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한행리정약조(朝鮮國閒行里程約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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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이후 일본 정부가 조선 내 일본인들의 상권 확장을 위하여 조선 정부와 맺은 조약.

개설

1883년(고종 20) 6월 22일 전권대신(全權大臣) 독판교섭통상사무(督辦交涉通商事務) 민영목(閔泳穆)이 일본의 전권대신판리공사(辨理公使)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郞]와 조인한 조약이다. 일본이 개항장의 조계지 내에서 한정적인 통상을 구사하다가 조계지 밖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체결한 조약이다. 조계지는 치외법권(治外法權)과 행정권 및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는 주병권(駐兵權)까지 인정해 주던 구역으로 사실상 조선의 주권이 침해받던 지역이었다. 일본은 이러한 조계지를 확대하고자 일본인의 통상권 및 통행권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차원에서 조선국행리정약조를 조선 정부에 주장하여 관철시켰다. 이후 일본 상인의 조선 내에서의 상업적 침략이 가속화되었고 조선 내 각종 이권을 강탈하였다. 특히 조선 연해에 불법적으로 어로를 하던 일본 어민의 침탈이 가장 심하였다.

제정 경위 및 목적

일본인들이 개항장 내에서의 경제 활동에 큰 이득을 보지 못하자 보다 적극적으로 조선국 내에서의 상업 활동을 펼치고자 외교적 접근을 통하여 얻어낸 불평등 조약이다. 이후 일본인들의 조선 내에서의 경제적 침탈이 가속화되었다.

내용

일본인이 조계지 이외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와 조건들을 명시한 약조이다.

조약문은 모두 8개 조항으로, 제1조는 인천(仁川)·원산(元山)·부산(釜山) 세 항구에서 새롭게 확장된 통행 지역의 이정(里程)을 공포한다는 내용이다.

제2조는 조계지 외부로 진출할 수 있는 경계로서, 인천항의 경우 동쪽으로 안산(安山)·시흥(始興)·과천(果川)까지, 동북쪽으로는 양천(陽川)·김포(金浦)까지, 북쪽으로는 강화도(江華島)까지로 한다는 것이며, 원산항은 서쪽으로 덕원부(德源府) 관할의 마식령(馬息嶺)까지, 남쪽으로 안변부(安邊府) 관할의 옛 고룡지원(古龍池院)까지, 북쪽으로 문천군(文川郡) 관할의 업가직(業加直)까지로 한다는 것이고, 부산항은 동쪽으로 기장(機張)까지, 서쪽으로 김해(金海)까지, 남쪽으로 명호(鳴湖)까지, 북쪽으로 양산(梁山)까지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 따라 일본인이 조계지를 넘어 사실상 전국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제3조는 1884년에 다시 확장할 이정의 경계는 기일을 기다려 양국 위원이 의정하여 이 약조의 부록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제4조는 이 이정 내에서는 일본인들이 마음대로 총을 쏘고 사냥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것인데, 인가에 접근한 곳과 조선 정부가 제한 금지하는 곳에서는 총을 쏠 수 없도록 하였다. 이 조항으로 일본인들이 무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제5조는 일본인이 이정 내에서 폭행하거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 있을 경우 지방 관리가 체포하여 일본영사관에 넘기거나 혹은 해당 부처에 억류해 두고 영사관에게 알려서 처리를 요구한다는 것인데, 그들을 억류하고 호송할 때에 학대하거나 가혹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제6조는 이 이정 내에서 조선인이 일본인에게 폭행을 하는 일이 있을 경우 지방관은 곧 관리를 속히 파견하여 구제하여 보호하고 폭행한 사람을 엄격히 처벌한다는 것이다.

제7조는 일본인이 통행하다가 날이 저물어 돌아갈 수 없게 되거나 혹 중도에서 병이나 사고가 나서 갈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연로(沿路)의 인민이 그의 청을 들어 가마와 말을 삯 내어 주거나, 자기 집에서 쉬게 하는 등 친절하게 대해 주어야 하며 비용은 해당 일본인이 청산한다는 것이다.

제8조는 조선 정부가 제4조 이하 각 조항을 이정 내의 향촌 및 도로의 인민에게 제시하고 효유하여 다 같이 이행하게 한다는 것이다(『고종실록』 20년 6월 22일). 조약문 중에 특히 제8조의 해악성이 높았다. 이로 인하여 각 지방관들이 해당 지역 내에서 일본인들을 제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지방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지역 관원을 무시하고 중앙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여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주한일본공사관기록(駐韓日本公使館記錄)』
  • 국사편찬위원회, 『고종시대사』, 1967.
  • 러시아대장성, 김병린 역, 『구한말의 사회와 경제: 열강과의 조약』, 유풍, 1983.
  • 운노 후쿠쥬, 정재정 역, 『한국 병합사 연구』, 논형, 2008.
  • 이태진, 『고종시대의 재조명』, 태학사, 2000.
  • 임경석·김영수·이항준, 『한국근대외교사전』, 성균관대학교, 2012.
  • 이민원, 「대한제국의 성립과정과 열강과의 관계」, 『한국사연구』 64,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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