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학파(江西學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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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의 학문을 계승하여 연구하는 학파.

개설

중국 명나라 때 왕양명이 주창한 양명학(陽明學)은 주자 성리학을 비판하며 성립하였다. 주자학자들은 마음을 위주로 사물을 설명하려는 양명학의 태도가 불교와 비슷하다며 비판하였지만, 양명학자들 역시 세상을 등지고 출가하는 것은 또 다른 집착이라며 불교를 비판하였다. 왕양명이 말년에 강서성 등의 지방관으로 있으면서 후학 교육에 진력하였기 때문에 그의 학문을 계승한 학파를 강서학파(江西學派)라고 불렀다. 조선 중종 연간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양명학은 강화도를 거점으로 발전한 까닭에 강화학파라 불렸는데, 이황(李滉)에 의해 이단으로 지목된 뒤 주자학자들에 의해 배척되었다.

내용 및 특징

왕양명의 본명은 수인(守人)이고, 자는 백안(伯安), 호는 양명(陽明)이다. 1472년에 중국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에서 태어나, 1529년에 강서성(江西省) 남안(南安)에서 세상을 떠났다. 왕양명은 뛰어난 철학자였을 뿐 아니라 정치가였다. 왕양명은 주로 강서성, 안휘성, 절강성 등의 지방관으로 있으면서 강학과 후진 교육에 힘썼기 때문에 그의 학문을 강서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청년 시절에는 정주학(程朱學)에 심취하여 주자학을 깊이 연구하였으나, 어느 날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뜻을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마음이 곧 이치[心卽理]’라고 주장한 남송의 유학자 육구연(陸九淵)의 심학(心學)을 계승하여 새로운 체계를 세워 나갔다. 그리하여 육구연과 왕양명의 심학을 계승한 이들을 육왕학파(陸王學派)라고 부르기도 한다. 왕양명은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래 성품인 양지를 넓힐 것[致良知]과, 아는 것과 행동을 일치시킬 것[知行合一]을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생각은 어록인 『전습록(傳習錄)』에 정리되었다.

왕양명의 학문은 정주학과 대립하며 발전하였는데, 정주학자들은 양명학의 심학이 불교와 비슷하다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사실 양명학자들도 불교 사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가령, 왕양명은 불가(佛家)는 부자(父子) 관계에 얽매이는 것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부자를 피하고, 군신(君臣) 관계에 얽매임을 두려워하여 군신을 멀리하고, 부부 관계에 얽매임을 두려워하여 부부를 피하는데, 이것은 모두 그 관계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였다. 그에 비해 유가(儒家)는 부자 관계에서는 인(仁)으로 상대하고, 군신 관계에서는 의(義)로 상대하며, 부부 관계에서는 별(別)로 상대하므로 그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마음을 위주로 세상을 설명하는 점에 있어서는 불교와 유사한 면이 많아 정주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변천

우리나라에 양명학이 전래된 시기는 왕양명의 어록인 『전습록』이 간행된 1521년(중종 16) 전후로 보인다. 처음에는 성리학의 보조적인 학문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양명학에 대한 이해가 점차 깊어지고 확산되자, 이를 경계하기 위해 이황이 『왕양명전습록변(王陽明傳習錄辨)』을 저술하여 이단으로 지목하였다. 그 뒤 이황의 견해는 주자 성리학자들이 양명학을 배척하는 이론적인 근거가 되었다. 이후 성리학자들은 강서학파들을 일컬어 불교를 숭상하는 무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정조실록』 23년 4월 27일).

그럼에도 양명학은 남언경(南彦經), 박세당(朴世堂), 윤휴(尹鑴), 장유(張維), 최명길(崔鳴吉) 등에 의해 연구되었으며, 정제두(鄭齊斗)에 이르러 독자적인 학문 체계가 성립되어 학파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정제두의 학문은 그의 아들인 정후일(鄭厚一)을 비롯해 심육(沈錥), 윤순(尹淳), 신대우(申大羽), 이광사(李匡師) 등에 의해 계승되었고, 이충익(李忠翊)과 이긍익(李肯翊) 등에게로 이어졌다. 그 뒤 이충익의 아들 이면백(李勉伯), 다시 그 아들 이시원(李是遠)을 거쳐 이상학(李象學), 이건창(李建昌)에게로 대대로 이어져 강화학파가 성립하였다. 한편 이익(李瀷)의 문하에서 형성된 양명학자들은 천주교에 귀의하여 탄압을 받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풍우란 저, 정인재 역, 『중국철학사』, 형설출판사, 1999.
  • 한국사상사연구회 편저, 『조선유학의 학파들』, 예문서원, 2004.
  • 한국사상사학회 편, 『한국사상사입문』, 서문문화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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