의 소용품을 말할 때는 ‘수라간’을 쓰고 있다. 주방과 수라간은 음식을 만드는 공간과 기획하는 곳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일성록(日省錄)』
  • 『경세유표(經世遺表)』
  • 『만기요람(萬機要覽)』
  •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 『응천일록(凝川日錄)』「동궐도(東闕圖)」「동궐도형東闕圖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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