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외기(職方外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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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예수회 선교사 알레니가 한역한 세계 인문지리서.

개설

마테오 리치의 후임자 중 한 사람인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줄리오 알레니([艾儒略], Giulio Aleni)가 쓴 세계 인문지리서로, 1623년(명 천계 3) 중국 항주(杭州)에서 권수(卷首) 1권과 5권 및 지도 등 총 6권으로 간행되었다. ‘직방(職方)’이란 본래 『주례(周禮)』에서 유래한 말로, 땅[方]을 담당하는 관직[職] 즉 천하의 지도와 중국 밖에서 들어오는 조공을 관장하는 직책 혹은 이 직방이 관할하던 지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직방외기』란 중국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던 직방 이외의 나머지 세계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은 책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 책은 중국 바깥의 세계에 관한 상세한 지리 지식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정치, 문화, 종교, 풍속, 교육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중국과 조선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6세기 말 예수회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유럽에서는 이미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대서양을 횡단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1492년)한 뒤였고, 인류 최초로 지구 일주 항해를 했던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의 탐험 결과가 유럽 사회의 상식으로 통용되던 때였다. 『직방외기』는 이러한 서양의 최신 지리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오대주로 소개하고 동아시아인들에게 낯설었던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의 정보를 중국인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수편(首篇)에 해당하는 「오대주총도계도해(五大州總圖界度解)」에는 지구가 둥글다는 지구설(地球說)이 소개되어 있어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과 일본에서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조선에는 연행에 다녀온 진주사(陳奏使)정두원(鄭斗源)이 1631년(인조 9)에 처음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경에서 예수회 신부 육약한(陸若漢, [Joannes Rodriges])과 직접 접촉했던 정두원은 1631년 연행에서 돌아올 때 육약한으로부터 받은 천리경(千里鏡), 자명종(自鳴鐘) 등의 서양 물품과 함께 여러 권의 서학서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직방외기』도 이에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이 책은 정조 때 수입된 중국 서적 목록인 『내각방서록(內閣訪書錄)』에도 수록되어 있어 정조가 열람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성호이익, 신후담, 위백규, 황윤석, 이규경 등 다수의 조선 학자가 이 책을 읽은 것으로 확인된다. 성호이익의 경우 이 책을 통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의 제자 신후담(愼後聃)은 조선 최초의 반서학적 저작인 『서학변(西學辨)』에서 이 책에 소개된 유럽의 교육 제도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1791년(정조 15) 권일신의 공초에는 『직방외기』를 보았다는 진술이 있다(『정조실록』 15년 11월 8일).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은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를 판각한 병풍을 접하고 세계지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명나라 신종(神宗)이 당시 북경에 체재하던 예수회 선교사 판토하([龐迪我], D. Pantoja)와 우르시스([熊三拔], Sabbatino de Ursis)에게 명령하여 초안을 잡도록 한 것이다. 이후 두 신부는 1616년 북경에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일어나자 작업을 완성하지 못한 채 추방되었고 후일 마카오에서 사망하였다. 이 책은 알레니가 이들의 작업을 이어받아 증보하여 완성한 것이다. 책임을 맡은 알레니는 전임자의 작업은 물론, 예수회 선교사 트리고([金尼閣], Nicolas Trigault)가 교황 바오로 5세로부터 하사받아 중국에 가지고 들어온 최신 서양 서적과 자신의 경험 등을 참고해 1623년(명 희종 3)에 완성하였다. 이지조, 서광계와 함께 명말 예수회 선교사들을 도왔던 양정균(楊廷筠)이 알레니의 작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지 사항

『직방외기』는 이지조가 편찬한 서학 총서 『천학초함(天學初函)』의 기편(器編)에 수록되어 있으며 『사고전서(四庫全書)』, 청대 전희조(錢熙祚)가 묶은 『수산각총서(守山閣叢書)』나 『묵해금호(墨海金壺)』, 『외번여지총서(外蕃輿地叢書)』 등에 여러 이본이 수록되어 있다. 1930년대 나온 『총서집성초편(叢書集成初編)』에도 수록되는 등 20세기 초반까지 꾸준히 간행되었다.

구성/내용

이지조(李之藻), 양정균, 구식곡(瞿式穀), 허서신(許胥臣)의 서문과 알레니의 자서(自序)로 이루어진 「직방외기서(職方外紀序)」에 이어 총론격인 「직방외기권수(職方外紀卷首)」의 「오대주총도계도해」를 비롯하여 총 5권에 걸쳐 다섯 대륙에 관한 지리적 정보와 인문 정보 및 바다에 관한 정보를 전하고 있다. 「오대주총도계도해」는 지리적 정보가 아니라 천체의 운동과 지구의 기후 및 환경 등 지구 과학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특히 지구설을 바탕으로 지구의 어느 곳이라도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권1은 아시아에 관한 아세아총설(亞細亞總說), 권2는 유럽에 관한 구라파총설(歐羅巴總說), 권3은 아프리카에 관한 리미아총설(利未亞總說), 권4는 아메리카 대륙에 관한 아묵리가총설(阿墨利加總說), 권5는 바다에 관한 일반 정보를 다룬 사해총설(四海總說)이며, 만국전도(萬國全圖), 북여전도(北輿全圖), 남녀전도(南輿全圖), 아세아도(亞細亞圖), 구라파도(歐羅巴圖), 리미아도(利未亞圖), 남북아묵리가도(南北阿墨利加圖) 등 총 7개의 지도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각 권은 대륙의 지리적 정보 외에 각 지역의 정치적 상황과 문화적 풍토, 종교 상황, 교육 제도 등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포함하고 있다.

참고문헌

  • 정옥자 외, 『정조시대의 사상과 문화』, 돌베개, 2007.
  • 줄리오 알레니 저·천기철 역, 『직방외기』, 일조각, 2005.
  • 艾儒略, 『職方外紀校釋』, 中華書局,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