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국영사관(俄國領事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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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을사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 정부가 경성 주재 러시아인들의 영사 업무만을 전담하기 위하여 설치한 외교관서.

개설

영사관은 입국사증인 비자 발급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곳으로, 국가 간 외교 업무나 정치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는 곳이었다. 따라서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 사이에 영사관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대 국가의 외교 능력이 없어졌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였다. 대한제국은 1905년 일본과 을사조약을 체결하면서 외교권을 강탈당하였다. 그 결과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 외부는 폐쇄되고 외국 주재 한국 공관들도 철수하였다. 동시에 대한제국에 주재하던 외국 공사관들도 차츰 철수하였다. 대신 한국의 외교권을 장악한 일본 외무성과 외교 업무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러시아[俄國]는 공사관을 폐지하지 않고 한동안 대한제국과의 외교 관계를 계속 유지하였다. 그러나 1910년 7월 러일협약이 이루어지고 한반도와 남만주를 일본에 넘겨주면서 러시아도 대한제국 내 공관을 철수하였다. 다만 러시아인의 경제적 이익의 보호와 자국민의 영사 업무를 위해 영사 활동은 지속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식민지인 조선에 거처하던 러시아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영사관으로 운영하였다.

설립 경위 및 목적

1885년(고종 22)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 수호조약이 비준되고 초대 러시아공사베베르가 부임하면서 러시아공사관이 개설되었다. 이 공사관이 일제강점기 들어 아국영사관이 되었다. 1888년 8월 조·러 양국 간에 통상조약이 체결되었고 조약 중의 영사관 부설 규정에 따라 러시아공사관과 정교회 부지를 확보하였다. 러시아공사관이 위치한 곳은 경운궁의 후원이며 상림원(上林園)에 속하던 지역이었다. 러시아공사관은 인근의 프랑스공사관과 함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아 경운궁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였다. 러시아공사관의 설계자로 알려진 사바찐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항해사 양성 강습소를 수료하고 예술아카데미에서 1년간 야간 강좌를 수강한 이력이 있었다. 러시아공사관은 그가 설계하여 준공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 건축가가 1886년경 설계한 것을 재설계하여 세운 것이었다. 1899년 당시 전체 영역은 6,000여 평에 달하였고 구내에는 호위대가 주둔한 막사동 3채, 마사(馬舍)와 포대 진지가 있었다.

조직 및 역할

1905년(고종 42) 8월 미국의 포츠머스에서 러시아와 일본의 강화조약을 거쳐 일본이 전쟁의 최종 승리자가 되어 대한제국에서의 우위권을 선점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 내에서 러시아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영사제도를 이어갔다. 이 영사들은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과 조선과의 통상업무 진행에 대해서만 업무를 보았다. 그렇지만 덕수궁의 고종과 창덕궁의 순종 등 대한제국의 고위층과는 지속적인 왕래를 하였다. 신년 축하연이나 경축일에는 고종 등을 알현하였고, 대한제국에서도 순종이 영사관 직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도 하였다(『순종실록』 즉위년 12월 28일). 식민지 시기인 1910년대에도 문안인사를 올리거나 이취임식, 경축일에는 어김없이 덕수궁과 창덕궁을 방문하였다.

변천

1917년 러시아혁명이 발생하고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자 영사관 운영이 어려워졌으며 1925년부터 소련영사관이 되었다. 1949년 간첩 혐의로 소련영사관원이 추방되고 폐쇄되었다. 한국전쟁 때 건물이 파괴되어 현재는 종탑만이 남아 있다.

참고문헌

  • 『매일신보(每日新報)』
  • 『주한일본공사관기록(駐韓日本公使館記錄)』
  • 국사편찬위원회, 『고종시대사』, 1967.
  • 김원모, 『근대한국외교사연표』, 단국대학교 출판부, 1984.
  • 김학준, 『서양인들이 관찰한 후기 조선』,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0.
  • 러시아대장성, 김병린 역, 『구한말의 사회와 경제: 열강과의 조약』, 유풍, 1983.
  • A. 말로제모프, 석화정 역, 『러시아의 동아시아정책』, 지식산업사, 2002.
  • 이노우에 유이치, 석화정·박양신 역, 『동아시아 철도 국제관계사』, 지식산업사, 2005.
  • 이민원, 『명성황후시해와 아관파천』, 국학자료원 2002.
  • 이순우, 『정동과 각국공사관』, 하늘재, 2012.
  • 임경석·김영수·이항준, 『한국근대외교사전』, 성균관대학교, 2012.
  • 홍웅기, 「개항기 주한 러시아 공사관의 설립과 활동」, 『개항기 재한 외국공관 연구』, 동북아역사재단,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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